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270

손글씨 #1

만년필을 비롯 펜도 많고 딥펜도 있고 잉크도 서넛 있어서, 글씨 쓸 환경은 좋은데 아무래도 쓸 일이 잘 없다. 가끔 낙서해 놓은 것들도 그냥 버리기 일쑤. 어느날 갑자기 다 버리는 게 아까운 것 같아서 작은 스케치북을 하나 샀다. 낙서도 모으면, 나름의 가치가 생길까? 영화 '그녀'의 대사 중 잡지 보다가 발견한 문구. 암벽등반가에 비유하여, 어려움을 피하지 말라는. 여기까지는 딥펜으로 작성 붓펜으로 씀. 글씨를 좀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도서관 서예강좌를 등록했다. 어제 가서 열심히 선 긋고 옴.

연애소설 읽는 노인

연애소설읽는 노인저자루이스 세풀베다 지음출판사열린책들 | 2009-11-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중남미 포스트붐 세대의 선두 주자이자 1990년대 라틴아메리카 ... 최고의 환경소설답게 인간과 환경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으나,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는 모습이었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

무위당 장일순 선생 20주기

5-6월호 녹색평론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20주기를 맞아 그를 추억하고 기리는 글이 머릿기사로 실려있다.고전어 수업에서 장일순 선생의 이름과 한살림운동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분이 어떤 분인지 잘 알지 못하다가, 대담에 언급된 그분의 면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분의 운동 방향은 '공생'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보듬어 안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고 '뒤엎고' '몰아내는' 투쟁 일변도의 운동에 한계를 느끼고 전환하게 된 것이다. 하. 도대체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다음은 녹색평론에 소개된 일화이다. (부분 발췌) 황도근 (...) 상지대로 오자마자 학교가 소용돌이예요. 김문기 이사장 축출운동이죠.(...) 학교 일이 복잡해져서 어느 날 무위당 선생님을 뵈러 갔어요. (...) ..

우에노역을 기억하며

종착역 살인사건저자니시무라 교타로 지음출판사레드박스 | 2013-10-28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누계 판매 2억 부의 신화적인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최고 걸... 지난 달에 읽었던 추리소설이다. 우에노역에서 출발한 아오모리 행 침대특급 '유즈루7호'에 고교 동창생 7명이 탄다. 정확히는 타기로 한다. 한명은 모임장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열차 출발 시간이 지난 후 우에노 역 화장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 또 아오모리에 도착한 이후까지 살인이 이어진다. 일본의 잘 정비된 철도망이 있기에 가능한 추리물이다. 하지만 철도망을 이용한 트릭을 빼면 사건의 동기나 해결 과정은 좀 시시한 편이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름아닌 우에노역에 대한 묘사다.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가..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중, 내가 읽은 책들

내가 사랑한 책들저자문학의숲 편집부 지음출판사문학의숲 | 2010-03-03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을 읽는... 법정스님이 법문이나 책에서 언급한 책들을 모아 엮은 것. 그중 내가 읽은 책 체크. 새로운 형식의 삶에 대한 실험 _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인간과 땅의 아름다움에 바침 _ 장 피에르와 라셀 카르티에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다는 건가요 _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_ 말로 모건 『무탄트 메시지』포기하는 즐거움을 누리라 _ 이반 일리히 『성장을 멈춰라』모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행복 _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 씨의 행복 여행』자신과 나무와 신을 ..

누군가 내게 책을 읽어준 기억

http://www.omnivoracious.com/2014/03/national-reading-month-kate-dicamillo-on-the-power-of-stories.html 케이트 디카밀로가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글을 읽었다. (요새 모 드라마에 나와서 베스트셀러1위를 기록 중인 모 도서의 작가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자기와 형제에게 읽어주던 저녁의 일화인데, 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따스하다. 개가 몸을 눕히고 있다가 웃음소리가 터질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는 묘사에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저자는 함께 소리내어 읽던 그 경험이 가족을 묶어주는 끈이 되었다고 회상하며,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이의 옆에 앉아 책을 펼치고 소리내어 읽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부모님이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예전에 좀 훑어보다 말았었다. 최근에는 이름을 바꿔서 나오고 있는데 세 권을 교보 Sam으로 다 읽어보려고 한다. 우선 첫번째 책을 읽었다. (Sam을 지난 12월부터 신청해서 쓰기 시작. 신간이 궁금한데 도서관 이용도 한계가 있고 종이책을 사서 서가를 늘리는 것도 부담되어 나름으로 선택한 대안이다. 한번 읽고 말 책이라면 괜찮은 대안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독후감을 남기는 방식을 눈여겨 보았다. 스스로 독후감을 꼬박꼬박 남기려고 시도했다가 도중에 관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참고로 삼고자 했다. 방식을 생각하며 읽다보니 다음에는 읽는 책들의 계통과 맥락을 보게 되었다. 다독가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한 계통의 책을 여럿 참조해가며 읽는 것이 눈에 띄고, 작가가 가치를 두..

위안을 찾아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저자앨리스 먼로 지음출판사뿔 | 2007-05-0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2007년 5월 전...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전자책으로 읽었다. 총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제작인 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이후에 이어지는 단편들도 즐겁게 읽어나갔다. 처음 몇 문단을 읽을 때는 굉장히 스산한 인상이었는데 예상외로 뒤통수 치는(?) 구성이어서 즐겁게 읽은 듯. 나는 뒤통수 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와 은 한쌍처럼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부부의 얘기가 많은데, 그 부부의 모습은 대부분 로맨틱하게 시작했으나(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지금은 그저 일상일 뿐이며 오히려 상대의 꺾이지 않는 성격에서 피로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유지니아

ユ-ジニア저자恩田陸 지음출판사角川文庫 | 2008-08-01 출간카테고리문고(포켓북)책소개어느 여름 날 '하얀 백일홍'의 기억 죽음은 조용하던 마을의 정... 아마존 재팬에서 카쿠카와문고 세일중이라길래 전자책을 구입해 읽었다. 지금까지 온다 리쿠 소설을 총 세 작품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원서로 읽었다. 흑과 다의 환상, 1001초 살인사건(朝日のようにさわやかに), 그리고 이번 작품. 읽는 속도는 예전보다 빨라진 듯 한데 내 일본어 독해가 는 건지, 얘기가 재미있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초반의 흡인력은 매우 좋았는데 66%(아..전자책이란) 즈음해서 갑자기 좀 지루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화자가 계속 바뀌는 형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인 듯. 혹은, 화자들이 범인으로 지목하는 사람이 한결같이 한 사람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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