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읽었던 추리소설이다. 우에노역에서 출발한 아오모리 행 침대특급 '유즈루7호'에 고교 동창생 7명이 탄다. 정확히는 타기로 한다. 한명은 모임장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열차 출발 시간이 지난 후 우에노 역 화장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 또 아오모리에 도착한 이후까지 살인이 이어진다. 일본의 잘 정비된 철도망이 있기에 가능한 추리물이다. 하지만 철도망을 이용한 트릭을 빼면 사건의 동기나 해결 과정은 좀 시시한 편이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름아닌 우에노역에 대한 묘사다.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가메이는 센다이에서 태어나 아오모리에서 학교를 마친 도호쿠지방 출신이다. 그는 우에노역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우에노 자체는 아사쿠사와 함께 가장 도쿄다운 곳이라 할 수 있지만 우에노 역 안으로 들어가면 구내에서 왠지 모르게 도호쿠의 냄새가 풍긴다.
'유즈루7호'에 몸을 실은 동창생들 중 하나인 미야모토가 묘사하는 우에노역도 비슷하다.
도쿄 역과 신주쿠 역도 우에노 역과 마찬가지로 종착역이기는 하다. 도쿄 역에서는 오사카와 규슈행 열차가 출발하고 신주쿠 역에서는 신슈로 향하는 특급열차를 탈 수 있다.
그러나 도쿄 역에서는 오사카와 규슈의 냄새가 나지 않고, 신주쿠 역에서도 신슈의 냄새는 느낄 수 없다. 두 종착역에는 도쿄의 냄새만이 감돈다. 두 역은 이미 도쿄라는 대도시에 흡수되어 하나의 세포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우에노 역만은 달랐다. 우에노 역에는 도쿄와 도호쿠의 냄새가 기묘하게 섞여 있다. 아니, 두 냄새가 함께 머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우에노역 가까이에서 지낸 시절이 있었던 터라 이런 묘사가 솔깃했지만 솔직히 수긍이 어려웠다. 우에노 역에 그런 느낌이 있던가? 이건 외국인인 내가 짐작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고, 아마도 시대적 배경이 차이가 나기 때문일수도 있다. 이 작품이 1981년에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므로 시대적 배경을 그 이전으로 보는데 (등장인물 묘사를 보면 대강 1970년즈음으로) 당시 사람들은 그런 감상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이 궁금증은 일본인 블로거인 고정수님 덕분에 아주 쉽게 풀렸다. 정수님이 다음과 같은 링크를 주셨다.
http://www.eonet.ne.jp/~miida/aauenoeki.htm
링크에 소개된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쇼와 30년대(1955-1964) 후반은 일본의 고도성장기의 출발점이었으며 그 기초가 된 것은 시골에서 집단 취업해서 올라온 젊은이들이었다. 우에노역은 도호쿠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현관과도 같은 곳으로 '집단 취업'과 '타향 취업'의 상징이 되었다. 이자와 하치로(井沢八郎)의 '아아 우에노역(ああ上野駅)'이 발표된 것이 쇼와 39년(1964년). 도호쿠 출신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에노 역에 노래비가 세워져있다.
ああ上野駅
作詞 関口義明
作曲 荒井英一
唄 井沢八郎
どこかに故郷の 香りをのせて 어딘가에 고향의 향기를 싣고
入る列車の なつかしさ 들어오는 열차의 그리움
上野は俺らの 心の駅だ 우에노는 우리들 마음의 역
くじけちゃならない 人生が 죽어서는 안되는 인생이
あの日ここから 始まった 그날 이곳에서 시작되었지
就職列車に ゆられて着いた 취직열차을 타고 흔들리며 도착했던
遠いあの夜を 思いだす 까마득한 그날 밤을 떠올리네
上野は俺らの 心の駅だ 우에노는 우리들 마음의 역
配達帰りの 自転車を 배달에서 돌아오는 자전거를
とめて聞いてる 国なまり 세우고 들었던 고향사투리
ホームの時計を 見つめていたら 플랫폼의 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니
母の笑顔に なってきた 어머니의 웃는 얼굴로 바뀌네
上野は俺らの 心の駅だ 우에노는 우리들 마음의 역
お店の仕事は 辛いけど 가게 일은 힘겹지만
胸にゃでっかい 夢がある 가슴속엔 커다란 꿈이 있다
덧붙여진 말을 보면 현재의 우에노역에는 노래비만 남아있을 뿐 당시의 정서는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내게 우에노역은 스시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포즈를 취해주시던 할아버지가 있던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