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위안을 찾아

Zigeuner 2014. 2. 12. 14:45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저자
앨리스 먼로 지음
출판사
| 2007-05-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2007년 5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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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의 단편집. 전자책으로 읽었다. 총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제작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이후에 이어지는 단편들도 즐겁게 읽어나갔다. 처음 몇 문단을 읽을 때는 굉장히 스산한 인상이었는데 예상외로 뒤통수 치는(?) 구성이어서 즐겁게 읽은 듯. 나는 뒤통수 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물 위의 다리>와 <위안>은 한쌍처럼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부부의 얘기가 많은데, 그 부부의 모습은 대부분 로맨틱하게 시작했으나(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지금은 그저 일상일 뿐이며 오히려 상대의 꺾이지 않는 성격에서 피로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위안을 얻고, 숨구멍을 찾는. 그 밖에 자신의 기억, 상대의 기억, 과거를 회상하는 묘사들도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실린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치매를 앓는 부인의 곁에서 무력함과 상실감을 느끼는 노인의 이야기인데, 단편의 내용과 제목이 언뜻 매치가 잘 안된다. 영화 제목은 <어웨이 프롬 허> 어떻게 옮겼을지 조금 궁금하다. 감독이 사라 폴리네. <나 없는 내 인생>의 사라 폴리가 떠오른다. 그녀가 만드는 영화도 숨결이 비슷할지.



* * *



이건 잡담인데, 요새 읽은 책들에서는 여성성이나 남성성에 대해 강조된 묘사가 유독 많았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여행기 <와일드>에서 저자가 혹시 모를 만남에 대비하여 콘돔을 챙기거나 남자 여행객과 마주칠 때마다 자기 행색을 살피고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되돌아보는 묘사들이 너무 대놓고 여과없이 여러번 드러나서 읽으며 좀 당혹스러웠다. 어쩜 그게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유독 자신/타인을 여성/남성으로서 바라보는 시선과 이야기들, 그 사이의 긴장감을 읽는 걸 그간 좀 꺼렸던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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