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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던 할머니'가 있었다

'오베'를 좋아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이번에도 프레드릭 배크만이 괴팍한 인물이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판타지(에서 슬쩍한) 이야기들이 액자 구성처럼 들어가는데,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179쪽에 등장하는 '싫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녀' 이야기가 소설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 없이 사이좋게 지내려고 '싫다'라는 말이 금지되었던 나라에 '싫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녀'가 나타나 '싫다'라는 말로 그 나라의 권력을 무너뜨렸다, 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닌 거다.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세계에서 갈등이란 너무나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다.그렇다면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문제인데, 어른들의 세계에선 효율을 중요하다보니 (..

무라카미 하루키와 카버의 눈동자

- 오가와 요코의 에세이집 [요정이 춤추며 내려오는 밤]에 수록된 글입니다.오가와 요코의 에세이는 국내 소개되지 않은 듯 합니다. 자기가 소설가가 된 이야기들, 상을 받은 후의 소감,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난 후의 독후감 등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언급이 있어 소개해봅니다. - 그런데 정작 난 하루키 작품도 카버 작품도 기억에 없네요. 안 읽은 건지, 잊은 건지. 몇몇 작품을 분명 읽었는데. - 문제가 될 경우 내리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카버의 눈동자 개인 전집의 부록에 그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가 아니라 번역가에 대해 적는 일은 아마도 상식을 벗어나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레이몬드 카버 전집-무라카미 하루키 옮김]의 경우라면 용인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옮긴 글 2016.01.23

2015 Book List

오랜만에, 리스트업을 해본다.어차피 감상문은 잘 안 적으니까....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프리모 레비 / 이소영 / 돌베개)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 박산호 / 웅진지식하우스)진화의 선물, 사랑의 작동원리 (샤론 모알렘 / 정종옥 / 상상의숲)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헬렌 오이예미 / 최세희 / 다산책방)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이강룡 / 유유)비밀정원 (박혜영 / 다산책방)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 이승은 / 열린책들)에디톨로지 (김정운 / 21세기북스)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 신선해 / 놀)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 최인호 / 여백) 이중섭 편지 (이중섭 / 양억관 / 현실문화)선셋파크 (폴 오스터 / 송은주 / 열린책들)내리막 세상에서 일..

CSI 피날레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 미리니름 주의 길 그리섬이 다시 나오고, 캐서린과 짐 브래스 경감도 다시 나오고, 심지어 레이디 헤더마저 다시 돌아오는데 한 눈 안팔고 시리즈를 내내 굳건히 지켰던 닉이 피날레에서 빠진다고 했을 때, 이미 이 피날레가 어떤 스토리를 그려갈지 짐작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길과 새라를 지지했고 그 두 캐릭터를 무척 좋아했지만 이 피날레는 왠지 심심하다. 타란티노가 연출했던 에피에 준하는 작품을 기대했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 오랜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길과 새라였고 그들의 로맨스였던 것일까. 뭐, 어쨌든 그들은 부럽게도 Happily ever after. CSI, 그동안 고마웠다.

완봉승

(출처 : 엠팍 한게 쌀람해요님 게시글) 믿고 의지할만한 토종선발이 없는 게 늘 큰 약점으로 지적되던 넥센. 물론 김영민을 믿고 의지할만한 선발이라고 부르기엔 앞으로도 넘어야할 산이 많겠지만오늘 경기는 멋있었다. 데뷔 첫 완봉승 축하합니다~ :) 10승은 가상세계에서나 가능하다고 '사이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부디 오늘의 일로 자신감을 얻어 앞으로 대들보 선발로 자리매김해주면 정말 좋겠다!(윤구야 보고 있니?) 그리고 너무 웃긴 박뱅의 표정과 캡처를 부르는 기자의 깨알오타.

다시, 드라마의 시간

지하철을 타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은 다들 무얼 하는걸까.누군가는 게임을, 누군가는 뉴스를, 누군가는 카톡을, 누군가는 전자책을 하고 보고 나누고 읽더라.나는 보통 페북을 들락날락거릴 때가 많았다. 딱히 쓸만한 정보나 읽을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들어갔다가 몇 개의 글에 성의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나와서 딴짓을 하다가 다시 페북앱을 켰다.이런 짓이 최근 좀 물려서 다시 전자책을 좀 읽을까 했는데 이게 영 집중이 안되더라.그래서 어차피 폰을 손에서 못 내려놓을 거라면 밀린 드라마나 챙겨보자 싶었다. 작년 여름, 아마도 딱 이맘때... 사토시군이 나온다는 이유하나로 '젊은이들'을 보다가장면장면 풍기는 노친네 냄새에 =ㅂ=??? 학을 떼고는 다시 일드를 끊었더랬다.그러다 최근 T의 말을 듣고 '탐정의 탐정..

그는 왜 그랬을까?

"이 기자는 어떤 사람이야?" 나는 흔히 생각하는 기자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읊던 대사를 멈추고 연출자를 보았다. "네?" "이 사람의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어? 어떤 집안에서 자랐지? 꿈은 뭐야? 학창 시절은 어땠어? 어쩌다 기자가 되었지?" 어리둥절했다. 우연한 기회에 아마추어 직장인 극단에 들어갔고, 마침 연습중이던 극에서 첫 장면에만 잠깐 등장하는 기자 역을 맡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대사를 외워 연습하던 날 연출자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지금 대사만 줄줄 외웠잖아. 그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봐. 그럼 말투도 달라지고 행동거지도 달라지고 머리 모양, 옷차림 설정도 다 달라질테니까." 그때의 경험을 통해 배우가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본의 지문을 뛰어넘어 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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