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는 어떤 사람이야?"
나는 흔히 생각하는 기자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읊던 대사를 멈추고 연출자를 보았다.
"네?"
"이 사람의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어? 어떤 집안에서 자랐지? 꿈은 뭐야? 학창 시절은 어땠어? 어쩌다 기자가 되었지?"
어리둥절했다. 우연한 기회에 아마추어 직장인 극단에 들어갔고, 마침 연습중이던 극에서 첫 장면에만 잠깐 등장하는 기자 역을 맡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대사를 외워 연습하던 날 연출자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지금 대사만 줄줄 외웠잖아. 그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봐. 그럼 말투도 달라지고 행동거지도 달라지고 머리 모양, 옷차림 설정도 다 달라질테니까."
그때의 경험을 통해 배우가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본의 지문을 뛰어넘어 디테일한 연기를 펼치려면 장면 혹은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인물을 분석하고 일관된 스토리를 엮어놓아야 했다. 아마 최근 개봉했던 영화 <차이나타운>에 대한 김혜수의 인터뷰를 읽으면 캐릭터 구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듯 하다.
출처는 사진에
얼마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았다. 죽음을 앞두고 괴로워하는 예수가 나왔다. 같이 공연을 본 P(전도사)는 예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공연 후에 소리높여 말했다. 나는 공연 흐름상 왠지 위화감을 주었던 한 장면에 대해 말했다. 예수가 "너희 중에 죄 있는 자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대사를 뱉기 직전의 순간.
예수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던 여인의 손을 잡더니 바닥에 팽개친다.
나는 바닥에 팽개쳐진 여인과 어딘가 켕기는지 머뭇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선 위풍당당한 예수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던 것이다. "예수는 죄가 없어서 저 여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친거냐?" 뒤이은 대사의 의미를 굳이 짚지 않아도 우리가 갖고 있는 예수의 이미지라면, 그는 여인을 자기 뒤에 감춰주거나 사람들 앞을 막아서야 마땅한데 그 기대에 벗어난 연기를 보고나니 도통 예수의 캐릭터가 알쏭달쏭해져서 극에 집중이 어려웠다. 내가 공연을 본 날은 배우 박은태가 예수를 연기했는데 더블캐스팅인 마이클 리는 어떻게 그 장면을 연기할지 궁금했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여인을 바닥에 팽개친다면, 그런 예수의 모습은 연출자의 의도라고 보아도 좋을까? 배우의 해석이라면 배우가 생각한 예수는 어떤 사람인지, 장면 하나에 궁금증이 꼬리를 이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