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모바일에서 무료제공기간이라 봤다. 원래 극장에서 보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요새 작은 영화는 시기를 맞춰 보기가 쉽지 않고 극장엔 무례한 관객이 넘치는 세상이라 방구석 1열을 고수하게 된다. 나의 마지막 영화관 행차가 언제였던고. 또르르...

그냥 간단히 몇 가지 감상을 남긴다.

- 속도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일본 원작인만큼 일본의 슬로우무비와 결이 같고, 또 그렇기에 재미있게 잘 보았다. 난 슬로우무비를 참 좋아하지. 주로 코바야시 사토미 여사님 출연작들 말이다.

-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보지 못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같은 슬로우무비라도 뭔가 관조의 기운보다는 재충전의 기운이 더 느껴지는데, 김태리라는 배우 특유의 활력, 생동감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처자 왠지 주저앉아 펑펑 울다가도 쓱 훔치고 주먹 불끈 쥐고 일어나서 달려나갈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어. 웃는 것마저 호방하고 씩씩하지 않은가. 혜원이가 몸을 슬쩍 뒤로 제끼고 웃는 얼굴만 봐도 청량하고 좋았다.

- 서울 토박이인 나에게는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나는 저렇게 돌아갈 곳이 없잖아. 매일 쫓기는 기분으로 살아도 짐싸서 갈 곳이 없어서, 혜원이 좀 부러웠네.

오랜만에 일본어 정리.

지난 주 내가 맡았던 칼럼에서,


持って生まれた面白みをフラというが…라는 부분,
フラ가 뭔지 도무지 찾질 못해서 애먹었다.
선생님도 수업 중에는 잘 모르시겠다고 해서 넘어갔는데,
나중에 메일로 뜻을 찾아 공유해주셨다.

* フラ:落語用語。その芸人独特の何とも言えぬおかしさのこと
(라쿠고 용어. 그 연예인/예능인 특유의 뭐라 형언하기 힘든 오묘함을 뜻함)

관련기사 : https://dot.asahi.com/wa/2017101300026.html?page=1

기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음.

取材現場に現れた途端、何とも言えないユーモラスな空気が漂う。面白いことを話しているわけでもないのに、なぜか、一緒にいると自然に笑顔になる。それを三宅裕司さんに伝えると、「嬉しいですね。そういうの、落語用語で、“フラがある”っていうんです。芸人にとっては一番の褒め言葉かもしれない」と教えてくれた。
(취재현장에 나타나자마자, 뭐라 말할 수 없는 유머러스한 공기가 감돈다. 재미있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어째선지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미소짓게 된다. 미야케 유지에게 그렇게 전하자, '기쁘네요. 그런 걸 라쿠고 용어로 "후라가 있다"고 합니다. 연예인에게는 최고의 칭찬일지 몰라요'라고 알려주었다.)

기사를 찾아준 T에게 심심한 감사를.

여기까지 정리하니 자정을 넘겼네.
배가 고프다. 오늘은 일단 이쯤에서 終わり




우리 아부지가 사겠다고 벼르던 물건이 둘 있는데, 하나는 카메라요 다른 하나는 자전거라. 사야겠다고 노래를 부른지 10년은 족히 되었는데 살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자전거는 둘째치고 카메라는 뭘 어떻게 알아보고 사야할지 감을 영 못 잡아서 못 사시는게 눈에 딱 보였더랬다. 내가 전혀 상냥한 딸이 아니기에 내게도 못 물어보고 늘 노래만 부르시는 것이었는데, 다음 주 부모님의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두분이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기시길 바라는 마음에 생신 선물을 앞당겨 장만하였다.

나도 dslr은 안 써봐서 잘 모르지만 캐논 입문기로 평이 좋길래 질렀다. 그리고 어른들에겐 일단 딱 들으면 척 알 수 있는 브랜드를 사드려야 생색을 내기 좋다. 선물이라고 보여드리니 “캐논이네! 캐논이면 좋은 거잖아!” 라는 반응이어서 일단 성공적.

이번 주말은 아부지 뫼시고 출사를 가야긋다.


  1. 파다고기 2018.06.20 22:15 신고

    왔구나! 사랑스러운 딸의 선물^_^

    • 네르 2018.06.20 22:38 신고

      ㅋ 난 별로 사랑스런 딸은 아닐 것. 울 아부지 답답시리즈가 업데이트되었는데 그건 내일 들려드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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