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모바일에서 무료제공기간이라 봤다. 원래 극장에서 보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요새 작은 영화는 시기를 맞춰 보기가 쉽지 않고 극장엔 무례한 관객이 넘치는 세상이라 방구석 1열을 고수하게 된다. 나의 마지막 영화관 행차가 언제였던고. 또르르...

그냥 간단히 몇 가지 감상을 남긴다.

- 속도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일본 원작인만큼 일본의 슬로우무비와 결이 같고, 또 그렇기에 재미있게 잘 보았다. 난 슬로우무비를 참 좋아하지. 주로 코바야시 사토미 여사님 출연작들 말이다.

-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보지 못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같은 슬로우무비라도 뭔가 관조의 기운보다는 재충전의 기운이 더 느껴지는데, 김태리라는 배우 특유의 활력, 생동감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처자 왠지 주저앉아 펑펑 울다가도 쓱 훔치고 주먹 불끈 쥐고 일어나서 달려나갈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어. 웃는 것마저 호방하고 씩씩하지 않은가. 혜원이가 몸을 슬쩍 뒤로 제끼고 웃는 얼굴만 봐도 청량하고 좋았다.

- 서울 토박이인 나에게는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나는 저렇게 돌아갈 곳이 없잖아. 매일 쫓기는 기분으로 살아도 짐싸서 갈 곳이 없어서, 혜원이 좀 부러웠네.





몹시 기대된다. 로라 리니 나오는 줄은 몰랐네. 아역은 토마스 생스터 갈색머리 버전처럼 생겼다.

개봉일이 언제가 될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8.9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 강계열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4-11-27
글쓴이 평점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
조용히 인기몰이 중이라더니 과연 극장안이 사람들로 빼곡했다.
영화 초반부터 눈물바람이라기에 걱정이 됐다. 휴지 챙기는 것을 잊은 것이다. 이러다 눈물보가 터지면 큰일이다 싶었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며 예상 외로 참 많이 웃었다. 할아버지의 장난끼에 시종일관 미소를 짓게 되었다. 낙엽이 쌓이면 낙엽을 뿌리고, 눈이 쌓이면 눈을 뭉치고, 물가에 가면 퐁당 돌을 던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 왜 이래요' 라며 성내듯 말해도 은근히 묻어나는 웃음기에 덩달아 더 웃는 할아버지. 밤 중에 뒷간에 가는 할머니 동무해주며 무섭지 말라고 노래해주던 할아버지. 그 옛날 신부가 너무 어려 다칠까 끌어안지 못하고 기다려주었다던, 마음마저 너무나 따뜻한 할아버지.

영화의 시작과 끝은 할아버지 무덤가에서 흐느끼던 할머니의 모습이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두 분이 살갑게 서로 쓰다듬고, 나란히 손잡고 걷고, 장난 치고, 노래 부르고 어깨 춤을 추고, 알록 달록 한복으로 커플룩을 갖춰 입은 그 모습만이 남아 있다. 




내일을 위한 시간 (2015)

Two Days, One Night 
8.3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지온, 필리 그로인, 시몬 코드리,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95 분 | 2015-01-01
글쓴이 평점  


새해 첫 영화. 다르덴 형제 영화 중에는 두번째인 듯 하다. 처음 봤던 게 '로나의 침묵' 이었던가.

음악이 거의 흐르지 않는 영화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도, 음악이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산드라가 말한 '행복'을 머릿속으로 계속 곱씹어보게 되었다. 어쩌면 절망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바로 그 이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내가 산드라였다면.

영화를 보고 나오자 P가 질문했다. 네르씨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그 질문은 사장의 제안에 대한 대처를 묻는 거였다. 아마 산드라랑 같은 답변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나는 산드라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런 사장의 제안을 받을 여지조차 스스로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 직장 동료들이 나의 복직 대신 자신들의 보너스를 선택한 상황. 그 상황에서 한 명 한 명을 집까지 찾아가 설득하는 일을 난 아마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자주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산드라의 직장 동료들은 나의 보너스냐, 동료의 복직이냐를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사실 이것을 선택해야 할 주체는 그들이 아니다. 설득하려고 들른 산드라에게 "이건 우리가 일한 대가야!!"라고 화내던 사람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일한 대가라면, 그 대가를 주는 사람에게 이런 선택지를 들이밀지 말라고 요구해야 옳지 않은가. 책임을 힘없는 자에게 전가하고 뒤로 빠져버리는 '갑'들의 횡포와 '을'의 분열. 동료에게 등을 돌리고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 돈 천 유로는 지금 우리 돈으로 133만원쯤 된다. 맥이 빠진다.


하지만 산드라가 행복해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주말동안 동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그들이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고 울었던, 외롭다고 말했던, 헤어짐을 두려워하던 그녀였다. 사람들을 만나며 위로를 얻고, 힘을 얻고, 희망을 얻고, 결국 그 힘을 바탕으로 그녀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동시에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었으리라.


나는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힘과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까.


*

영화 상영할 때 스타터 노트라고 적힌 작은 노트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페이지 하단에 다르덴 형제의 말이 적혀있다.


"혼자였던 사람이 누군가 다른 이를 만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다."



  1. GoldSoul 2015.01.07 18:22 신고

    저도 동료들을 찾아가는 거 중간에 포기했을 거예요. 저는 산드라처럼 끝까지 해낼 자신이 없어요.
    산드라는 그래서 행복해진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았으므로.
    금방 포기하고 말았을 나같은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었을 희망이라는 자산을 산드라는 얻었고.
    그래서 부러웠어요. 그리고 새해엔 나도 좀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
    그래서 새해부터 뭔가를 시작했는데, 벌써 포기하고 싶어지는 거 있죠. 흐흐-
    나란 인간은 어쩔 수 없구나, 싶지만 열심히 노력해볼 생각이에요!

    • 네르 2015.01.07 23:00 신고

      산드라도 혼자라면 아마 못했을 거에요.
      우선 재투표의 길을 열어준 줄리엣(?)이 있었고, 남편도 있었죠.
      물론 동료 한 명 한 명을 일대일로 대면해야 했던 건 산드라였지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용기낸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금령님이 시작한 그 일, 여기서 제가 응원합니다! 얍! :)

오랜만에 인터뷰 기사를. :) 이건 제가 일하다가 졸리기 때문에 잠 깨려고 올리는 겁니다.. 큭

이 영화가 과연 우리나라에 걸릴까 싶었는데 개봉일이 정해졌더군요. 7월 31일.

그래봤자 개봉관은 많지 않겠죠.



동경가족 (2014)

Tokyo Family 
10
감독
야마다 요지
출연
하시즈메 이사오, 요시유키 카즈코, 니시무라 마사히코, 나츠카와 유이, 츠마부키 사토시
정보
드라마 | 일본 | 146 분 | 2014-07-31


'동경가족'의 팜플렛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평론가들의 칼럼, 배우들 인터뷰, 제작진 인터뷰 등등이 실려 있구요.

표지에 '야마다 요지 감독 50주년 기념작품'이라고 적혀 있네요.

(선물해주신 일본인 블로거 고정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저는 그 중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의 인터뷰를 여기에 옮깁니다.



츠마부키 사토시 (히라야마 쇼지 역)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53)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요. 우선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그것보다 야마다 감독이 저한테 제안을 해주신 것이 무척 기뻤어요. 솔직히 '동경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웃음) 야마다 감독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이 놀라웠고, 그래서 무척 흥미가 일었죠.


야마다 요지 감독의 작품에는 이번이 첫출연인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무척 엄하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현장에 나오면 긴장감이 무척 감돌았죠. 다만 야마다 감독은 엄하다기 보다 상냥한 쪽에 가까운 인상이었어요. 저한테는. 무엇보다 저를 잘 이해해주려고 하셔서 기뻤구요. 단순히 배우로 기용하는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을 알아보려고 하시더라구요. 대화를 할 때의 분위기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죠. 그냥 제 느낌의 문제일지도요. 저는 엄격함보다는 오히려 애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기할 때 '동경 이야기'를 의식하는 배우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저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어요. 쇼지는 '동경 이야기'에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역할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촬영 첫날의 모습을 보고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야마다 감독은 어디까지나 동경에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찍으려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령 대사의 표현도 현장에서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고 제 입에 잘 붙게 바꿔도 주의를 주지 않으셨어요. 


보통 야마다 감독은 대사 어미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분이시죠.

네. 그런데, 우물우물 대며 말하는 것도 허락해 주셨어요. 그런 점도 쇼지다운 거라고 받아들이셨는지도 모르죠.


쇼지는 '동경 이야기'에서는 전사한 걸로 설정된 인물입니다. 이번 현장에서 쇼지라는 인물 설정에 대해 츠마부키 씨가 제안한 부분이 있다고 하던데요.

아니요. 역시 너무 무서워서 제안 같은건 할 수도 없었어요. (웃음) 하지만 서른이 넘으면서 무엇보다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자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고향으로 설정된 장소에 가서 직접 무언가 접해보거나 풍경화를 그려보거나 했어요. 의상을 맞춰볼 때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제가 그 역할에 대해 떠올린 이미지대로 옷을 입고 가서 결국 제가 준비한 청바지를 영화 찰영할 때도 입었죠. 뺀질뺀질하게 악세사리를 걸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야마다 감독님도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절 보고 마음에 안드는 점도 있었을지 모르죠.


'동경 가족'은 뭔가 다른 뒷맛을 남기는데요. 뭐가 다른 걸까 생각해보니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 특유의 불안을 품고 있는 쇼지의 존재가 특히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 속에서 쇼지는 지금 이 시대를 상징하고 있죠. '젊은 놈들은 대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라고 흔히 말하지만, 젊은이들도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달까. 그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정말 제 맘에 듭니다. 젊은이들을 겉으로 보이는 인상으로 정의하지 말고 좀더 내면을 들여다봐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혀 특별한 점 없는, 어디에나 존재할 것 같은 젊은이인 쇼지의 모습이 여러가지를 시사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습니다. 이미 모양이 결정된 행복을 손에 붙잡는 것만이 행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형태는 엉터리고 멋있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있을 곳을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아닐까요. 행복의 형태는 자신만이 알 수 있고 남이 결정해 줄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인 (2013)

The Attorney 
9.6
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시완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12-18


부모님 모시고 가서 보느라 한 3일 간격으로 두 번 관람했다.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 모두 울컥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부분이었다. 처음 볼 때는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갑갑함에, 두번째 관람에서는 이제는 부재한 누군가에 대한 아쉬움에.


(그 누군가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영화 속 송우석이라는 개인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는 뉴스에서 본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빈정대던 냉소적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인권변호사로 각성하게 되는 계기는 가까운 사람이 겪은 고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라믄 안되는' 것이었다. 그는 국가의 배신을 목격했다. '이라믄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 각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라믄 안되는' 상황은 늘 있어왔지만, 지금은 부쩍 많아진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 영화가 선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의 영웅화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내게는 숙제같은 영화. 아낌없는 열연을 펼친 모든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좀전에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봤다. 큰 연관은 없지만, 국가의 허울에 대해서 고민하던 차라 옮겨둔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 이 어지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스승은 대답했다.
"어지러운 이런 세상이야말로 진짜 좋은 세상好時節 아닌가?"

무사안일한 태평세월보다는 차라리 난세야말로 그 저항을 통해서 살맛나는 세상이란 말일 것이다.
세계 일류국가를 이루겠다는 허황하고 촌스러운 꿈을 꾸기 전에, 그 사회 구성원이 상처받지 않고 활기차게 기를 펴고 살 수 있도록 염원해야 한다.
사회나 국가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체적인 인간, 즉 정부관료와 정치인과 기업인 등 그리고 당신과 내가 지닌 의식이 바꾸지 않고서는 사회적인 변혁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 법정스님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1]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2]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3]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4]

JSV-RCNSmeCEDWVP6gw83gwq3hYBax-GeYp8Ix8g6TQ,

드디어, 마지막편입니다. :)


[일]


코바야시 사토미: [안경] 이야기 속에서 나랑 카세군은 일단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 같은 느낌이네요. 늘 찰싹 붙어서 사이좋게 지내는 건 아니지만 서로 통하는 부분은 있고, 그렇다고 사생활까지 잘 아는 건 아닌 그런 관계.


카세 료: 뒷이야기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대본에는 써있지 않으니까, 관객이 자유롭게 상상해주길 바란다는 느낌이랄까요.


여기 온 지 10일 정도 됐나요?


최근에 줄곧 일이 바빴던 터라 여기 온 다음부턴 느긋하게 지내고 있어요. 처음 이틀 동안은 그저 마냥 잠만 잤어요. 저녁에 일어나고.


밥 먹고.


다시 자죠. (웃음) 도쿄에서 못 잔 잠을 만회하겠다는 듯이 충전을 했죠. 이런 현장도 있구나 싶어요.


한번 섬안으로 들어오면 나가지 못하는 스케줄이어서 완전히 스위치를 내려버리게 된 거 같아요. 오늘은 무슨 요일이지, 며칠이지, 그런 거 모르게 되구요.


글자도 못 읽게 되고. (웃음) 책도 일단 들고 오긴 했는데, 펼쳐 봐도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는 거에요. 대본도 못 읽겠고. 이런 현장은 처음이에요.


십수년전쯤 여행으로 여기 왔을 때도 '사색하며 물들다 (たそがれる)'라든지 센티멘탈한 감정 까진 아니지만 마냥 멍하니 편하게 지냈어요. 휴식이 편치 않은 배우도 있을 것 같은데 (웃음), 카세 씨는 어때요?


요새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 쉬어서 불안해지는 일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좀 더 쉬고 싶어요. (웃음) 물론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그런 때가 있었죠. 소속사에 막 들어갔을 때 1년 정도 오디션 얘기도 없어서 이대로 괜찮을까 생각했죠.


그때가 몇 살?


24살 즈음. 소속사 들어가면 '이제 시작이야!'라는 기분이 들잖아요. 좀처럼 일은 정해지지 않고. 그러다 한번 일이 정해지니까 이후로는 운 좋게 계속 일이 들어오더니 페이스가 빨라지더라구요.


그런 것 치고는 느긋한 분위기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렇구나.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군요.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난 전혀 일을 안하고 있는 느낌이 드네. 계속 쉬고 있나봐. 참 감사한 일이네요. (웃음)



[자유]


자유라... 자유가 없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보지 않아서.


상당한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자유에 대해서 의식하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경우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내 맘대로 생활을 꾸릴 수 없을 때.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으니 잘 알진 못하지만, 난 그래도 자유롭게 해온 편이려나.


네. 아마 회사 생활은 무리겠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되고.


그 생활이 맞는 사람은 회사 다니면서도 자유롭게 생활할테지만 말이죠.


사토미 씨는 절대 회사원엔 안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내가 멀쩡하다우- (웃음) 하면 할 수 있을걸요. 그 대신 회사 사람들하고는 별로 어울리지 않고 혼자 어딘가로 놀러가버리곤 할 거 같지만.


회사원이 된 사토미 씨는 일을 착착 한 다음 탕비실에 들어가 혼자 커텐 치고 과자 먹거 차 마실 것 같은 이미지에요.


그게 뭔 이미지지?


(웃음) 전 회사원이 되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대학 마칠 때까지 줄곧 상사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왜 배우가 됐어요? 한 백만번은 질문 받았겠지만..


회사에 지원해서 합격 통지를 기다리던 무렵 연극을 처음 보게 됐어요. 고향 선배가 나오는 작은 연극이었는데 감동을 받아버렸죠.


호오~ 역사가 많았군요. 자유라고 하니 생각났는데, 로케이션이 길어지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이번엔 모두 어른스런 분들 뿐이라 즐거웠어요. 자유로운 분위기고.


맞아요. 평소에도 그리 신경쓰진 않지만 이번엔 특히 모든 사람이 편한 마음가짐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즐겁네요.


-끝-




긴 시간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두 사람의 뒷모습처럼 유쾌한 수다였죠? ㅎㅎㅎ

역시 사토미 아줌만 귀여워! 하지만 모두들 카세 료로 검색해서 이 글을 보신다는...

  1. 따즈 2013.12.20 16:41 신고

    마지막 뒷모습! 어쩔거야. 너무 발랄해! 저도 저 섬에 가고 싶어요. 가서 랍스터구이에 맥주 먹고 싶어요.

  2. 시은 2014.01.02 04:34 신고

    정말 정말 잘 봤습니다!!
    코바야시상이 좋아져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우연히 이 잡지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카세상과 코바야시상 케미가 정말 장난아니라서
    어디서 나온 사진이지 하고 찾아다녔습니다. 파피루스 2007 10월호 인걸 알아냈는데 사는 것도, 찾는 것도 힘들어서 포기 상태였는데
    이렇게 풀~로 사진 올려주시고 번역까지 해주시다니!!!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해요!!
    사토미상 진짜 귀여우신 것 같아요 ㅠ.ㅠ

    • 네르 2014.01.02 10:50 신고

      제가 당시에 일본에서 지내서 간혹 잡지를 사곤했는데 그중 한권이었어요! 파피루스는 국내엔 잘 안 알려진거 같아요. 읽고 즐거우셨다면 제게도 큰 기쁨입니다 >_<

  3. 논비리야 2017.08.22 14:51 신고

    안녕하세요, 3년 전에 올려주신 글이라 이 댓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코바야시 여사님 검색으로 이 글을 보러 들어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댓글을 남깁니다! 번역해주셔서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_^

    • 네르 2017.08.24 00:31 신고

      안녕하세요! :)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설픈 번역이지만 올려둔 보람이 있네요. 코바야시 상은 정말 너무나 귀엽습니다. 흡!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1]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2]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3]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5]




[음식]


카세 료: 기본적으로 밥, 된장국, 낫토만 있으면 괜찮아요. 집 근처에 주먹밥도 파는 쌀가게가 있어서 소금주먹밥이란 걸 먹어봤더니 그게 엄청 맛있는 거에요. 무슨 브랜드가 있었는데.


코바야시 사토미: 브랜드 쌀이라는 건가요? 코시히카리?


아뇨, 코시히카리는 아니었어요.


아키다코마치?


그것도 아닌데... '하나..' 뭐였는데. '이 주변에 이걸 파는 건 우리집밖에 없어요'라고 아줌마가 말씀하셨어요. 차지고 맛있는 밥이었어요.


(창밖으로 '이~시야키이모~' (돌에 구운 고구마) 라는 소리가 들리자)


앗, 저거 진짜 맛있는 군고구만데! 카세 씨 없을 때 나미 씨(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이이지마 나미)가 사왔었어요. A 코프 앞에서 팔았다고 하더라구.


(프로듀서, '어이~ 군고구마 사와' 라고 외침)


저 우메보시도 무지 좋아해요. 본가에서 어머니가 마음에 드는 것을 늘 보내주세요. 달마다 한번씩 정기우편같이 오는데, 대부분 우메보시나 김 같은 게 들어있죠.


멋지네요.


그리고 또 늘 들어있는 게 ANA의 기내지 '날개의 왕국'이에요. 좋아하거든요.


좋지요. 나도 좋아해요.


이번 촬영에서, 식탁에 늘 유자후추가 있어서 그것도 기뻤어요.


어머니 고향이 아키타인데요, 그 지방에 '이부리갓코'라는 게 있어요. 어릴 적에는 '이게 뭐야' 싶었는데 어느 날 그 맛에 눈을 떠서 지금은 진공팩에 든 이부리갓코가 본가에 도착하면 좀 덜어와서 잘 먹곤 하죠. 


그게 뭐에요?


훈제한 야채절임


무?


단무지를 훈제한 거죠. 화롯불 향이 나는 달달한 단무지.


소박하네요.


식탁에 이부리갓코가 올라오면 왠지 기분이 좋아요. 그거랑 밥만 있으면 좋은 기분. 이부리갓코는 낫토랑도 잘 어울려요. 이런, 이부리갓코 얘기만 잔뜩 떠들어버렸네. (웃음)


(군고구마 도착)


오오 이것봐, 몽글몽글.  보세요~ 몽~글.


맛있어보여요.


뜨거워요.


우아. 진짜다. 맛있어요.


그쵸? 모닥불에 고구마 구울 때 처음에는 호일을 씌웠는데 그것보다 안 씌우고 그냥 넣는 게 속이 촉촉하고 부드럽다는 걸 알았어요.


전 항상 감자를 구워요. 소금이랑 버터랑 같이. 집에서도 구워먹어요.


집에서 요리하는군요.


요리라고 해봤자 밥은 쌀씻어서 삑- 안치면 그만이니까요. 낫토 먹을 때는 양념이나 겨자 없이 차조기 잎, 오쿠라, 우메보시를 잘게 썰어 넣고 100번 정도 섞어서 먹어요. (웃음) 그 정도는 합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편에 만나요~ 너무 쪼개서 스미마셍... :)

미숙한 발번역을 읽어주시는 숨은 독자분들께(!?!) 죄송함과 감사를 전하며 3편 나갑니다.

코바야시 사토미 아줌마 말을 반말로 쓸까 하다가, 왠지 나의 여사님은 처음으로 함께 공연한 젊은이에게 반말로 말하지 않을꺼야! 라는 심정으로(?) 존대로 옮겼습니다. ㅋㅋㅋ 실제로 신중한 성격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원문에 쓰여있는 어투는 굉장히 편한 어투에요.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제가 그런 것까지 반영할 깜냥이 안됩니다. ^^;;;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이 넘 마음에 들어서 다 스캔을 하긴 했는데 혹시 문제가 될까 염려가 되는군요.

출처는 모두 잡지 papyrus 입니다. 문제가 될 경우 모두 내리겠습니다.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1]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2]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4]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5]



(아 정말 두사람 귀여워서 미추어버리겠군요... ㅎㅎ)

[일상의 즐거움]


코바야시 사토미: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는 얘기도 들어본 적 있는데, 지금은 원예에 빠져서 그런지 시간이 나면 산에 가서 땅을 경작한다던지, 나무를 심는다던지 해요.


카세 료: 뭘 기르시나요?


꽃.이.요. (웃음) 핀란드에서 산 구근식물이나 동네 꽃집에서 산 모종을 심으면서 봄의 사전준비를 확실히 해두죠. 사실은 '겨울에도 산에 가자!' 라며 스테인레스 타이어를 채웠는데요, 같이 가준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포기. (웃음) 개랑 둘이서 설산을 가는 건 무서워서. 미끄러지거나 빠진다거나 했다간 목숨을 거는 일이 돼버리니까요.


원예는 나만의 취미같은 건가요? (マイ・ブーム 라는 단어를 쓰네요, 사전 참고;;)


아뇨, 실은 예전부터 좋아했던 건데요. [카모메 식당] 찍으러 핀란드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로케이션이 길어질 때 화분을 몇 개 사서 방에 두면, 뭐랄까 마음이 따뜻해진다고나 할까. 지금까지는 땅을 일굴 만큼의 힘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뜻인가요?


넵. 간신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웃음) 화분 같은 걸 집 구석구석에 놓아두는건 예전에도 했던 건데, 지금은 고지에 밭을 경작하고 있으니, 끝이 없죠.


제 경우는 뭐랄까, 해보고 싶은 건 찌낚시인 듯.


미끼를 끼우는 거 말이죠?


다마가와(多摩川) 하류 등지에서 가끔 루어낚시는 했었는데, 유료낚시터에서 했던 것 같은 찌낚시가 성격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영화에 낚시 장면이 있어서 기뻤어요. 사토미 씨는 바다가 싫다고 하셨었죠?


맞아요. 너무 커서 무서워. (웃음) 하지만 여기의 고요한 바다라면 괜찮을지도.


바다하면, 왠지 멍-한 이미지가 있는 거 같아요. 전 윈드서핑을 오래 해왔어요. 집돌이처럼 보이는 이미지지만.


그럼, 서퍼 영화도 가능하겠네.(웃음)


대학 다닐 때 바람이 불면 윈드서핑, 안 불면 그냥 서핑. 윈드서핑이 지금이야 자리를 확고히 잡았지만, 그때만해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일본은 강한 바람이 부는 때가 겨울 정도라 전국대회도 겨울에 열려요. 너무 추운 나머지 대회에서 죽는 사람도 생기고.


에- 떨어져서 심장마비라도 걸리는거에요?


네. 뉴질랜드에서 같은 학생이 따뜻한 곳에서 여유롭게 윈드서핑 하는 걸 보고, 일본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총 7개의 주젠데, 지금까지 4개 나왔네요. 이제 3개 남았습니다. 나머지도 기대해주시길.


  1. 따즈 2013.12.16 09:28 신고

    숨은 독자입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마이붐, 같은 단어는 정말 애매하지. =) 재밌어요. 크으다란 화면에서 메가네 다시 보고 싶네.

    • 네르 2013.12.16 18:48 신고

      얼마나 커다란 화면을 원하시는지 모르겠사오나 제게 빔프로젝터가 있지말입니다. ㅋㅋㅋ 흰벽이 있는 곳이면 꽤나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지 말입니당~^^

    • 따즈 2013.12.17 16:33 신고

      흰 벽은 어디서 구하지? MT 라도 가야하나; ㅋㅋ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1]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3]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4]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5]



[여행]


코바야시 사토미: 도시는 도쿄로 충분한 것 같아서 시골로 가는 경우가 많은 듯. 20대 시절엔 도회지가 즐겁다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지금은 일부러 도쿄 아닌 곳을 찾아갈 의미를 모르겠어요.


카세 료: 얼마 전, 촬영 일로 뉴욕에 갔었는데 정말 놀랐어요. 부모님이 5년 정도 거기 사셨기 때문에 가끔 오갔던 곳인데 말이에요. 해마다 지루해지는데, 그건 뉴욕이 변해서가 아니라 제가 변해서일지 모르죠. 하지만 이제 더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일본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대개 캠프같은 걸 가죠.


혼자서 캠프? 혼자서 작은 텐트에 들어가있고 그런다구요? 곰이 덮칠까봐 무섭지 않아요?


아뇨, 여럿이서 오쿠타마 같은 곳에 가요. 중2때쯤부터 쭉 하던 거에요.


밥도 해먹고요?


모닥불이 좋아요.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말? 내가 '여자모닥불부' 대장이잖아요! 여러사람들이랑 멀리 떠나 모닥불을 지피곤 했죠. 불을 피우고 있으면 타오르는 모양만 보고 있어도 잡념없이 편하게 있을 수 있죠. 감자 같은 것도 구우면서, 아직 덜 익었나, 아직 멀었나 하면서 멍하니 보고 있고 그래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요.


글쎄, 역시 감동 아닐까요. 우아, 감동이라니,부끄러워라. (웃음) '꽃이 곱구나'도 좋고 '이 방 경치가 참 멋지네' 같은 것도 좋고.


지금은 장기간 스케줄이 빌 경우엔 해외에 가는 경우가 많네요. 잡지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뇌리에 남는 나라나 지명이 계속 쌓이고, 또 국내의 경우엔 매니저한테 바로 전화가 오니까 일단 해외로.(웃음) 특별히 목적을 정하고 가는 건 아니어도, 왜 맘속에 바람이 통하잖아요. 그게 왠지 좋지 않나요.


가보고 싶은 곳은 잔뜩 있지만, 당장 지금 외국 중에 꼽으라면 러시아에 가고 싶네요. 예카테리나 궁전 같은 곳.


저도 러시아 완전 가고 싶어요. 러시아 소품들도 굉장히 좋아하고. 구소련 국가들도 가보고 싶어요. 아제르바이잔 쪽이요.



[휴식]


1개월 휴가가 있으면 꼭 여행을 가요.


나도 혼자라면 반드시 가겠지만, 집에 애완동물이랑 남편이 있으니 한달 내내 집을 비우는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하지만 그녀는 2011년 이혼을 했죠 - 네르 주)


해외도 물론 좋지만 요즘엔 일본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외 나가서도 결국엔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오곤 하는 것 같아요. 늘.


응. 일본 좋죠. 국내에도 가본 적 없는 곳이 많구요.


아무래도 밥 문제가 클지도요. 베니스영화제 때 아사노 타나노부 씨랑 식사를 하면서 '역시 일본이 좋아' 같은 얘기만 계속 늘어놨더니 주변에서 '너희들 이제 그만 돌아가'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더라구요.


하지만 '요론섬에 오니 양식이 먹고 싶어졌어' 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제가 심술을 부렸나요. (웃음) 도쿄에 있으면 '모주쿠, 모주쿠' 하고 노래를 하는데요. (모주쿠는 실말이라는 해초입니다)


난 요론섬에 온 뒤로 거의 쉴 틈이 없어서 오늘이 처음으로 쉬는 날이에요. 시간이 빌 때는 동네 A 코프(슈퍼 이름)에 물건을 사러 가거나 빨래를 하거나... 호텔에 있는 세탁기요, 2조식이에요. 끝내줌-


재밌네요. 2조식 세탁기라니.


물의 양부터 이런저런 것들을 직접 붙어서 해야하니까, 맨처음에 평소대로 세제를 넣으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거품이 안 없어지거든요.(웃음)


전 사토미 씨한테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 빨래를 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웃음) 옛날엔 다 그런 세탁기를 썼던 거죠?


94년 제품이었나 그랬어요. 얼마전만해도 이렇게 생활했었구나, 생각하다가 막 빨래가 끝난 옷에서 나는 냄새도 맡고.


신선한 기분이죠, 정말. 전자동 보다 더 알기 쉽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째 전자동이 쓸데 없는 것 같네요. 세탁 시간도 탈수도 3분 정도면 되는데, 드럼식 같은 건 건조가 끝날때까지 4시간 정도 돌아가고 그러잖아요?


세탁기가 있는 공간의 분위기도 왠지 좋아요. 여기 오고나서부터 이것 저것 빨래를 하고 모두 모여 저녁 식사한 다음 호텔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보러 가곤 했잖아요.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꿈에 그리던 휴일의 느낌이랄가.


치유의 시간! 같은 거. 그 강아지들의 어미개가 안아주는 게 너무 좋아서 꼭 꼬마애처럼 안긴 채 있었죠.


강아지 3마리도 너무 귀엽구요.



일본잡지 [papyrus] 에 실렸던 인터뷰(?대담?잡담?ㅎㅎ)를 옮깁니다. (vol. 14 / 2007년 10월)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2]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3]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4]

코바야시 사토미 X 카세 료 [5]




몹시 귀여우십니다! 사토미 여사가...


남쪽의 섬에서 나눈 7가지 이야기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 요론섬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높고 푸른 하늘, 한층 더 투명한 공기, 잔잔한 파도 소리, 짙게 풍겨오는 풀냄새. 방문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이 남녘의 섬에서 영화 [안경]이 촬영되었다. 촬영이 없는 어느날, 처음으로 함께 연기하게 된 코바야시 사토미와 카세 료, 두 사람이 영화에서 연상되는 7가지 테마를 두고 한가롭게 잡담을 나눴다.


[안경]

코바야시 사토미 : 난 근시라서 평소엔 안경을 써요.


카세 료: 아, 그래요? 대여배우시라서 안경을 쓰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웃음) 저는 보통은 아무것도 쓰지 않아요. 눈은 좋은 편이구요.


오. 드문 일인데요.


요새는 좀 자막이 잘 안보이기 시작해서 동경해오던 안경을 한번 써볼까 하고 안경점에 갔었어요.


동경했던 안경이군요. (웃음)


검사를 처음했는데.


응.


'눈이 나쁘지 않은데요' 라고..


실망했겠다.


분한 기분에 도수없는 안경을 만들어 왔어요. 프레임이 크고 좀 우스꽝스러워보이는 안경이에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같은 작품을 계속 했더니, 취재오시는 분들이 자꾸 어려운 질문만 잔뜩 주셔서 좀 부드럽게 해볼까 하고. 제 기분 전환에는 효과가 있었어요.


설마 [안경]을 염두에 두고 배역 준비를 할 겸 했던 거? '저 녀석 꽤나 의욕을 부리는걸' 같은 느낌? 카세 군,따냈네~(웃음)


네, 지금까지 열심히 힘낸 보람이 있었습니다. (웃음) 안경을 쓰면 왠지 그것만으로도 배역에 빠져든 느낌이 들어서 더이상 아무것도 안해도 좋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허니와 클로버]도 그저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분이었죠. 그때 바다에 안경을 빠트리는 바람에 카메라 위치로 대충 장면을 얼버무린 적도 있었어요.


이번엔 안경을 여러 개 준비해둔 것 같아요. 감독님은 [안경]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아무것도 설명해주질 않으셨죠?


없었어요. 하지만 맨처음 매니져한테 '[안경]이라는 작품 얘기가 들어왔는데 말야, 일단 배우 전원이 안경을 쓴다는 것 같아' 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할게!' 라고 말한 기억이 나네요.[안경]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보러 오는 관객분도 있지 않을까요


사토미 아줌마!!!! (사진은 누르면 커집니다.ㅎㅎ)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1)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2)


3편이 마지막입니다~ 


아이들 캐릭터는 어떤가요. 슈야, 나오키, 미츠키, 그리고 그들을 왕따시키는 같은 반 아이들. 이 아이들은 몬스터 칠드런이라고 칭할수 있을 정도로 잔혹함과 악의로 똘똘 뭉친 존재로 보였는데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전 아이들이 모두 마음이 곱고 순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부 평소에는 마음이 곱고 이상을 지닌 아이들이었어요. 슈야나 나오키를 따돌릴 때 이유가 있었죠. '슈야는 나쁜 짓을 했어.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했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어.' 그 아이들은 그 점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무척이나 잔혹하게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그 근저에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있었다는 거죠. 그것이 인간이 지닌, 흥미로우면서도 애처로운 점이 아닐까요.


하지만, 급우들의 집단따돌림은 점점 제재의 측면에서 유희로 바뀌어 가는데요. 영화에서는 그 변화의 흐름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보는 도중에 등줄기가 얼어붙는 기분이었어요.


그 부분을 찍을 때 아이들 하나하나와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배우들은 '내가 그 급우들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었죠. 당연히 아역 배우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나라면 따돌림에 끼지 않았을 거에요' 혹은 '적극적이진 않아도 다들 하니까 같이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처럼. 만약 따돌림을 함께 했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 따돌림이 장난거리로 바뀌기 시작하는지, 선생님이 그런 고백을 할 때 아이들이 얼마나 긴장했을지, 혹은 선생님 말을 어디까지 믿었을지. 그런 대화 끝에 얻은 결론을 영상에 생생하게 반영했습니다. 만약 그 장면을 오로지 제 생각으로만 찍었다면 이상해졌을 거에요. 화면에서 연기하는 13세 아이들의 진실을 영화에 옮기고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시면서 뭔가 깨달은 바가 있었나요.


음... 아이들이란 말을 참 잘 믿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출연하는 중학생 배우들에게 모두 원작을 읽게 했고, 거기다 대본도 읽게 했죠. 2주에 걸쳐 대화를 했는데 쓰여있는 내용에 대한 신용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 라고 말하자, '네? 왜요?' 라며 놀라더군요. '그야 너희들도 거짓말을 하잖아' 고 대답했더니 '그건 그렇지만...' 라고. 그런 점이 재미있었어요. 이런 녀석들이라면 쉽게 속일 수 있겠는걸. (웃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 아이들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죠. 모두 착하죠. 



다른 배우들이나 스탭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다고 하던가요.


역시 각자 읽고 이해한 바가 천차만별이었어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이면을 읽으려고 몰두한 나머지 갈피를 잃은 경우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말'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과 개성을 이해하는 좋은 재료가 된 듯 합니다.


과연 그렇군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보는 넘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가 확실히 적혀있지 않은 작품이다보니 '말'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는지 알게 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었겠네요. 어제 편집전이긴 하지만,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요. 감독님의 이전 작품과 비교해보면 등장인물의 윤색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영상도 그렇고 어수선한 부분을 덜어냈다고 할까요, 인물을 단순한 방식으로 드러내려고 했어요.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수습이 안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화면 구성도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달랐죠. 불필요한 것은 프레임 안에 넣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찍었습니다.


덧붙여, 이야기의 중심은 모리구치 선생과 소년A의 대결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효과적으로 담지 않으면 이야기가 풍부하게 표현될 수 없죠. 이야기 흐름에 각 인물의 에피소드를 어떻게 구성해 나갈지에 대해 퍼즐 조각 맞추듯이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어가며 궁리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원작 소설의 장 구성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습니다. 시간 흐름도 교차되곤 하죠. 제 생각에 그것이 가장 좋은 이야기 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촬영하시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요?


네. 지금까지는 영상도 캐릭터도 다양한 부분을 과도하게 첨가해서 관객을 일단 놀래키려는 방법을 썼는데요, 이번처럼 무엇도 보태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냈더니 오히려 보는 사람이 그 여백을 직접 여러가지로 채워넣더군요. 가편집본을 본 사람들의 감상을 들어봤을 때도 이전의 작품들 이상으로 여러 상상을 보태주거나 숙고해 주었어요.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촬영을 마무리 지은 지금, '고백'이라는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새롭게 갖게 되셨습니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촬영을 마친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감독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입니다만, 각 인물의 진심이 담긴 부분이 어디인지 그 결론을 결국 내지 못했습니다. 결론을 낼 생각도 없지만요. 그 부분은 책을 읽는 독자나, 영화의 관객이 스스로 내면 되지요. 이 작품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읽은 후에 쓰여져 있지 않은 부분을 여러가지 상상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었거든요. 영화를 다 본 관객도 비슷한 감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책이든 영화든 이 작품을 접한 분들은 모두 자신이 어떻게 읽었고 보았는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좋겠습니다.


(끝)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발번역은 사뿐히 즈려밟고(??)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확실히 전작인 모모코나 마츠코에 비해서 과장 없이 표현된 작품이었죠. 제가 전작들을 보면서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1)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3)



예를 들면 어떤 인물의 이야기에서 거짓말이라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소년A 슈야는 거짓말을 꽤나 하고 있지 않나요? 제5장 [신봉자]에서 그는 냉정하게 앞뒤가 잘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읽다보면 오히려 '이렇게나 앞뒤가 맞다니 분명 무슨 거짓말을 꾸민걸꺼야' 라는 느낌이 듭니다. 같은 맥락에서 모리구치 선생님도 거짓말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게 분명하죠. 반대로 소년B 나오키의 이야기나 그 어머니의 일기는 지리멸렬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죠. 조리가 맞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믿을 수 있는 거지요.


그렇다면 모리구치 선생의 이야기 중에 어디가 거짓말인지, 슈야의 경우는 어디부터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걸까. 그 점을 골똘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슈야는 거짓말을 하고 있긴 해도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을텐데 과연 어느 부분일까, 계속 추리해 보았던 거죠.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기 위해서도 잘 생각해둘 필요가 있었어요. 이 작업이 무척 재미있었지만, 정답은 모르는 거죠. 작가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괴로울 정도로 고민을 거듭하며 진행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만 들어도 각색이 참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 역시 어려워보이는데요. 모리구치 선생 역에 마츠 다카코를 기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각색을 하면서 모리구치 선생이 참 어려운 배역이 되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상당한 기량을 갖춘 배우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죠. 그렇다면 마츠 상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떠올랐어요. 예전부터 마츠 상의 연극 무대를 좋아해서 많이 지켜봤고, 배우로서의 실력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점이 특히 어려울거라고 보셨나요.


제1장을 보면 모리구치 선생이 교실에서 혼자 이야기를 늘어놓죠. 영화로 옮기기 참 어려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어서, '재미있든 없든 이부분은 교실에서 쭉 찍자, 계속 대사하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찍기 시작했습니다. 연기자에게 더 어려운 장면이죠. 저는 이 장면을 찍을 때 마츠 상에게 '주변 사람에겐 절대로 반응하지 말고, 마치 독백을 늘어놓듯이 대사해 주세요'라고 주문했습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주문임을 알고 있었어요. 대사나 동선은 연습하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많은 학생들을 향해 계속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아무 말도 걸지 않는' 연기가 가능한 사람은 없어요. 배우는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반응해버리기 쉬운 법이니까, 침착한 마음가짐이 아니면 어렵겠죠. 


또 하나, 감정 표현에 있어서 모리구치 선생은 줄곧 냉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중간 중간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기도 해요. 가령 살해된 딸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말은 차갑게 하지만 눈에는 살기를 띄죠. 소위 '내면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실제로는 감정이 격해있지만 오히려 냉정함을 가장하는, 정반대의 연기를 해야한다는 점이 높은 연기력이 없으면 소화할 수 없는 부분이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눈빛의 흔들림 하나에 여러 감정을 담는 연기. 마츠 상이라면 그런 표현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종일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는 모리구치 선생과는 달리 소년 B 나오키의 어머니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기무라 요시노가 이 배역을 맡게 된 이유는 뭔가요?


'울부짖는 기무라 요시노'를 보고싶었어요. (웃음) 나오키의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면서 정신적으로 지쳐갑니다. 그런 모습이 의외로 기무라 상에게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번엔 필요이상으로 눈물 흘리고 비명을 지르게 했습니다. 배우 스스로 '이 부분이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요?'라며 미심쩍어 할 때도 '여기서는 맘껏 비명을 질러보죠!' 라며 밀어 붙였어요. 나오키의 어머니는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몸을 젖히거나, 갑자기 쓰러지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에서 배우가 의심을 품기도 전에 '일단 해봅시다! 하이스피드니까 괜찮아요.'라고 얼버무리며 촬영했어요. (웃음)


감독님은 나오키의 어머니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에게 솔직한 인물이지만, 정신적으로 유약하지요. 약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어 기제를 만들어 버리는, 슬픈 인물이에요. 하지만 남녀불문하고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점을 지니고 있을거에요. 그녀는 문제나 결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죠.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인물'로 단순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녀는 여백이 많은 등장인물이기도 하죠. 따라서 연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그저 기분 나쁜 사람이라면 연기하기 간단하죠. 자신감 없는 배우라면 주눅 든 연기로 인물의 폭을 좁게 만들겠지만 기무라 상은 폭넓은 연기로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기무라 요시노가 고생했네;; 

또, 다음에 이어집니다...

  1. trex 2013.11.26 22:08 신고

    요새 제가 이걸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 네르 2013.11.26 22:49 신고

      잘 읽고 계시다니 다행이에요. 다음 내용도 곧 올릴게요!
      제 일어 실력이 보잘것없음을 부디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

* 소설 '고백'의 원서 문고판 권미에 실려있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를 심심풀이로 옮겨 봅니다-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2)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3)




여주인공 마츠 다카코와 감독


이번에 '고백'을 문고화하면서, 이 작품을 영화로 옮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님께 특별 인터뷰를 요청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인상이나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여쭤보고자 합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알게 되셨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서점 앞에 놓인 진열대에서 발견했습니다. 아마 재작년 가을쯤이었을 거에요. 서점에 가서 휘적휘적 책을 돌아보고 다니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소설 말고도 눈에 띄는 책은 보통 구입하는 편입니다. '고백'도 그런 책 중 하나죠. 책의 첫 부분을 후루룩 넘겨 읽고선 이거 참 흥미로워보이는걸, 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처음 읽었을 때 인상이 어땠습니까?


무척 빨리 읽혔어요. 일단 재미가 있었죠. 그리고 '참 용기있는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어떤 구원의 해결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뚝 끝내버리는 점에서 특히.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셨나요?


아닙니다. 꼭 그랬던 건 아니구요. 다만 다 읽은 후에도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 여교사 모리구치 유코는 물론 범죄를 저지른 소년 A와 B, 그들의 부모들 전부 머리에서 계속 떠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등장인물들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죠. 영화로 찍으면서 인물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인물들이니까요. 모리구치 선생 뿐만 아니라 죄지은 아이들도 모두 매우 고독하고 인간적이지 않습니까? 이 작품을 각색하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시키는 동안 더 다양한 이야기가 떠오를테고, 처음 읽었을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이해해간다는 점이 참 흥미롭게 들립니다. 나카시마 감독은 지금까지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해오셨는데요, 비슷한 관점에서 작품 선택을 하시는건가요?


역시 '인간'이 되겠죠. 등장인물이 매력적이군, 혹은 이 사람은 좀더 알고 싶은걸, 만나 보고 싶은걸, 같은 생각이 샘솟거든요. 그런 욕심이 작품 선택의 중심점이 된다고 봅니다.


그 말씀은 이 작품의 등장인물 역시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뜻이네요.


네, 물론입니다. 모두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습니까? 게다가 멋대로 행동하는 인물이 많죠. 그것이 강함인지 유약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정지해 있지 않죠. 다들 무언가 행동을 하니까요. 저는 그런 인물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소설들도 많이 읽었는데요, 이야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저 재미있기만 했지 등장인물은 머릿속에서 금세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고백'의 인물은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직접 각색을 하시고, 그 과정에서 원작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의 각색 과정에서 혹시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점을 발견하기도 하셨나요.


각색할 때는 늘 '왜 이 인물들에게 관심을 쏟게 되었지'를 계속 물으며 작업합니다. 이번 작품을 각색하면서는 '결국 이 인물들이 무엇을 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구나'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작품은 전체가 독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모든 인물이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 것 처럼 보이죠. 하지만 그들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작가 역시 결정적인 것은 전혀 쓰지 않았죠. 처음에는 단순히 적혀 있는 말을 그대로 믿으며 읽어나갔지만, 다시 읽을 때는 '아, 이 부분은 거짓말이 아닐까' 라던지 '이 사람은 줄곧 핑계만 대고 있네'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니 그들이 이야기하는 부분 중에 무엇이 믿을 만한지, 어느 부분이 거짓말인지 추리하며 읽게 됐죠. 모든 인물이 '그 때 나는 이랬다, 저랬다' 는 식으로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그 와중에 일부러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 거짓이 끼어들기도 하죠. 깊숙히 읽자고 작정하면 끝도 없이 할 수 있었어요. 너무 깊이 읽느라 수습이 안될 때도 있을 정도로.





... 너무 길어서 다음에 이어해야겠습니다. 헉헉.

  1. 2017.05.31 03:30 신고

    감사합니다ㅜㅜㅜ



언어의 정원 (2013)

The Garden of Words 
7.4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카나, 히라노 후미, 마에다 타케시, 테라사키 유카
정보
애니메이션, 로맨스/멜로 | 일본 | 46 분 |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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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을 보았다.


일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무렵 언어(言葉,고토바)라는 단어에 어쩌다 '잎 엽(葉)'이 들어가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일어의 생성 과정을 그 이후에 더 파고들지 않았으므로 연원을 알지 못하지만, 그대로 풀면 '말의 잎사귀'라는 단어가 마냥 예뻐보였다. '언어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잎사귀가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말의 잎사귀가 가득한 정원. 


신카이 마코토의 감성 혹은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러 가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오는 날 우산을 받쳐든 다카오가 정원으로 들어서던 그 순간, 배경이 신주쿠교엔임을 확인하던 그 순간부터 이 영화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짧은 9개월의 일본 생활에서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소가 바로 신주쿠교엔이었기 때문이다. 신카이 마코토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한땀한땀 ㅋㅋ;) 묘사한 그 곳은 마치 6년전 그때처럼 내 마음을 훔쳤다. 그래서 내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카오도 유키노도 아닌 신주쿠교엔이 되었다.



느릿한 듯, 혹은 어딘가 맥풀린 듯한 전개가 초반엔 여전했다. 하지만 전작 어디서도 상대를 향해 직설적으로 감정을 폭발하는 걸 본 기억이 없어서 다카오의 후반부 대사들은 놀랍기도 하고 어딘가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가끔 전작 속 캐릭터를 붙잡고 '아 왜 속시원하게 말을 안하니' 라고 다그치고 싶었던 적이 있어서. 엔딩이 여전히 답답하다고 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나는 다카오의 저 폭발적인 대사에서 신카이 마코토의 뻔한 스타일에 생긴 변화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1.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단가는 '만엽집'에 실린 것이라고 한다. 원제의 言の葉(고토노하)는 언어라는 뜻도 있지만 일본 고유의 시가를 뜻하기도 한다.
      - 鳴(な)る神の 少し響(とよ)みて さし曇(くも)り 雨も降らぬか 君を留(とど)めむ 
      -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降らずとも 我は留まらむ 妹し留めば
      만엽집이 궁금해짐.

    2.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 기사

영화 관람을 계기로 묵혀두었던 신주쿠교엔 사진을 정리해보았다.

직접 찍었던 신주쿠교엔 사진들 (스크롤의 압박!)


  1. mimnesko 2013.09.07 02:21 신고

    다음에 일본을 가게 되면, 이런 공원에서 느리게 낮잠이라도 자다 왔음 좋겠다.
    배낭도 좀 내려놓고, 카메라도 좀 내려놓고...
    ..언어의 정원의 후반부는 네르와 동감. 나도 '뭐야, 신카이...' 했으니까...

    • 네르 2013.09.07 09:13 신고

      간혹 가시는 것 같던데, 일본. 맞죠?
      얼마전에 카페 포스팅 보면서, 와 좋다, 했던 기억이 있네요! :)
      신주쿠교엔 좋아요. 누워서 할랑거리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감히 추천드립니다! ^----------^

벤 베니 이사람아. 당신 나오는 영화 좀 보겠다고 내가 '스타트렉 비기닝'도 찾아보고 극장 갔다는 것 좀 알아주게.
(아니 뭐 벤베니 사인 포스터 탄 사람은 23번인가 봤다던데, 내가 명함을 내밀면 안되긴 하지.)

본지 한참 됐는데, 뒤늦게 적는다. SF는 영화도 소설도 잘 안 보는 편인데 (별 재미를 못 느낌) 재미 있었다. 3D도 적당한 느낌이었고. 어질어질 하지 않았달까. 무엇보다 비기닝보다 악역이 너무나 매력있어! 벤 베니~ 뜨어~ 너 액션도 되는 배우셨구나. 머리가 크긴 하지만 (ㅋㅋ) 기럭지가 기니까 액션도 어딘가 시원시원. 어떤 장면에서는 춤추는 것 같기도. 어? 영화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또 베네딕트 얘기만 쓰고 앉았네. 사진이나 올리자.

출처는 전부 Daum 영화에서. 당근 베니 나온 사진만;;





옆얼굴 상어 같다.


깐 베니도 괜찮구나.

베니도 큰 편인데... 파묻혔네.


  1. astraea 2013.06.18 22:12 신고

    악역이 포스있긴하더라구요-
    저는 이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0-
    셜록에서 유명한 배우라면서요?!

    • 네르 2013.06.18 22:46 신고

      응! 권욱이 셜록 안봤고만! 임팩트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지. 생긴것도 임팩트 있어;; =ㅂ=

still there

시리즈의 처음이었던 '비포 선라이즈'를 보았을 때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 '에이 이건 영화잖아. 저런 로맨스는 영화속에나 있는거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두 사람이 내내 주고받던 대화에는 감탄을 했었다. 저렇게 첫 만남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두번째 '비포 선셋'을 보고선 조금 공감을 했다. 기차 속 만남이라는 로맨스는 흔치 않아도, 누구나 다시 만나고 싶은 옛사랑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세번째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 이 이야기는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후를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많은 기혼자들의 감상평처럼 '비포 미드나잇'은 로맨스의 환상을 벗어버리고 현실을 드러낸 다큐에 많이 가까워졌다. (물론 엔딩은 현실적이지 않다고들 합디다. 난 기혼자가 아니라 모름 ㅋ) 

두 사람은 선라이즈와 선셋사이에 9년은 서로 그리워하며 보냈고, 선셋과 미드나잇 사이 9년은 함께 보냈다. 이상과 꿈을 얘기하던 두 사람의 대화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매여있었다. 제시는 떨어진 아들 생각에 여념이 없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어 있고, 셀린느는 육아에 지친 히스테리컬한 아줌마가 되어 있다. 둘이 호텔방에서 벌이는 다툼은 그 과정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넘겨짚기와 회피하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말 사실적이었다. (셀린느의 히스테리가 내 생각 이상이긴 했지만) 셀린느의 대사를 들으며 이 나라나 저 나라나 여자가 육아와 직업을 동시에 책임지기란 힘든 거로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문득 두 사람이 이런걸로 다투고 앉았다니, 신기했다. 9년이란 이런 세월이구나. 함께 한 세월의 무게가 두 사람을 저렇게 바꿔놓았구나. 호텔에서 두 사람이 크게 다투긴 했지만 호텔로 가는 도중의 대화에서,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 할 50여년을 미리 떠올려본다거나 상대의 죽음을 떠올릴 때, 서로가 서로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봤던 것처럼 나란히 중년 이후 저물어 가는 인생도 함께 지켜볼 것 같은 느낌. 여전히 다투고 얼렁뚱땅 화해하는 일은 반복되겠지만. 

  1. 2013.05.31 09:57

    비밀댓글입니다

    • 네르 2013.05.31 11:28 신고

      응, 잘 지내. 너도 잘 지내고 있지?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것이다. 두 배우의 외모에서부터 빡! ㅎㅎㅎ
      재미있는 관람되길! :)

  2. W.G 2013.06.01 00:25 신고

    저의 이 영화 한줄 평.
    "1편에서는 아쉬움이, 2편에서는 그리움이, 3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
    호텔방에 앞서 차에서의 말다툼부터 너무 힘에 부쳤어요.

    • 네르 2013.06.01 12:09 신고

      저도 실은 많이 부대꼈어요. 근데 흔히 볼수있는 광경이라 힘들었던 거겠죠. 링고님 말대로 영화에서까지 저런 모습을! 이랄까요.

  3. 초코슈 2013.06.14 10:19 신고

    저도 벼르고 벼르다 이틀전에 보고 왔어요. 좋더라구요. 현실적인만큼 윽!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들이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기때문에 서로를 상처주고 할퀴어도 결국은 그렇게 함께하는 모습이 좋더라구요.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의심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현실의 삶이란 그 모든게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와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리즈의 완결편이지만 또 몇년 후쯤 슬쩍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난뒤 그들의 중년 이후 노후를 맞이하는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들었어요.

    • 네르 2013.06.14 11:33 신고

      네, 저도 은근히 이게 완결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둘이 대화중에도 나왔지만, 상상도 어려운 앞으로의 4-50년 세월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물론 그 사이사이 삶의 현실적인 고비들을 두 사람이 잘 넘어가길 바라는 게 제 욕심이자 바람이죠.

 


重力ピエロ

저자
伊坂幸太郞 지음
출판사
新潮社 | 2006-07-01 출간
카테고리
문학
책소개
こんな小說を待っていた! 僕らの世代の新しい文學。新感覺靑春ミステ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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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삐에로

저자
이사카 코타로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06-05-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중력 삐에로』는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각광받는 지성파 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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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중력삐에로를 원서로 읽었다. 사실 올초부터 손에 들었는데 내용이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일본어의 한계 때문에 지지부진 진도를 못 빼다가 막판에는 역서와 같이 두고 읽었다. 덕분에 좋은 정보를 알게 되기도 했다. 원서(문고본)와 역서의 내용이 조금씩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역서에 있는 대사가 문고판엔 없다던지, 형제의 대화가 뒤바뀌어있다던지... T가 검색으로 알려준 바에 따르면, 역서는 단행본을 기준으로 작업되었고, 이 작품의 경우 이사카 코타로가 문고본을 내면서 내용을 수정해서 썼기 때문에 분위기가 꽤 바뀌었다고 한다. 일본 문고본은 내용의 축약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의아했는데 T덕분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시작과 끝의 문장이 같다. '春が二階から落ちてきた。(봄이 2층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봄이라기보다, '하루'라는 음독으로 읽어야 하고 하루는 동생의 이름이다. 이 소설은 두 형제의 대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특히 하루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그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아버지가 주인공 같다. 이야기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주인공 같은 이 느낌. 아버지 캐릭터가 유독 맘에 들었던 내 편애 탓일지도 모르지만.

이즈미(형)와 하루의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다. 보통 체격에 온화한 성격을 지닌 사람, 여러번 얘기를 나누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종류의 사람. 이즈미는 엄마에게 고흐가 렘브란트의 그림을 두고 한 말을 예로 들면서, 그림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사람의 진가도 알아차리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난 바로 알아차렸는데' 라고 말한다. 아버지를 염두에 둔 대화였다. 도쿄 출신의 엄마는 센다이로 촬영을 왔다가 촬영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보고 '이 사람은 다른 남자랑은 다르구나'라고 바로 알아차렸다. 도쿄로 돌아간 후 바로 짐을 정리해서 다시 센다이의 아버지를 찾아갔고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그 아버지는 가족의 뿌리를 뒤흔들만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신앙도 없으면서 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자 신이 대답하길 '너 스스로 생각해 내!' 라고. 신의 대답대로 그는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서 가족을 지켜나간다. 이즈미는 생각한다. 아버지는 정말 평범 그 자체에 볼품없지만, 역시 대단한 사람이라고. 고흐라면 그 진가를 알아봤을텐데,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고. 지금은 엄마도 죽고 없으니, 안타깝다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사실 뒷맛이 쓰다. 하루와 이즈미는 중력을 벗어나지 못한 괴로운 영혼들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중력을 무시하고 우는 얼굴로도 즐겁게 하늘을 나는 삐에로는 결국 아버지 혼자였을까. 이제 아버지도 없는데, 하루와 이즈미는 가족을 옭아매던 보이지 않는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삐에로의 아들로서, 인생을 즐기며 중력에 구애받지 않으며.

P.S.
소설을 마치고, 영화를 보았다. 이즈미는 카세 료, 하루는 오카다 마사키. 꽤 어울리는 캐스팅이다.
그러나, 절정의 캐스팅은 역시 아버지였다고 본다. 코히나타 후미요. 뭔가 소설의 묘사와 절묘하게 어울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와타베 아츠로는.... ㅠㅗㅠ)

신이랑 상담중

우리는 최강의 가족이다

인생을 즐겁게 살아간다면, 중력같은 건 사라져버리지.

  1. 따즈 2013.05.24 17:08 신고

    '마왕'을 읽고 저 작가의 머리 속이 굉장히 궁금했었는데. 도대체 왜 결말이 저런가 싶어서. 쿄카언니 이쁘네. 참
    나도 중력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뭐, 중력이 너무 강하지도 않지만.

    • 네르 2013.05.26 12:44 신고

      중력이 강하지도 않지만 힘들어보이는건 왜이뇨!!!
      인생을 즐기도록 하자꾸나.

      쿄카언니의 저런 미소는 참- 좋다잉.

with P


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7.9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류승완 감독,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구나. 그런데 솔직히 난 이게 류승완표 영화라는 생각이 잘 안들더라. 뭔가 헐리웃 액션 영화를 한국식으로 컨버팅한 결과물 같지, 류승완스러운 영화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전지현은... 전지현은... 예쁘다. 전지현의 전성기인듯.


예쁘니까 전지현 사진만... (출처:다음 영화)


  1. 따즈 2013.02.20 16:03 신고

    부부가 키스를 안한다는 그 리얼부부영화구나; ㅎㅎㅎ

with P


레미제라블 (2012)

Les Miserables 
8.3
감독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정보
드라마, 뮤지컬 | 영국 | 158 분 | 2012-12-18


나는 뮤지컬에 문외한이라 무대에 올라간 레미제라블을 본 적이 없다. 어쩜 그 점이 이 영화를 즐기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즐기는 데 있어서는. 러셀 크로우 노래하는 게 거슬린다는 반응을 엄청 봤는데, 내게는 거슬리는 부분이 전혀 없었으며 그만 하면 잘했고 연기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아래 영상을. 우리나라 고딩이 장발장을 비롯한 레 미제라블의 남자 캐릭터를 모창한 거라고 하는데, 정말 잘 한다. 장발장이랑 쟈베르는 거의 똑같음. 재능있는 젊은일세.



이 영화에서 청년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대항해 싸울때는 문을 걸어잠궜던 사람들이 나중에 핏물을 닦아내며 소근거리던 장면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 장면이 계속 머리에 남아있다. 책도 읽으려고 시작했다가 지금은 보류상태.



라이프 오브 파이 (2013)

Life of Pi 
8.3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아딜 후세인, 타부
정보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 126 분 | 2013-01-01


이안 감독님 사랑한다. 이 영화도 소설이 원작인데, 회사 다닐 적에 부장님이 원서를 빌려주셔서 읽으려다가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아서 손에서 놓았던 기억이 있다. 아 이건 다 이안 감독님의 영화를 보라고 그런거였어!! 책을 읽고 보았으면 더 좋았을까? 만화책에 그려진 크리슈나 입속의 우주를 빤히 바라보던 아이가 자라서, 망망대해 위에 리차드 파커와 함께 그 자체로 우주의 일부가 되어버린 장면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보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은 영상미. 남들이 추천할 때 부지런히 움직여서 아이맥스로 볼걸. 일반 3D도 나쁘지 않았지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1. frankie 2013.02.05 14:02 신고

    일년 전쯤 책을 멈췄었는데
    영화를 급 보게 되어서 멈춘 책을 다시 읽다가 간신히 끝내고.
    멋진 이안감독님
    마지막 부분이 넘 슬픔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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