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의 비용 - 10점
크리스틴 포래스 지음, 정태영 옮김/흐름출판

재벌 패밀리의 갑질을 비롯 온갖 갑질이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요즘, 굉장히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까. 무례함이 어떻게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그렇다면 조직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인데 개인이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계발서로서도 손색없다.


P에게 투덜거리기도 했는데, 내가 이책을 읽으며 참 스트레스가 컸다. ㅋㅋ 나 너무 무례하게 살아온 거 아닐까, 라며 자책하느라고. 하아. 내 안에 화가 너무 많은 닝겐이라서요. ㅠㅠ


이 책은 시작과 마지막에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무례함이 곧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포장되고, 정중함은 ‘약해빠진’ 것으로 치부되는 세상의 고정관념과 달리 정중함은 힘이 세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중한 사람은 정중하기 때문에 성공한다. 흔한 고정관념으로는, 약해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정중함과 성공이 인과관계. 만약 무례한 사람이 성공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 되는 셈.


그런데 참 곤란한 것이 정중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하기엔...책에 소개된 것처럼 아래와 같은 사례도 있는 것.


아이오와대학교 닝리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이상으로 동료들을 돕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팀원’ 한 사람이 나머지 팀원들 전부를 합한 것보다 성과에 더 많이 기여했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난 ‘스타’ 협력자들의 공로를 완전히 인정하는 조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협력적인 기여자들 중에서 최고 성과자로 인정받는 경우는 50%에 불과하고, 조직 내에서 스타로 통화는 직원들 가운데 20% 정도는 동료들을 돕는데 인색하다. 이들은 자신은 탁월한 성과로 각광받을지언정, 동료들의 성공을 돕거나 증폭시키는 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반면 탁월한 협력자들은 온갖 요구에 짓눌려 탈진하는 경우가 많다. 20개 조직들에 걸친 사업 부문별 리더들에 대한 데이터를 살핀 결과, 탁월한 협력자들이 가장 낮은 몰입도 및 경력 만족도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탁월한 협력자들은 조직을 떠나고 만다. 그러면 이들이 보유한 지식과 인간관계 능력도 함께 사라지는 셈이다”


뛰어난 협력자임에도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탈진해있는 이를 알기에 참 ‘맴찢’이었던 대목. 조직이 어떻게 정중함을 원칙으로 세우고 직원을 교육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러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아직은 위계가 우선인 우리나라 조직에서 이런 시스템을 수용하려는 곳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긴 한데... 수용하려는 시늉만 해도 엄청 선진적이라며 칭송받지 않을지...

나야 조직을 운영하는 자가 아니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머리에 담고 내 주변 사람에게 정중히 대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이나 열심히 하도록 하자... ^^;


마지막 문장에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고 썼다. 차갑게 분노하라는 게 어떤 뜻인가?


분노하되 냉정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많다. 관련된 책도 사고, 노란 리본도 단다. 페이스북에 세월호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좋아요'도 누른다. 그런데 기사를 읽지는 않는다. 책도 사서 꽂아만 둔다. 태도는 실천이 아니다. '나는 이만큼 도덕적 인간이야'에서 멈춰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냉철한 자세로 새 정보를 습득하고 행동에 나서는 데에 <거짓말이다>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태도는 실천이 아니다,라는 짧은 문장을 읽자마자 부끄러움에 떨군 눈길이 갈 곳을 잃었다.


태도는 실천이 아니다.



인터뷰 전문은 여기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독창성의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전에는 결합된 적이 없는 두 가지를 결합하면 됩니다. 도시에 대한 에세이이면서 몇몇 외국 작가들―플로베르, 네르발, 고티에―이 그 도시를 어떻게 봤는지, 그리고 그들의 관점이 일련의 터키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쓴 『이스탄불』을 보세요. 이 책은 이스탄불의 낭만적 풍경의 발견에 대한 에세이 형식이 결합된 자서전입니다. ...


위는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도입부.

아래는 《작가란 무엇인가 1》 오르한 파묵 인터뷰 중에서.


변화와 창의성.

주간경향에 실린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황현산, 정산 평론가 형제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발췌한 부분을 읽고, '잘 늙는 법'에 대한 해답을 다소 얻었다. 

《밤이 선생이다》는 아직도 '보관함 리스트'에 머물러 있음. 좀 사서 읽어야 할텐데.


전문 링크: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505121343491&code=116


현산 선생님, 올해 칠순이신데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될 만큼 사유가 젊으십니다. 선생님처럼 현명한 어른으로 나이 먹고 싶은 게 제 소원인데요, 어떤 생각을 하고 실천하며 살아야 할까요.


“얼마 전, 광화문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나보다 나이 많았어요. 어버이연합 집회 현장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기사분이 말씀하시기를, 나이가 들면 몸도 머리도 젊었을 때만 못한데 고집이 세어져서 문제라고…. 몸과 정신이 쇠하면 그걸 자각해야 합니다. 늘 책을 읽고 다른 사람 말을 듣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결국은 삶의 태도가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나이라는 권력으로 쇠한 것을 메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듣는 연습을 해야 하고, 토론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게 바로 노망든 것이겠지요.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고 말한 사람이 60대 이상에서 65%였다고 합니다. 늙으면 모든 것이 지겨워지는 법이지요. 이어서 치매가 오고 저 자신이 지겨운 인간이 되게 마련입니다. 사실 60대 이상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행했던 사람들입니다. 어린 날을 전후의 굶주림 속에서, 젊은 날을 군사독재의 억압 속에서 보냈지요. 사는 것이 상처였어요. 노인층의 보수화는 이 상처에 대한 자기치유법인지도 모릅니다. ‘사는 게 다 그렇지’라는… 좀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배우기를 그치지 말고 참신하게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전 글에 《대화》를 통해 두분의 대담을 읽은 바 있어 내용이 익숙하다고 적었는데, 오늘 나란히 놓고 보니 아예 같은 내용이다. 다른 점이라면 법정스님 열반 후 최인호 작가가 병환 중에도 길상사로 문상을 다녀온 소회가 '들어가는 글'과 '나오는 글'에 나뉘어 적혀 있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인 책을 다시 읽어서 별로였냐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이런 기회로 새롭게 읽고 새롭게 밑줄을 그어 마음에 새기기도 하였으니까. 예전에 밑줄을 치지 않은 곳에 새삼 밑줄을 그은 부분을 견주어보니 내가 지금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고민하는지 알게되기도 한다. 책을 읽고서 인상적인 대목이라며 P에게 이야기했던 부분들을 적어둔다.


최인호

그런데 스님, 기독교에서 용서한다는 말도 하잖아요. 진짜 용서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요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면, 진정한 용서라는 개념에 대해서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요?


법정

용서라는 말에는 어딘지 수직적인 냄새가 나요. 비슷비슷한 허물을 지니고 살아가는 중생끼리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겠어요. 용서라기보다는 서로가 감싸 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용 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갈등이나 집단적인 대립도 이 관용 정신에 의해서 극복될 수 있습니다. 관용은 모성적인 사랑의 극치라고도 할 수 있어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최 선생께서는 용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인호

기독교에는 '주님의 기도'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도가 있는데, 그중의 핵심이 '우리에게 잘못한 일을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라는 구절입니다. 우리가 남을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도 우리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것을 오랫동안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영혼의 새벽》이라는 소설도 썼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너무 힘든 일이라고 봅니다.

...(중략)...

저는 '내가 미워하고 용서할 수 없는 저 사람이 하느님으로부터는 용서받은 존재이다'라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용서라고 봅니다. ...(중략)... 그런데 여기에는 '나같은 사람도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존재로구나'라고 깨닫는 일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회개이겠지요. 뉘우침이 전제되었을 때 '나 같은 사람도 용서받았고 내가 미워하고 증오하는 저 사람도 용서받은 존재이니 서로 미워해서는 안되겠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는 겁니다. 이때 우리에게 용서의 기쁨이 다가올 수 있죠. 이건 가능한 얘기입니다.


최고의 용기는 용서를 구하는 것 - 베풂과 용서, 종교

157~162쪽


P가 듣고서 성경에서 '용서하다'라는 해석되는 부분의 희랍어 단어를 찾아주었다.


법정

... 소수를 위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데, 그건 행복일 수가 없어요. 행복에는 윤리가 전제되어야 해요. 저 혼자만 잘산다고 해서, 저만 맑고 투명한 시간을 누린다고 해서 행복이 될 수 없거든요. 남들이야 어찌되었든 아랑곳하지 않는 행복이란 진짜가 아니에요.


어지러울수록 깨어있으라 - 시대정신에 대하여

113쪽


P는 물었다. '행복의 전제가 윤리라면, 윤리의 전제는 무엇인가요?'


지난주에 들렀던 강남 교보의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이 책이 에세이부분 1위에 놓인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느 부분에 밑줄을 그었을까. 법정과 최인호가 지식인과 지성인에 대해 대화하며, 아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을 그들도 읽었을텐데, 이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있을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까.


법정

참된 지식이란 사랑을 동반한 지혜겠지요. 반면 죽은 지식이란 메마른 이론이며 공허한 사변이고요.


최인호

네, 스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참된 지식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요.


법정

우리에게 필요한 건 냉철한 머리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입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이웃에게 끝없는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일을 거들고 보살피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박학한 지식보다 훨씬 소중하지요. 하나의 개체인 나 자신이 전체인 우주로 확대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으로 - 참 지식과 죽은 지식

135~136쪽


제목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금언으로, '나오는 글'에 적혀있다.



언제부터 분 열풍인지는 모르겠지만 또래 사이에, 혹은 블로그 서평에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의 만화가 자주 언급됐다.

그렇게 좋은가? 궁금은 했지만, 왠지 그림이 성의없어 보여서 (하하!) 보지는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만화가 아니라 에세이로 마스다 미리의 작품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다.


최초의 한입 - 10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연희 옮김/라미엔느


우선은 아이디어가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억 속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

읽으면서는 좀 실망했는데, 그건 내용에 대한 실망은 아니었고 글의 스타일에 대한 실망이었다.

아마도 만화를 먼저 봤다면 괜찮았겠지. 에세이스트라기 보다는 만화가이니까.

문장이나 문단이 엉성해서, 문장 자체를 읽는 기쁨은 없는 편이었다.

작가 혼자 삼천포에 빠졌다 돌아오기도 해서 정신없는 글도 있다. (ㅎㅎ)


그런데, 엉성함에 적응되어 갈 때쯤 내가 빙긋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 마스마 미리의 매력이란 꾸밈없는 진솔함이구나.

왠지 부끄러워할만한 일화나, 놓치기 쉬운 자잘한 느낌들을 잘 포착해서 솔직하게 적었다.

계속해서 '그래 이 느낌, 뭔지 알겠어'라고 속삭이며 읽게 된다.

만화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역시 비슷한 느낌일거라 짐작한다.


결국 공감을 사는 좋은 글이란 세심한 관찰과 진솔함에서 시작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탄산은 라무네보다 강하게 톡톡거렸다. 코 주변까지 탄산이 튀어 올라와 간지러운 느낌이 났다.

  나는 이처럼 강한 자극의 콜라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워!"

  어린 나에게 '자극=매운 것'이었다. 친구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54쪽, '코카콜라' 중


 나는 뜯어 쓴느 캡슐 형태의 작은 액상 프림을 넣었다. 하나하나의 작업이 어른스럽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설탕 시럽을 잔뜩 넣었기 때문에 하나도 쓰지 않고 달달한 맛이 났지만, 어른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내 모습에 가슴이 크게 두근거렸다.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친구 다이애나를 오후의 차 모임에 초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앤이 어른들의 방식대로 친구와 차를 마시기를 동경했듯이 나 역시 커피를 마시는 어른의 분위기를 여전히 사랑한다.

63쪽, '아이스커피' 중


  그런 상품명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어쩐지 시시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시시하지만 그 시시함이 마음에 들었던 나는 매일 질리지도 않고, "오후엔 역시 홍차지~" 라고 말하며 학교 정원에서 오후의 홍차를 마셨다. 

  커다란 사이즈가 100엔(발매 당시에는 날씬한 캔이었지만 내가 처음 마신 것은 큰사이즈였다).

  떫지 않고 딱 좋은 달달함.

[...]

  나는 지갑 속에 오후의 홍차를 사기 위한 돈, 100엔만 찔러 넣고 학교에 갈 때도 종종 있었다. 전차나 버스는 정기권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현금은 100엔으로 충분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학생이나 되어서 나는 왜 오후의 홍차 값만 지갑에 넣고 학교에 다녔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 

  장래를 생각할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였던 그 시절.

  서양회화과를 전공해서 제대로 취직이나 할 수 있을가?

  그런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 속에서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유화 수업. 초조함과 느긋함 사이에서 마시는 오후의 홍차는 바로 청춘의 맛, 그 자체였다.

67-69쪽, '오후의 홍차' 중

*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였다.


  비행기 안에서 음료 서비스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승무원이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음료수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짜라는 점이 어쩐지 득을 본 기분이라서 그렇다. 나는 비행기에 탈 때마다 항상 긴장한다. 언제, 어느 타이밍에 좌석 테이블을 내려야 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테이블을 지나치게 빨리 내리면 음료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 같아 부끄럽다. 하지만 승무원이 다가오기 직전까지 테이블을 내려놓지 않으면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사람처럼 어리숙해 보일까봐 걱정이 된다. 물론 내 고민이 쓸 데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76쪽, '차이' 중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1. mavis 2014.11.10 09:32 신고

    인기가 엄청난지 책이 쏟아지더라고요.
    전 처음 나온 만화만 좋았고 그 다음 작품들은...음....병원에 가보라고 하고플 정도의 강박이랄까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 사람 책이 많이 팔린다는건 그만큼 자기자신을 계속 약자/피해자이나 기특한 나 프레임에 두고싶어하는 태도를 반영하는건가 싶기도 한데 ㅡ 적다보니 꼬입니다 ㅎㅎ

    도서관에도 들여놓은 곳 많으니까 빌려서 읽어보세요. 구매는 비추.

    회화과 다녔다는 부분에서 놀랐어요.

    • 네르 2014.11.10 10:21 신고

      네. 처음엔 만화가 줄줄이 나오더니 이제는 에세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대요. 저는 그냥 일기장 읽는 기분으로 봤어요. 흐...;;;
      진짜 회화과 나온 게 놀랍죠? 그림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저도 만화를 사서 볼 마음은 전혀 안들더라고요. (요샌 아예 책구매를 안하기도 하지만...) 근데 인기가 있는 이유를 글 보면서 조금 알것도 같았어요. 더 보지는 않을거 같지만... 남들 리뷰로 이미 다 파악해버린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라서. ㅎㅎ 만화은 몰라도 에세이는 진짜 글맛이 너무 부족..



연애소설읽는 노인

저자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9-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중남미 포스트붐 세대의 선두 주자이자 1990년대 라틴아메리카 ...
가격비교


최고의 환경소설답게 인간과 환경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으나,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는 모습이었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44~45쪽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연애소설을 읽으며 곤돌라가 뭔지 상상하는 장면, '뜨거운 키스'가 무엇인지 궁리하는 장면들도 깨알 재미.


최근에는 여러가지 책을 동시다발로 읽다가 결국엔 어느 것도 끝을 보지 않고 잊는 경우가 많다.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도 그런 책이었는데, 요새 다시 보고 있다.
소설책도 아니건만 옛 선비의 글에 빠져 넋 놓고 읽게 된다. 위의 인용은 200쪽.

지하철에서는 전자책으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 를 읽고 있다. 영화와는 완전 다른 작품이다. 내 사랑 데니스(-_-;;;)의 흔적이 책에는 거의 없어!! 다 읽으면 따로 포스팅 하고 싶다.
  1. 2013.09.02 00:06

    비밀댓글입니다

    • 네르 2013.09.02 10:16 신고

      으하하하. 아 그 감상 이해되네요. 저는 영화 첨 볼 당시에 매독이 뭔지 몰라서 찾아본 기억이 있습;; 이게 뭐래는거니! ㅎㅎ

      열린책들이 세계문학전집 어플을 내면서 오픈파트너를 모집했었어요. 일단 iOS에서만. 일종의 베타테스터인데, 목돈이 좀 나가긴 했으나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읽을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거. 지금까지 전자책으로 나온 것만 160여권이거든요. 언제 다 읽죠 ㅡ_ㅡ

  2. 따즈 2013.09.02 17:38 신고

    편지의 해로운 점은 역시 문장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 문장이 이상하면 의문점이 너무 많아서 깊은 뜻을 깨우치기는 커녕, 패닉에 빠질지도. 저 글을 보고 있으니 내 편지상자 버려야할 것 같아.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 아직 갖고 있는데, 어디 가서 불살라 버리고 싶다. 연애편지들은 애저녁에 처분했으니 불까지는 안질러도 되나; 여간 다 짐스러.
    저 책 읽었는데 기억나는 게 없네. 흑.

    • 네르 2013.09.02 23:30 신고

      난 편지는 어설픈 문장 가득해도 그냥 좋던데. 정작 문제는 내가 보관중인 남의 편지가 아니라, 누군가가 보관중일 내 편지겠지.... 니어링은 자기가 보낸 편지의 사본을 더 가지고 있었나보던데. 내가 과거에 뭔 내용의 편지를 써보냈을지 가끔 궁금해.

      사실 저 위의 발췌문은 서로 공부하는 내용을 가지고 주고받는 편지에 국한된 내용이야. 우리 스트레스 받지 말자. 하하하하하하하-



마주 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

저자
박문희 지음
출판사
보리 | 2009-04-15 출간
카테고리
가정/생활
책소개
아이들 말을 으뜸 자리에 두고 20년 가까이 마주이야기 교육을 ...
가격비교

저자 박문희는 방배동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선생님이다. 이오덕 선생의 영향을 받아 '살아있는 말'로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오덕 선생의 글이 책 초반에 인용되어 있는데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근사한 글이 되도록 쓸까 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말이 될까, 살아있는 말이 되도록 쓸까 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글 가운데서 말을 가장 잘 옮겨 놓은 글, 아니, 말을 그대로 적었다고 할 수 있는 글이 소설이나 동화에 나오는 마주이야기(대화)

우리 문장 쓰기, 이오덕, 33쪽

18쪽에 인용된 것을 재인용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을 못 하게 하고, 그저 듣게만 했지요? 집에서는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 하고, 학교 가면 "선생님 말 잘 들어. 너, 선생님 말 안 듣고 뭐 해?" 이렇게 듣기만 하다가 집에 오면 또 "너 왜 그렇게 엄마 말 안 듣니? 엄마 말 안 들으면 집 나가!" 이렇게 아이들은 가나오나 어른들 말을 듣기만 해야 하지요. 이렇게 아이들은 말을 빼앗기고 삶을 빼앗기고 그저 어른들이 주는 말만 앵무새처럼 외우면서 시들어 가고 있는데도 우리 교육은 이런 교육이 가장 좋은 교육인 양 떠들고 있지요.

19-20쪽

마주이야기라는 게 있다고 알고만 있다가, 최근 주변 지인들이 육아 땜에 고민하는 것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아니 경험도 없는 내가 무슨 도움을 주겠다고?) 책을 선물하는 김에 나도 읽었는데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다. 말을 빼앗긴 아이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서. 왜 주부들 프로그램 보면 '우리 남편은요 애 좀 보라고 하면 정말 옆에서 물끄러미 보고만 있어요'라고 아줌마들이 흉보곤 하는데, 오늘날 부모들이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중요하다고 하니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아이들한테 이것시키고 저것시키고 하기싫은 것 억지로 시켜놓고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엇나간다고. 물끄러미 보는 것이 애보는 일이 아니듯,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시키는' 것이 관심이자 관찰이 아닐 터. 아이들이 하는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느냐가 결국은 마주이야기의 시작인 셈이다. 우리 아이가 뭘 잘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시켜보는 게 아니라, 지켜보고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엄마 이것 좀 봐, 여기 좀 봐.' 하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늘어놓기 마련이니까.

인용된 아이들의 대화가 엄청 재미나다. 아, 어쩜 이런 생각을! 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대목도 있다. 

근데 이거 남의 애들 얘기라 귀여운가? ㅎㅎㅎㅎ 


이 책을 읽다보니 부작용..
책내용이랑 상관없이... 이오덕 선생님 일기 세트
 뽐뿌가 강력하게 온다는? 얼마나 살아있는 말로 글을 쓰셨겠냐는!
세트 참 폼난다!


이오덕 일기 세트

저자
이오덕 지음
출판사
양철북 | 2013-06-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오덕이 남긴 42년의 기록, 이오덕 일기의 탄생 과정 크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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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즈 2013.07.27 11:09 신고

    저 일기세트는 참 탐나;;; 센스있는 저 케이스는 책을 읽어본 사람은 다 공감할 듯. 케이스에서 책을 뽑고 꼽는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 네르 2013.07.27 12:22 신고

      그치 탐나지... 어느 서점이든 할인행사같은 거 하면 그때 질러야.....될까? ㅎㅎㅎ 미리보기로 좀 읽어봤는데 좋더라구.

    • 따즈 2013.07.29 09:10 신고

      나온지 얼마 안되고 저 책 내면서 할인해서 팔 마음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저 출판사는 잘 모르지만. ㅎㅎ 셋트는 오만원이 넘으니까 인터넷으로 사면 이천원 더 할인 받잖아! 그냥 질러? ㅋㄷㅋㄷ



뜻으로 본 한국역사

저자
함석헌 지음
출판사
한길사 | 2006-01-2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함석헌이 삼십대 초반(1932∼1933) 「성서조선(聖書朝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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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선물.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함석헌 선생의 종교가 나와 달라 중간까지 간혹 물음표를 던져가며 읽었지만, 종장에 가서는 끄덕끄덕하며 읽었다. 어렵사리 읽어낸 지금, 우리의 지난 역사에 마음이 다시 한번 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또 한번 숙고하게 된다. 

함석헌 선생이 말하는 이 땅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 이며, 그 고난의 이유는 자기를 깊이 살피고 돌보지 않음에 있다. 시기에 따라 이 땅의 사람들을 일깨우고자, 불교가 들어오고 유교가 들어오고 천주교가 그리고 기독교가 들어왔으나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함석헌 선생이 세상을 뜨고 지금까지 우리의 고난의 역사는 아직도 진행중이며, 고난을 통해 우리를 일깨우려는 하나의 '진리' '뜻'대로 살기 위해 우리는 '자기'를 깊이 살피고 '지'와 '덕'을 닦아야 하겠다.

모든 것이 내게, 자기에게 있지 않나? 불교도 유교도 그 나 찾음을 가르친 것이 아닌가? 나를 잊은 유교로 나를 잊은 불교를 바꾸어놓아도 소용이 없다. 고려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원인은 아직도 나 찾을 생각을 아니한 데 있다. ... (중략)... 유교를 배운 것이 아니라 유교의 종이 되었고, 유교의 종이 된 것 아니라 중국의 종이 되었다.

나 하나를 잃어버리면 모든 귀한 이, 어진 이의 말도 거짓이 될 뿐이다. 천하에 거짓으로 나라가 될 리 없다. 고려의 실패만 아니라, 통히 우리 고난의 역사의 근본 원인은 나를 깊이 파지 않은 데 있다.

185쪽

사람이 가슴속에 한 조각 이상을 품고, 거기 가기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을 때까지는 산 사람이고, 그 이상이 한번 죽어놓으면 살았어도 송장이다.

211쪽

...언제나 사회가 발전하는 힘은 중산계급에 있다. 그들은 밑의 가난한 층같이 지나친 고역에 힘이 빠진 것도 아니요, 위의 특권층같이 썩은 것도 아니요, 생활의 여유를 가져 사상할 자유가 있고, 일을 할 경제적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아래 계급에 대하여는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고, 지배계급에 대하여는 억제하고 싸우는 작용을 하여, 지배·피지배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나빠지지 않도록 하며, 사회를 움직여나간다. ...

384쪽

학교 교실에서만 위엄이 있고 그밖에만 나가면 아무 힘이 없는 그리고 전쟁판에만 나가면 반대가 되어버리는 그런 따위 도덕은 이 앞의 역사에서는 소용이 없다. 성당·법당 안에서만 경건하고 눈물나고, 나오면 곧 말라버리는 그런 믿음,우주 하나를 찢어 열 개 스무 개로 만드는 종교, 몇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불쌍한 사람을 영원히 가두어두려고 지옥을 마련하는 종교, 그런 따위 귀족주의 종교는 이 앞의 역사에는 소용이 없다.

485쪽

밑줄을 그은 곳은 더 많지만, 일단 단락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곳만 정리함.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저자
제레미 머서 지음
출판사
시공사(단행본) | 2008-01-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공산주의자, 삼류시인, 범죄자에게 쫓기는 기자 센 강변의 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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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기 좋은 곳, 바로 그 고서점을 스쳐간 관광객 중에는 나도 있었다. 


2011년 5월의 빠리는 아름다웠지만, 그래서 외로운 장소이기도 했다. 루브르를 가득 채운 이국의 유적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지 않았다. 그들이 약탈자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모나리자 앞에만 빼곡한 관광객들 물결도 지겨웠다. 동행의 어리광에도 지쳤다. 식사를 하러 들른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은 외국 손님들에게 무관심한 편이어서 (관광객 호객을 아주 잘 하던 생미셸의 어느 가게는 제외) 불어 한 마디 못하는 소심한 여행자였던 나는 조금 주눅이 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 먹을 거 다 찾아 먹고 선물도 사고 다 했지만.

그 외로웠던 빠리 여행에서 마음 편한 시간을 보냈던 곳 중 하나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였다. 많은 관광명소중에 유일하게 찜해놓고 간 곳이기도 했다. 나는 영락없는 관광객 차림으로 책을 들추기보다는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바빴기 때문에 그곳의 다른 관광객 혹은 독서가 혹은 작가 지망생들과는 말 섞을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보다보니 그곳에 항상 죽치는 사람들 눈에 내가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관광객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빠리에서 외로웠던 이유는 그 많은 문화 유적을 보고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만큼 무식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더 많이 알았다면 더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서점에서도, 내가 책을 좀 더 사랑했다면 여기가 더 각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 책에서 지저분하게 우글우글 모여있는 사람들이 딱히 부럽진 않지만(! ㅎㅎ) 마음 한켠에 여전히 낯선이들이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로망으로 품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것도 그래선가.) 


곧 조지는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읽을 줄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선언하면서 '타운턴 북 라운지'를 열었다.

P.44 


"사람들은 다들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돈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요점이 뭐야? 가능한 한 적은 돈으로 살면서 남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톨스토이을 읽거나 서점을 운영하면 왜 안 되는 거지? 전혀 말도 안 되는 불평이야."

P.149 


슬픈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마쳤을 때 커트의 눈에는 정말이지 눈물 자국이 있었다. 그렇지만 커트가 양손 엄지와 검지로 카메라 프레임 같은 사각틀을 만든 뒤 자신이 호텔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릴 때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캐리 그랜트 영화같았어."

P.175 


어두웠던 내 세계믄 갑자기 장대한 긴 띠로 빛나기 시작했고, 나는 내 새로운 지식에 대한 어지러운 자신감과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 지식을 얻지 못했다는 음울한 자괴감 사이에서 흔들렸다.

P.211 


"있잖은가, 작가가 되려면 삶을 사랑해야 하네. 그리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보다 삶을 사랑하기에 좋은 곳은 없지. 여기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어. 책도 읽을 수 있고 아름다운 여자들도 만날 수 있지. 이런 장소를 충분히 즐기게. 세상에 이런 곳은 흔치 않으니까."

P.281 


인생이란 많은 분자의 춤일 뿐이야

P.303


  1. 따즈 2013.01.02 11:16 신고

    우글우글! 언제나 배경지식은 아쉽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 네르 2013.01.02 11:58 신고

      앞으로는 메모도 잘 하고, 잘 기억해 보려구.

하지만 이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사회 내의 권력 가진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배울 수 있고 지난번에 잘 안 통했던 것을 더욱 가다듬어 다음번에는 통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은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풍부하게 갖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쪽 사람들은 잘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운동을 조직하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시위, 항의편지 쓰기, 모금 활동 등을 조직하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사람의 이동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일을 최초로 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여 요령을 터득하지만 그 후에 탈진하여 그만 다른 일로 넘어가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하여 비슷한 관심을 가진, 그러나 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일을 하려고 하면 처음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모임은 어떻게 조직하지? 전단지는 어떻게 돌리지? 이것은 언론을 접촉할 만한 일인가? 어떤 방식으로 언론을 접촉해야 하지? 여러분은 안정된 민중의 기관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을 여러 번 조직하면서 체득한 이런 요령들이 공동의 지식으로 편입되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운동이 좀더 통합되어 있고 연속성을 갖고 있다면, 운동에 도움을 주고 개선시킬 수 있는 공동의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공동의 지식을 갖고 있고 그것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17세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소적인 전투의 한 부분입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초창기로 되돌아가 보면 여전히 같은 갈등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민중은 그들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고, 반면에 권력 가진 사람들은 민중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애썼습니다. 개인적 권력의 중추부를 해산시키고 민중이 사회의 중요한 결정--가령 무엇을 생산하고 무엇을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통제하게 되는 그 날까지, 이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물론 지나온 과정에서 승리도 있고 패배도 있었습니다. 지나온 일들을 되돌아보면 갱스터·살인자·앞잡이들이 승리를 거둔 경우도 있고, 반면에 민중이 그들을 제지하고 그들의 승리를 제약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도움을 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낙관론이냐 아니면 비관론이냐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벌어지는 일을 유심히 살피면서 그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2], P.108-109

아마 운동을 조직하는 요령이나 방법론의 전수에 대해서 지금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밑줄.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9-1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리스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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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지식인의 서재' 한켠에 보면 지금까지 참여한 명사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은 책 TOP 10을 추려놓았다. 그 중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 언제고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고 사두고서는 늘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책의 두께 때문이었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작가에 대한 지식 없이 책을 읽다가 책에 붓다에 대한 언급이 많아 굉장히 놀랐다. 읽기를 중단하고 작가 약력을 잠시 훑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불교에 깊이 심취하였고, [붓다]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조르바가 '책벌레' 혹은 '펜대 운전수'인 "나"에게 던지는 말들은 모아 보면 불교 선승들의 선문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유럽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간간히 잊을만큼.

조르바는 삶을 그야말로 온 몸으로 살아서 깨우쳐가는 사람이다. "나"는 요새 유행하는 말로 세상을 '글로 배웠어요'라고 말할 사람. '글로 배웠어요' 광고 시리즈가 헛웃음을 유발하는 그 지점과 화자 '나'가 자신의 삶을 회의하고 괴로워하는 지점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김정운 교수가 이 글의 감상문을 의뢰받고 재독한 뒤 일본으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던가? 그 심정이 이해간다.

먼저 먹읍시다. 먼저 배를 채워 놓고 그다음에 생각해 봅시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지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P. 54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

P. 82

"말썽이 생기는 건 질색이에요!" 내가 짜증으로 응수했다.
내가 짜증을 낸 것은, 내 내부의 욕망 역시 암내를 풍기며 지나간 그 탄탄한 몸을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썽이 질색이라고!" 조르바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어디 좀 들어 봅시다. 두목이 원하는 건 도대체 뭔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산다는 게 곧 말썽이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조르바가 계속했다. "......죽으면 말썽이 없지. 산다는 것은...... 두목, 당신,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삶이오!"

P. 150-151

그리스도가 나셨소, 우리 현명한 솔로몬이여, 죄 많은 백면서생이여! 세상 잡사 꼬치꼬치 따지지 맙시다! 예수님이 태어났어요, 안 났어요? 물론 태어나셨지...... 그런데 왜 멍청하게 앉아 있어요?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 (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디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 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P. 175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P. 317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P. 329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P. 335


  1. 2012.09.07 09:59

    비밀댓글입니다

    • 네르 2012.09.07 10:36 신고

      웅. 읽어봄직.
      난 관촌수필을 읽어야겠다. 꽤 오래 책장 장식중.
      이상하게 진도내기가 어렵더라구.



행복할 권리

저자
마이클 폴리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1-04-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들을 위해 생각의 지도를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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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님 블로그에서 인용된 글들을 읽고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다. 좋은 책이었다. 마이클 폴리가 지적한 현대인의 심리가 너무 이해가고 공감이 가더라. 현대인의 심리란, 국적 불문 연령 불문인가 보다. 


이 책을 요약하려고 찬찬히 생각해 보니 제일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책임 회피'이다. 현대인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사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본인을 희생자의 위치에 놓으려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기의 권리는 주장한다. 이 말은 마치 자기를 너무 아끼고 과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달리 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


또 늘 '가능성'을 믿고 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다. 이 '가능성'의 문제는 나의 노력으로 일구는 미래가 아니라 그저 막연한 욕심이라는 데 있다. 나는 마냥 현실에 투덜대면서 '장미빛 미래'를 기다릴 뿐이다.  


가능성에 대한 숭배는 항상 뭔가 더 나은 것이 미래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일종으 탐욕이다. 하지만 가능성의 마법은 미래에 마법을 거는 대가로 현제에 대한 환멸을 요구한다...... 진정으로 흥분할 만한 일은 오로지 다음번에 있을 큰 건수이다. 현재는 실망스러운 것이고, 다음번 연인 다음번 직업, 프로젝트, 휴가, 행선지, 식사가 무엇보다도 귀중해진다. 그리하여 문제가 생기면 도피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해결책이 된다.


그러므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삶의 부조리함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거리 두기, 생각하기 (=명상), 과정에 의미를 둘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동서양 철학가와 기타 예시를 두루두루 섭렵하는 솜씨가 놀라운데 그중에도 동양 철학 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놀랐고 즐거웠다.


사족.

전자도서관에서 빌려서 완독한 첫 책이다.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어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이 따로 있는데 아이패드용은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건지 책갈피 기능이 무용지물이다. 책갈피를 체크할 수 있으면 뭐하나, 나중에 거길 찾아갈 방도가 없는데!!! 인용문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일일히 찾으려니 너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포기. 흥!!!!

아이폰용 어플에선 책갈피 목록으로 찾아가는 게 가능하다. 결론은 교보문고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으려면 아이폰을 써야겠다는 것. 


  1. mavis 2012.08.14 23:24 신고

    뿌듯 ㅎㅎㅎ

    전 이 책에서 불교 설명한게 이해가 쏙쏙 되더라고요(작가가 중국시 번역도 하고 그래서 더 그런듯). 게다가 서양쪽에서 자꾸 명상이 만병통치약이고 명상만 하면 트라우마 다 해결된다고 신봉하는 책들만 접했는지라 싫었는데, 이 책은 좌뇌에는 탁월하나 우뇌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는것도 좋았어요.

    교보 어플 유명해요 ㅎㅎㅎ 볼륨키로 페이지 앞뒤 이동 못하는게 제일 짜증나고요 ㅡ.ㅜ (제 리더기는 터치가 잘 안먹어요) 대신 대출연장이 가능해서 좋고요. 그런데 폰으로 보기 불편하잖아요....고생하셨습니다.

    얼마전 어느 심리학교수가 우리도 외국처럼 심리학을 교양필수로 해야한단 주장을 하더라고요. 뭐 밥그릇 때문이라고도 느껴지기도 했지만, 교양으로 깔고 가는게 그래서인가 싶기도 했어요. 전 라깡을 좀 파보고 싶은데 도서관에 없음!!! 지푸라기라도 잡고픈맘에 심리학을 파다가, 결국 세계관의 문제인가 철학이 답인가 싶어서 그쪽으로 시도해보다가 다시 심리학책을 읽게되고...뭐 그렇게 반복하면서 좀 지평이 넓어지고 있단 느낌을 받는 요즘입니다. (넓어는지고 있어요, 실천이 어려워서 그렇지) 더불어서, 왜 이런 중요한걸 요즘 알았을까 20대때 이런쪽으로 많이 쌓아놨으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고요.

    • 네르 2012.08.14 23:48 신고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
      저는 심리학 뿐 아니라 철학, 역사, 다 부족해서 요새 정말 공부 열심히 하지 않은 거 후회해요. 그래서 인문학강의 파일같은 거 무료로 공유되어있는 거 짬짬이 찾아듣고 책도 보고 하는데요. 어렵더라구요. 혼자 공부하는 거. 그래도 꾸준히 해보려구요. 교양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ㅠㅗㅠ

      교보 어플 개발한 사람은 뭔 생각인지. 제가 소설을 안 읽는 편인데 전자책은 오며가며 소설읽는 데 써볼까 해용. 메모해가며 읽는 책보다는 소설이 나을 듯 해서요. ^^


김훈의 수필이 좋다는 얘기는 들은지가 오래되었는데 예전에 읽은 [자전거 여행] 2권이 썩 와닿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읽지 않았다가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 좋았다. [자전거 여행]도 다시 읽으면 새로울 것 같다. 아마 그땐 문장에 적응을 못 했었는지도.

김훈은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다. 자기 주관은 확실하지만 남에 대해서는 섣불리 얘기하려고 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지만 그걸 강요하는 수준은 아니랄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요새 하도 셜록을 봐서 그런지 셜록 대사가 생각나는데 '보다'와 '관찰하다'의 차이랄까. 영어로 따지자면 see 와 observe 의 차이. 김훈은 시시각각 모든 걸 관찰하는구나. 산책하며 걸음을 한 발자국씩 뗄 때도, 앞서 걷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때도, 연장을 사용할 때도, 시위 현장에 나가서도, 월드컵 응원 광풍의 한 가운데에서도, 늘 자기 자신을 그리고 주위를 관찰하고 글을 남겼다. 

책 꽁무니에 붙은 인터뷰가 김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유난히 짧은 호흡의 문장이 많은 것도 이해하게 되고, 구구절절 풀지 않고 함축해 놓은 문장들 뒤에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지 상상하게 된다. 

나는 몸을 써서 하는 일에 익숙지 못하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자본론]의 각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무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망치를 들고 못을 박을 때, 못이 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긴다. 톱으로 나무를 자를 때, 톱 지나간 자리가 가지런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나는 창피하다. 삽으로 땅을 파서 김장독을 묻을 때, 삽날이 땅 속에 깊이 박히지 못하는 일을 나는 수치스럽게 여긴다.

P20,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개를 데리고 산보를 할 때, 나는 개 다리의 움직임에서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을 느낀다. 개 한 마리가 나에게 주는 행복만으로도 나는 오래오래 이 세상에서 살고 싶다. 개 다리가 땅 위에서 걸어갈 때, 개 다리는 땅과 완벽한 교감을 이룬다. 개의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다리가 땅을 밀어내는 저항이다. 개의 몸속에 닿는 이 저항이 개를 달리게 하는데, 이 저항이야말로 개의 살아 있음이다. 개 한 마리가 이 세상의 길 위를 달릴 때, 이 세상에는 놀라운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P22,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24시간 맞교대는 인간의 몸의 조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노동제도이다. 소나 말을 24시간씩 맞교대시킨다면 노동조건의 문제는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몸의 조건은 평등하다. 24시간 맞교대는 하루나 이틀이라면 몰라도 그 직업을 생애로 삼아야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제도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 자명함에는 이념이나 노선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진보이기 때문에 24시간 맞교대가 부당하고, 보수이기 때문에 그것이 타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보나 보수를 내세우며 말을 소비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노동제도는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것이고,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방식의 노동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더구나 국가가 그 방식을 제도화해서 시행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토록 분명하게도 부당한 것들의 부당함이 보이지 않도록 가로막는 것이 이른바 이념이라는 것이었을까. 다시 돌아온 취재현장의 아우성과 흙먼지 속에서 나는 난감하였다. 노선과 지향성을 입에 담지 않더라도, 인간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감수성만이라도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사회는 한 시대의 무지몽매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P120, '늙은 기자의 노래'


  1. mavis 2012.03.28 11:51 신고

    리더에 뜬 제목만 보고, 아 누구나 다 지겹구나! 이럼서 클릭했는데 그렇네요, 낯익은 제목이다 했더니 책 제목이었어요. 전 김훈 책 한 번도 안읽어봐서 이름만 아는데 이 글 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특히 첫번째 인용문 좋아요.

    • 네르 2012.03.28 16:53 신고

      네. 말씀하신 첫번째 인용 수필이 되게 좋았어요.
      제일 처음에 실려있어요.
      그 수필이 인상이 좋아서 뒤도 수월하게 읽은 것 같아요.

  2. frankie 2012.03.28 16:32 신고

    흠 조은데? 소설만 좀 보고는 손이 안가던데.수필 보이면 읽어봐야겠다.

    • 네르 2012.03.28 16:52 신고

      웅 수필 괜찮아.
      자전거여행도 지금 다시 읽으면 좋아질 것 같아서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

퇴사 전의 일이다. 

어느날 후배가 자기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내게 꼭 권해 주고 싶다는 거다.
어떤 책이길래 그렇게 '강추'하나 싶어서 나중에 빌렸는데 그게 바로 요새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였다. 우선은 그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협상의 6원칙과 12개 전략을 여기 적어둔다.

※ 6 원칙
  1.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라. 감정에 휘둘리면 협상을 망칠 뿐이다.
  2. 주어진 시간이 단 5초밖에 없다 해도 반드시 준비를 하고 말하라.
    협상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3. 협상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의사결정자를 찾아라.
  4. 누가 옳은지 따지지 말고 목표에 집중하라.
  5. 인간적으로 소통하라. 사람과의 관계는 협상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부분이다.
  6. 상대가 가진 지위나 힘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그러면 이따금씩 상대가 당신을 도와주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 12개 전략
  1. 목표에 집중하라.
  2.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협상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강압적 수단을 쓰지 않고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도록 만드는 것.
  3. 감정에 신경써라.
  4.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5.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6.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7.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8.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마라.
  9.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라.
  10.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11. 차이를 인정하라.
  12.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

저자가 말하는 협상론을 둘로 쪼개어 보면 '논리의 영역'과 '감정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어느 한쪽이 결여되어도 협상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경중을 굳이 따지자면 의외로 '논리' 보다는 '감정'에 무게감이 실리는데, '감정'의 영역이 다루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사람의 도리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청할 것, 화내지 않을 것, 자기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먼저 내어줄 것, 거짓말 하지 않을 것, 등등. 결국, Back to the basic.

후배가 나에게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아마도 6원칙 1번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자타공인 흥분녀!!!

씁슬하구만? 하하하.


  1. 배사마 2012.03.14 16:00 신고

    다 뜨끔한 내용 뿐이군용.


혹시 우리가 책의 홍수 시대를 맞이하여 안타까워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지능과 감수성을 발달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히 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오히려 몇 권의 책을 여러번 숙독하는 것임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아우구스티누스나 단테보다도 이미 더 많은 책을 읽었음을 그만 간과하고 있다. 즉 우리는 책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책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P.152 ~ P.153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자.
근데 사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지도 않잖아.
이건 죄의식을 가질 일인가?
어느새 올해 읽은 책 목록을 정리해야 할 때네.
  1. 따즈 2011.12.19 09:18 신고

    정말 책에 대한 죄의식은 하염없이 길게 줄 세울 수 있을 듯. 내 책장의 읽지 않고 쌓아두는 책들. 새로 눈 띄어 읽고 싶은 책들. 읽기 시작했지만 끝내지 않은 책들... 아. 정말. ㅠㅠ 내년엔 좀 뿌듯한 독서를 해야지;

    • 네르 2011.12.21 11:03 신고

      뿌듯한 독서 뿐 아니고 다른 것도 해야함. 열심히 해야함!!!
      힘내자.

    • 따즈 2011.12.21 15:40 신고

      웅 힘내서 성과를 내어보장!!


야금야금 읽고 있다.

나는 박애 정신이 받아야 할 찬양을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생애와 업적을 통하여 인류에게 축복을 가져왔던 모든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접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사람에게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 사람의 정직성과 자비심이 아니다. 이것들은 식물로 말하면 줄기와 잎사귀 같은 것들이다. 푸르름이 시든 식물은 병든 사람의 차를 끓이는 것 같은 천한 용도에나 쓰이며 주로 엉터리 의사들의 애용품이 되어버린다.

나는 사람의 꽃과 열매를 원한다. 나는 사람에게서 어떤 향기 같은 것이 나에게로 풍겨오기를 바라며, 우리의 교제가 잘 익은 과일의 풍미를 띠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의 '착함'은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흘러넘치되 아무 비용도 들지 않고, 또 그가 깨닫지 못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많은 죄를 덮어주는 은전恩典과도 같은 것이어야 한다.

P.110


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개 방 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놓인 거리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
P.194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참고할 만한 글귀 밑줄.



   '제행무상 (諸行無常)'은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행'은 존재를 뜻하고 '상'은 항상하다는 뜻이지요. 결국 '제행무상'은 모든 존재는 항상함이 없다, 곧 모든 존재는 변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 가르침을 어떻게 해석할 지는 생각하기에 달려 잇습니다. 무상과 허무를 잘못 이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존재는 고정되어 있는 실체가 없으므로 허무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무상한 존재인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떠나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지요.

   만약 내가 무상하지 않고 영원불변한 실체로서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허무할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더라도 나의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 되니까요. 이런저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마음공부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 됩니다.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만약 그렇다면 내가 결정할 몫은 사라지게 되니 나는 노력할 필요도 없고 할 일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제행무상의 가르침에 따르면 나는 무상한 존재입니다. 이 사실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의 행위가 나를 창조한다는 진취적인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과거에 집착할 것도 없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할 것도 없이 오직 바로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하면 됩니다. 열심히 할면서도 집착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 바로 이 가르침에 있습니다.

-p.39~40



1월에 밀란 쿤데라의 책을 두권 읽었었는데, 이제사 간략하게 메모해둔다. 두 소설 모두 공산주의가 몰락한 체코를 다루고 있는데, 등장인물이 체코에 계속 머무르고 있던 사람들 / 체코 밖으로 떠나간 사람들이라는 것이 다르다. 예전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읽을때도 어렵게 어렵게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체코의 배경을 알면 좋고 몰라도 크게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도 쉽게는 안 읽힌다. 시대에 배신당하고 역사에 농락되는 인물들의 좌절 같은 것. 이해는 가지만 공감은 안 가는 그런 것. 아직은 말이지.

이런 허영에 찬 말들 속에서 나는 내가 예전에 알았던 제마넥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의 내용은 나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제마넥은 예전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버린 것 같아 보였고, 만일 내가 현재 그의 주위에 살고 있다면, 원하든 원하지 않다느그의 편에 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끔찍한 일이었고, 정말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입장의 변화는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것이었으며, 오히려 그러한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사회 전체가 점진적으로 그런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마넥에게서만은 나는 그런 입장의 변화를 예상하지 않았다. 내 기억속에서 그는 마지막 보았던 모습으로 화석화되어 있었고, 지금 나는 그가 예전에 내가 알았던 사람이 아닌 다른 모습의 사람이 될 수 없다고 격분하여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략)...
나의 공포는 거기에서 온다. 이제 제마넥은 언제든 자신이 변했음을 (게다가 그는 방금 의심스러우리만치 기민하게 이 점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선언할 수 있고, 내게 용서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무어라 말할 것인가?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그와 화해할 수 없다는 것을 그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화해한다면 나의 내적 균형이 일시에 깨져버리리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 내 내면의 저울의 한쪽이 단번에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리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를 향한 나의 증오가 내 젊은 날에 닥친 고통의 무게와 평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가 이런 고통을 초래한 악의 화신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는 그를 반드시 증오해야만 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농담],p.372~373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는 것, 모든 나라들은 이러한 희생의 유혹을 알고 있었다. 체코인들의 적이었던 독일인들과 러시아인들도 그것을 알고 잇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민족이다. 그들의 애국심은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영광, 그들의 중요성, 그들의 보편적 사명에 열광한다. 체코인들이 조국을 사랑했던 것은 조국이 영광스러워서가 아니라 알려져 있기 않았기 때문이다. 조국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작고 끊임없이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애국심은 조국에 대한 커다란 연민이다. 덴마크 인들도 이와 유사하다. 조제프가 이 작은 나라를 망명지로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향수],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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