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마츠 다카코, 음악의 시간 [1]

마츠 다카코, 음악의 시간 [2]



자기 표현의 욕심이 없다. 자아가 넘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곡이라도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저 자신에게 흥미가 없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런 생각도 없고. 연극을 하다보면 그런 집착이 없어지더라구요.매 순간 자신의 힘을 어떻게 끝까지 쏟아 부을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죠.

이 때 중요한 게 '귀'에요. 음악 뿐 아니라 연극에서도 자신의 귀를 믿어야 하죠. 가령 연출가가 연기를 지적할 때 같은 말을 들어도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거든요. 연출가의 진의를 듣는 사람도 있고, 못 듣는 사람도 있죠. 그래서 저는 무엇이 옳은가 보다 어떻게 듣고 받아들일까가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작가와 스탭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느냐에따라 표현방법이 바뀌니까요. 어떻게 전달할까 보다 상대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모든 방향의 얘기를 분명하게 듣는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가능한 한 듣는 일에 더 집중하고싶어요.


작가나 청중의 생각을 깊이 소화한 후에 표현하겠다는 자세는 겸허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꽤 야심이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야심은 있지만, 제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제게 어울리는 방법이 아니에요. 작업 과정에서도 내 감정에 취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전혀 없구요. 배우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타고난 환경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저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저에게 표현 가능한 영역이 주어졌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그런 기회가 모처럼 주어진 만큼 함부로 하고 싶지 않다는 야심은 강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제가 할 수 있는 바를 모두 하면서 표현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관객과 청중은 물론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도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요. 무엇을 어떻게 하든, 그 현장에 있는 사람이 즐길 수 있다면 충분하니까요.


늘 제 자신에게 흥미가 없긴 했지만, 음악을 하며 제 자신을 알아가게 되었어요. 저 자신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한 건 아니지만 내면에서 솟아나는 감정에 형태를 입혀 목소리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 하니까요. 연령과 상관없이 음악가라면 모두 매번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거쳐 피나는 노력 끝에 음악을 탄생시킨다는 것도 알았어요. 저도 10년이 지나자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을 배워 익히는 것보다, 그것을 어떻게 덜어내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식이나 경험을 껴입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도려낸 후 곡 그 자체에 대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최근엔 가급적 힘을 싣지 않으려고 해요. 무대위에서는 모르는 사이에 힘이 들어가니까 그 밖의 시간에는 될수 있으면 힘을 빼고 심플하게 있고 싶어요.


올해 이른 봄 마츠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 멀리서 보면 소년 같은 모습, 화장기 없는 얼굴과 청바지 차림에서 쓸모없는 것은 덜어내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마츠 다카코가 10년에 걸쳐 자아낸 그녀만의 음악 세계는 심플하면서 풍부하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흐른다해도 결코 쓸려가지 않을 굳건한 심지가 느껴진다.


음악을 마주하며 10년을 지내보고서 결국 심플함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정도는 알게되었네요.(웃음) 앞으로도 오랫동안 스탠다드를 노래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나름의 사명감이랄까. 음악이든 예능이든 아무리 훌륭해도 계속 해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지니까요. 그런 소중함을 그곳에 있는 소중한 감정과 함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행복할거에요.


(끝)



[Time for Music] 2010 발매


위 기사 이후 발매된 앨범으로, 데이비드 캠벨이 편곡자로 참여.

5곡의 팝음악 커버 수록.


카펜터스의 'Rainbow Connection' 커버가 반가웠다.






힘을 빼고 노래하는 마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클립인 듯. [Time for Music] 수록곡 '500 Miles'

함께 연주하는 기타리스트가 남편 사하시 요시유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인천하늘 2017.11.27 15:42 신고

    잘보고 갑니다. 참 좋아 하는 일본 가수예요... 언제나들 들어도 설레네요.

    • 네르 2017.11.28 00:42 신고

      네 최근에 드라마 주제곡을 불러서, 며칠전엔 엠스테에도 나왔더라구요. 그 노래도 편하게 들을만 했어요. 함 찾아보세요. ^_^

차례


마츠 다카코, 음악의 시간 [1]

마츠 다카코, 음악의 시간 [3]


그 이후 10년, 배우를 하면서 동시에 음악인으로서 음반을 8장 냈고, 콘서트 투어도 3번 경험했다. 바쁜 와중에 뮤지션으로 이런 활동을 벌이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힘들었지만 역시 제가 하고 싶었어요. 음악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을 내고 들어주는 청중이 있다는 사실이 큰 이유가 되죠. 전에 릴리 프랭키씨를 만났는데, 제가 초기에 발표한 'キミじゃなくてもよかった'를 고속도로 운전 중에 듣다가 눈물이 나는 바람에 차를 갓길에 세우고 우셨다는 거에요. 그 노래를 듣고 왜 울지? 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기뻤어요. 데뷔 때 노래는 달달하고 귀여운 가사가 많아서 좀 부끄럽기도 하고 지금의 저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콘서트에서 데뷔곡인 '明日、春が来たら'의 전주가 흐르면 관중석 분위기가 확 밝아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10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곡이 있고 그걸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쁩니다.


(이쯤에서 들어보는 'キミじゃなくてもよかった' 릴리 프랭키가 왜 울었는지 생각해봅시다...(?))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는 사람. 청중과의 만남도 있지만 동료 음악가와의 만남도 빠질수없다. 스키마스위치, GOING UNDER GROUND 등 동시대 음악가뿐 아니라 오다 카즈마사, 다케우치 마리야같은 선배 음악가까지 좋아하는 음악가들과 협업하면서 뮤지션으로서, 인간으로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제작할 때 부터 정해놓고 협업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대화 중에 요새는 이런 음악을 즐겨듣는다고 얘기를 꺼낸 것이 협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소에 즐겨 듣던 사람들고 같이 음악을 만들다니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요. 남성과 협업한 경우가 많은데, 남자가 만든 노래가 여자가 쓴 것보다 로맨틱한 것 같아요. 제가 쓰는 가사는 현실적이거든요. '마츠 다카코가 쓰는 가사는 두줄만 보면 결론이 나온다'는 내용의 칼럼도 있었죠. 부끄럽지만 그 말이 맞아요. (웃음)
얼마전에 대담 건으로 와다씨(밴드'트리케라톱스'의 와다 쇼)를 만나서 함께 식사를 했는데, 그 다음날 머리 속에 멜로디가 막 떠오르는 거에요. 아마 와다씨와 얘기하면서 자극을 받았겠죠. 평소에 노래나 공연을 통해 뮤지션을 접히면서 많은 기와 영감을 받아요.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10년동안 정말 훌륭한 음악인들을 많이 만났어요. 프로로서 일을 확실히 해내면서도 음악을 상품으로 삼지 않는다는 프라이드가 있죠. 음악을 하려면 그런 분들 중앙에 서야하는데, 정말 긴장되고 책임도 무겁다고 느낍니다. 한편으로 그분들이 있으니 다 괜찮을거라고 안심하게 되구요.

최근엔 싱어송라이터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마츠는 직접 만드는 것 만큼 다른 사람의 곡을 노래하는 것도 소중한 일이라고 말한다.

직접 곡을 쓰고 부르는 것, 다른 사람에게 곡을 받아 부르는 것 모두 어렵고 재미있는 일이에요. 어느 한쪽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실제로 마츠는 가수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뮤지션이 만든 개성적인 곡들을 자기 색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개성을 그대로 감싸안으며 표현해낸다.


자작곡이든 다른 분께 받은 곡이든 편곡을 거치고 난 다음에는 다 같은 위치에서 받아들이게 돼요. 완전히 다른 개성의 곡들을 어떻게 하면 담담하게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하죠. 노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정이 높아지는 건 괜찮지만 감정이입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야지라는 의도를 갖는 건 좀 다른 것 같아요. '마츠 다카코'로서 어떻게 노래를 부를까, 이런 문제에는 관심 없어요.


(기사는 다음에 계속)




[Harvest Songs] 2003.10.


오다 카즈마사가 만들어준 'ほんとの気持ち' 가 화제를 모았던 앨범





[僕らがいた] 2006.04.


스키마스위치, 트리케라톱스 등 동시대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돋보이는 작품

그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마츠 다카코의 자작곡 '僕らがいた'도 감동적.






[Cherish You] 2007.04


10주년 기념으로 데뷔곡 '明日、春が来たら' 재수록

다케노우치 마리야, 오다 카즈마사의 개성있는 음악 세계를 노래하는 동시에

자신도 3곡을 직접 만들었다.




'ほんとの気持ち' 라이브. 오다 카즈마사가 만든 곡. 제 페이보릿이기도 합니다!

공식 PV는 예전 포스팅을 참조.


드라마 '배우혼'의 주제곡이었던 'みんなひとり' 다케우치 마리야의 작품. 가사도 좋고, 곡도 좋고. 여러번 반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가사가 궁금한 분들은 예전 포스팅을 참조.


앨범 [Cherish You] 마지막 트랙이 실린 'おやすみ' 오다 카즈마사가 준 곡, 코러스에 깔리는 오다 아즈씨 목소리가 정말 좋다.

오다+마츠 조합은 무척 잘 어울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동계 올림픽 선수들 영상에도 한결같이 'Let it go'가 울려퍼지고, 사람들이 집에서도 '레리꼬'를 불러제끼는지 자기 집 대문에 '레리꼬 좀 그만 부르세요. 다 들려요' 라는 포스트잇이 붙었다는 글도 올라왔을 정도. 앞으로 한동안 오디션에서도 다들 '레리꼬'를 부르는 거 아닐까.


얼마전 일본 디즈니에서 일본어 더빙판 'Let It Go'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덕분에 마츠 다카코가 엘사 목소리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25개국어 버전 'Let It Go'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엘사 보컬은 대부분 파워가 넘친다. 그에 비하면 마츠 씨의 목소리는 여리여리한 편.



이 영상이 올라온 모 커뮤니티에 마츠가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있었다. 알고보면 곧 데뷔 20년을 맞는 가수인데 말이다. 정규 앨범도 9장 정도 된다. 마지막 앨범 Time for music 이 2010년에 나왔는데, 다음 앨범 소식은 언제일지 궁금하다. (왜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다 앨범을 띄엄띄엄 내는지도 궁금하다, 증말!)


'마츠도 어엿한 가수랍니다!' 라고 주장하는 마음으로 '가수 마츠 다카코'를 조명한 기사를 소개한다. Papyrus 2007년 12월호에 실린 기사로 당시 데뷔 10주년이었던 마츠에게 음악에 대해 물었다.


※ 전문을 다 옮기지 않고, 요약하여 소개합니다. 이점은 양해를.

※ 스피츠 기사와 마츠 기사 만으로도 참 알찬 잡지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피츠 기사 일부와 마츠 기사의 사진은 이미 이 블로그에 공개했습니다. 스피츠 기사 목록 링크 / 마츠 사진 

※ 이전 링크를 비롯, 글과 사진이 문제가 될 경우 내립니다. 기사의 출처는 위에 적은 대로 papyrus 2007년 12월호 vol. 15입니다.




97년 데뷔 이래 정력적으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마츠 다카코. 노래하는 음색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지만, 그녀가 직접 곡을 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배우로서도 호평을 받는 그녀가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악이 그녀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악에 눈을 뜬 것은 아주 어렸을 때입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언니, 오빠를 따라 저도 배우기 시작했고, 언니와 오빠가 그만 둔 뒤에도 전 계속했죠. 선생님이 아주 엄한 분이어서 훈련을 호되게 했는데, 소학교 2학년 때는 레슨후에 피를 토할 정도였어요. 그때 잠시 피아노를 그만 두고 중학생이 된 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음악이 가진 힘과 즐거움을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스티비 원더가 피아노를 치며 'Part-time Lover'를 부르는 모습을 티비로 봤는데, 가사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뛰었죠. 저도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것보다 들어서 외운 멜로디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게 더 즐거웠어요. 언니가 좋아하던 오브코스나 마츠다 세이코를 저도 즐겨들었어요.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는 연주와 가사, 노래가 모두 하나로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노래'를 좋아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CD를 내고 데뷔한 것이 97년 19살 때 일입니다. 처음으로 출연한 연속극 '롱 배케이션' 을 마친 후였어요. 그때만 해도 곡을 쓴다던가, 노래를 부르고싶다는 의사가 별로 없었어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연기나 노래 둘다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버릴까봐 무서웠죠. 디렉터가 '무리하지 말고 괜찮으면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엔 주어진 것만 따라가기도 벅찼어요. 프로듀서가 LA에 살고 있어서, 곡을 받으면 노래를 녹음해서 LA로 보내고, 다시 수정받는 과정을 거쳤죠. 부분 부분 수정을 이어가는 과정은 마치 몸이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기도 했지만, 음악이 태어나는 과정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좀더 할 수 있는게 없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주위에서도 이제 곡을 써 봐, 가사를 붙여봐, 하며 과제를 건내주었기 때문에 마치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것처럼 제작에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마츠 다카코의 첫앨범 [空の鏡]


드라마 '롱 배케이션'의 음악을 맡았던 히나타 다이스케가 프로듀스.

데뷔곡인 '明日、春が来たら'의 가사는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썼다.

화려한 작가진의 참여로 화제를 모은 앨범




1집 수록곡 중 '空の鏡' 와 'I stand alone' PV. 4월이야기 시절의 마츠는 정말 진리!





계속 읽기


마츠 다카코, 음악의 시간 [2]

마츠 다카코, 음악의 시간 [3]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1)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3)



예를 들면 어떤 인물의 이야기에서 거짓말이라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소년A 슈야는 거짓말을 꽤나 하고 있지 않나요? 제5장 [신봉자]에서 그는 냉정하게 앞뒤가 잘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읽다보면 오히려 '이렇게나 앞뒤가 맞다니 분명 무슨 거짓말을 꾸민걸꺼야' 라는 느낌이 듭니다. 같은 맥락에서 모리구치 선생님도 거짓말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게 분명하죠. 반대로 소년B 나오키의 이야기나 그 어머니의 일기는 지리멸렬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죠. 조리가 맞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믿을 수 있는 거지요.


그렇다면 모리구치 선생의 이야기 중에 어디가 거짓말인지, 슈야의 경우는 어디부터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걸까. 그 점을 골똘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슈야는 거짓말을 하고 있긴 해도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을텐데 과연 어느 부분일까, 계속 추리해 보았던 거죠.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기 위해서도 잘 생각해둘 필요가 있었어요. 이 작업이 무척 재미있었지만, 정답은 모르는 거죠. 작가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괴로울 정도로 고민을 거듭하며 진행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만 들어도 각색이 참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 역시 어려워보이는데요. 모리구치 선생 역에 마츠 다카코를 기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각색을 하면서 모리구치 선생이 참 어려운 배역이 되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상당한 기량을 갖춘 배우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죠. 그렇다면 마츠 상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떠올랐어요. 예전부터 마츠 상의 연극 무대를 좋아해서 많이 지켜봤고, 배우로서의 실력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점이 특히 어려울거라고 보셨나요.


제1장을 보면 모리구치 선생이 교실에서 혼자 이야기를 늘어놓죠. 영화로 옮기기 참 어려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어서, '재미있든 없든 이부분은 교실에서 쭉 찍자, 계속 대사하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찍기 시작했습니다. 연기자에게 더 어려운 장면이죠. 저는 이 장면을 찍을 때 마츠 상에게 '주변 사람에겐 절대로 반응하지 말고, 마치 독백을 늘어놓듯이 대사해 주세요'라고 주문했습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주문임을 알고 있었어요. 대사나 동선은 연습하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많은 학생들을 향해 계속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아무 말도 걸지 않는' 연기가 가능한 사람은 없어요. 배우는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반응해버리기 쉬운 법이니까, 침착한 마음가짐이 아니면 어렵겠죠. 


또 하나, 감정 표현에 있어서 모리구치 선생은 줄곧 냉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중간 중간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기도 해요. 가령 살해된 딸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말은 차갑게 하지만 눈에는 살기를 띄죠. 소위 '내면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실제로는 감정이 격해있지만 오히려 냉정함을 가장하는, 정반대의 연기를 해야한다는 점이 높은 연기력이 없으면 소화할 수 없는 부분이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눈빛의 흔들림 하나에 여러 감정을 담는 연기. 마츠 상이라면 그런 표현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종일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는 모리구치 선생과는 달리 소년 B 나오키의 어머니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기무라 요시노가 이 배역을 맡게 된 이유는 뭔가요?


'울부짖는 기무라 요시노'를 보고싶었어요. (웃음) 나오키의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면서 정신적으로 지쳐갑니다. 그런 모습이 의외로 기무라 상에게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번엔 필요이상으로 눈물 흘리고 비명을 지르게 했습니다. 배우 스스로 '이 부분이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요?'라며 미심쩍어 할 때도 '여기서는 맘껏 비명을 질러보죠!' 라며 밀어 붙였어요. 나오키의 어머니는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몸을 젖히거나, 갑자기 쓰러지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에서 배우가 의심을 품기도 전에 '일단 해봅시다! 하이스피드니까 괜찮아요.'라고 얼버무리며 촬영했어요. (웃음)


감독님은 나오키의 어머니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에게 솔직한 인물이지만, 정신적으로 유약하지요. 약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어 기제를 만들어 버리는, 슬픈 인물이에요. 하지만 남녀불문하고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점을 지니고 있을거에요. 그녀는 문제나 결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죠.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인물'로 단순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녀는 여백이 많은 등장인물이기도 하죠. 따라서 연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그저 기분 나쁜 사람이라면 연기하기 간단하죠. 자신감 없는 배우라면 주눅 든 연기로 인물의 폭을 좁게 만들겠지만 기무라 상은 폭넓은 연기로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기무라 요시노가 고생했네;; 

또, 다음에 이어집니다...

  1. trex 2013.11.26 22:08 신고

    요새 제가 이걸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 네르 2013.11.26 22:49 신고

      잘 읽고 계시다니 다행이에요. 다음 내용도 곧 올릴게요!
      제 일어 실력이 보잘것없음을 부디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

* 소설 '고백'의 원서 문고판 권미에 실려있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를 심심풀이로 옮겨 봅니다-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2)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3)




여주인공 마츠 다카코와 감독


이번에 '고백'을 문고화하면서, 이 작품을 영화로 옮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님께 특별 인터뷰를 요청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인상이나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여쭤보고자 합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알게 되셨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서점 앞에 놓인 진열대에서 발견했습니다. 아마 재작년 가을쯤이었을 거에요. 서점에 가서 휘적휘적 책을 돌아보고 다니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소설 말고도 눈에 띄는 책은 보통 구입하는 편입니다. '고백'도 그런 책 중 하나죠. 책의 첫 부분을 후루룩 넘겨 읽고선 이거 참 흥미로워보이는걸, 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처음 읽었을 때 인상이 어땠습니까?


무척 빨리 읽혔어요. 일단 재미가 있었죠. 그리고 '참 용기있는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어떤 구원의 해결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뚝 끝내버리는 점에서 특히.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셨나요?


아닙니다. 꼭 그랬던 건 아니구요. 다만 다 읽은 후에도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 여교사 모리구치 유코는 물론 범죄를 저지른 소년 A와 B, 그들의 부모들 전부 머리에서 계속 떠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등장인물들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죠. 영화로 찍으면서 인물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인물들이니까요. 모리구치 선생 뿐만 아니라 죄지은 아이들도 모두 매우 고독하고 인간적이지 않습니까? 이 작품을 각색하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시키는 동안 더 다양한 이야기가 떠오를테고, 처음 읽었을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이해해간다는 점이 참 흥미롭게 들립니다. 나카시마 감독은 지금까지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해오셨는데요, 비슷한 관점에서 작품 선택을 하시는건가요?


역시 '인간'이 되겠죠. 등장인물이 매력적이군, 혹은 이 사람은 좀더 알고 싶은걸, 만나 보고 싶은걸, 같은 생각이 샘솟거든요. 그런 욕심이 작품 선택의 중심점이 된다고 봅니다.


그 말씀은 이 작품의 등장인물 역시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뜻이네요.


네, 물론입니다. 모두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습니까? 게다가 멋대로 행동하는 인물이 많죠. 그것이 강함인지 유약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정지해 있지 않죠. 다들 무언가 행동을 하니까요. 저는 그런 인물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소설들도 많이 읽었는데요, 이야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저 재미있기만 했지 등장인물은 머릿속에서 금세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고백'의 인물은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직접 각색을 하시고, 그 과정에서 원작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의 각색 과정에서 혹시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점을 발견하기도 하셨나요.


각색할 때는 늘 '왜 이 인물들에게 관심을 쏟게 되었지'를 계속 물으며 작업합니다. 이번 작품을 각색하면서는 '결국 이 인물들이 무엇을 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구나'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작품은 전체가 독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모든 인물이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 것 처럼 보이죠. 하지만 그들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작가 역시 결정적인 것은 전혀 쓰지 않았죠. 처음에는 단순히 적혀 있는 말을 그대로 믿으며 읽어나갔지만, 다시 읽을 때는 '아, 이 부분은 거짓말이 아닐까' 라던지 '이 사람은 줄곧 핑계만 대고 있네'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니 그들이 이야기하는 부분 중에 무엇이 믿을 만한지, 어느 부분이 거짓말인지 추리하며 읽게 됐죠. 모든 인물이 '그 때 나는 이랬다, 저랬다' 는 식으로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그 와중에 일부러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 거짓이 끼어들기도 하죠. 깊숙히 읽자고 작정하면 끝도 없이 할 수 있었어요. 너무 깊이 읽느라 수습이 안될 때도 있을 정도로.





... 너무 길어서 다음에 이어해야겠습니다. 헉헉.

  1. 2017.05.31 03:30 신고

    감사합니다ㅜㅜㅜ



今日も松の歌を聞きながら仕事をしましょう~。:)

드라마 '도망자'의 주제곡으로 쓰인 '시간의 배'라는 노래다.
그전까지 마츠의 노래는 그저 귀엽기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노래를 듣고 '가수' 마츠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샀던 앨범[僕らがいた]에도 수록된 곡. 이 앨범을 시작으로 마츠의 앨범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북오프가 눈에 띌때마다 들어가서 뒤진 결과, 라이브와 베스트를 제외한 정규앨범를 전부 모을 수 있었다 :)
내 일본 생활을 뿌듯하게 만들어주는 것 중에 하나.^^

현재까지 발표된 마츠의 노래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즐감!

마츠 얘기 나온 김에.
'가수' 마츠의 노래중에 무척 좋아하는 노래. 코러스로 깔리는 오다 카즈마사 아저씨와의 앙상블이 좋다.
일본 가 있는 동안 오다 카즈마사 아저씨가 주제곡을 맡은 드라마가 두개나 방영됐었는데,
주제곡을 들을때마다 '어떻게 아저씨의 목소리가 이리 맑을수가!!!'라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었다.
역시 베스트 앨범을 사왔어야 했는데, 아쉽다.
마츠 얘기하다가 오다 아저씨 얘기로 새버리고 -_-;;
하여튼 ... 마츠 노래중 내가 뽑는 베스트5에 드는 노래. PV도 맘에 들고.

  1. 하루나 2008.01.24 18:04 신고

    크하- 나 이거 케이블에서 하는거 녹화도 했다;;

    • 네르 2008.01.26 09:03 신고

      우리집은 케이블을 안본다 으흣
      유튜브 사랑해요 -_-

  2. 하루나 2008.01.26 12:53 신고

    아- 나도 한창 일드 들어올때 케이블했다가
    하도 안봐서 다시 해지했음-_-;;
    그때 녹화한거지~~ㅋㅋ

일본 여배우 중에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마츠 다카코라고 대답한다. 노래와 연기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도 좋고, 무엇보다 외모에서 풍기는 낙천적인 분위기가 맘에 든다. '러브 제너레이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난 귀여운 할머니가 될거야" 라고 외치던 그녀의 표정도 참 좋았었다.

일본에서 들춰봤던 잡지 중에 [PAPYRUS]라는 잡지가 있는데 대중문화 인물들의 대담이나 낯익은 이름의 소설가들의 연재가 실려 있어서 유심히 보았었다. 격월로 발행되는데 지난 12월에 발행된 15호에서 마츠의 이름을 발견하고 샀다. '배우' 마츠 다카코가 아닌, 97년 데뷔앨범 발매 이후 10주년을 맞는 '가수' 마츠 다카코의 인터뷰와 동료음악인과의 대담이 실려있다. 내용을 소개하고 싶지만 아직 그만한 깜냥이 안되어 다음으로 미루고 (빠른 시일안에 도전해보겠다) 우선 실린 사진을 스캔해서 올린다. :)

(스캔을 하다보니 뒷면이 비친다. 좀 아쉽네)

  1. 라면한그릇 2008.01.24 11:40 신고

    그녀마저 결혼하고 (털썩)... 일본 잡지는 종이가 얇아서 비치기도 하지~ 난 마츠시마 나나코도 좋은데~ 요새 여배우들은 뭔가 예전배우들만큼의 포스가 없어...

  2. 하루나 2008.01.24 12:06 신고

    흐흐-
    나도 아마 젤 첨 접한 드라마에 마츠가 나와서~ 거의... 불변하는 내안의 인기~ㅋㅋ
    글게.요즘 배우들은 아직 포스가 없는듯.....

  3. 뚜벅E 2008.01.24 14:20 신고

    최근 히로라는 드라마에서 본기억이.....
    예전 4월의 이야기로 이배우를 무척 좋아했었다는...

마츠 다카코의 지난해 11월 발표 싱글.
지난 분기 마츠 주연의 드라마 '배우혼'의 주제가로도 쓰였다.
마츠 지난 씨디도 사놓고 무척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 곡도 역시 마음에 든다.
확실히 나이가 드니 예전보다 더 깊고 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예전엔 마냥 귀엽고 맑더니.
요새 마츠의 노래를 들으면, 꼭 예전 카펜터스나 앤 머레이를 들었을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최근 가수중에는 이런 느낌을 주는 가수가 흔치 않은데...이게 내가 마츠의 노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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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즈 2007.01.17 08:25 신고

    나도 마츠 목소리 좋아. 정직하고 맑은. ㅎㅎ 어디 목소리만 좋겠냐만.

  2. 랑이 2007.01.17 09:56 신고

    가사가 참 좋네요~ 몇번씩 반복해서 듣는데, 눈물날것 같은...흐흣

    • 네르 2007.01.17 10:18 신고

      네 정말요.

      노래 자체로도 무척 좋지만,
      드라마 주제곡으로서도 무척 훌륭하게 쓰여요.

      드라마 마지막에 이 노래가 흐르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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