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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밤마다 잠을 설쳤다. 더위 때문이었다. 여태 안 꺼냈던 선풍기도 틀어봤지만 별 소용없었다.
늦게 잠들었는데, 새벽엔 엄마가 과일을 갈아서 그 소리에 깼다.
깨다 자다를 반복하고 나서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기가 일쑤.
너무 지치다 어제는 그나마 달게 잤다. 날이 좀 서늘해졌다고 바로 티가 나네. 몸이 지칠 대로 지친 탓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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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3gs를 탈옥하고 일본 라디오를 틈틈히 듣기 시작. 일어 까먹을까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3분기 드라마에 캐스팅한 걸 드라마 시작 전에 마침 알게 되어 1화를 봤다.
제목은 '젊은이들 2014'인데 예전 드라마 리메이크라 그런지 몰라도 드라마가 굉장히 구식이다.
배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물 설정이나 기타 정서의 문제인 듯.
앞으로는 좀 다를까? 연출자가 70대인 것 같던데.
그나저나, 영화 신작도 속속 개봉되고 드라마도 해서 그런지 부키라 라디오 프로에 게스트로 나왔더라.
우연히 들었는데 이런 질문이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 제의가 많았을텐데 왜 그렇게 드라마를 안했냐.'
부키는 이렇게 대답했다. '드라마 제의가 별로 없었어요. 의외로. 어차피 쟨 드라마 안할 거야, 그렇게들 생각하셨는지.'
그랬구나. 난 또 니가 삐댄줄 알고. 스케줄 보니까 주연 조연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도 공개될 영화는 수두룩 하던데.
영화만 아는 바보 맞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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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라디오 프로에서는 오다 카즈마사의 최신작 전곡을 틀어줬다.
'더 투명하고 더 순수한 것'이 이번 앨범의 특징이라는데,
어떻게 오다 아즈씨가 그 연세에 (앞서 포스팅한대로 울 아부지랑 동갑) 더 투명하고 더 순수할 수 있는거냐고.
그러나 전곡을 들어본 결과, 정말 더 투명한 것 같고 순수한 것 같고. 이것이야말로 세뇌(?) 여튼 경이롭다.
어젯밤엔 사잔 올스타즈 쿠보타 아저씨 라이브가 줄줄이 나오던데, 건강 탓인지 노래가 힘들어 보였다.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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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슬 양 전시회에 지난 월요일에 다녀왔다. 7월4일부터 전시가 시작됐고 무기한이다. 월요일에도 연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때 내가 미래에 뭘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었다.
뭐 대학은 가야겠지, 그 정도 생각. 학과에 대한 지망은 있었지만, 그 학과를 나와서 뭘 할지도 심각하게 생각 안 했고
당연히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나 실천 따위도 없었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꿈을 품고 스케치북에 이것 저것 그려넣었던 그 소녀는 이제 없다.
미래가 참 갖고 싶었을텐데. 하고 싶은 게 많았을텐데.
물론 어떤 가능성의 여부로 삶과 죽음의 경중을 따지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겠으나,
전시회에서 본 것은 그야말로 커다란 가능성이, 우주가, 꽃 피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그 사실이었다.
아직도 우리에겐 구해야할 사람이 남았다. 시신을 찾지 못한 열한분 뿐 아니라, 유가족들, 생존자들, 그리고 그 외 모든 약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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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트위터에서 하는 건 크게 관심을 안 갖다가,
이웃 블로거 분이 해보신다기에 냉큼 주소를 드리고 엽서를 받았다.
엽서에는 한강의 신작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이 적혀있었다.
엽서가 도착한 날,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희망도서로 신청하신 '소년이 온다'가 준비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