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박상설의 자연 수업, 박상설 선생님을 너무 늦게 된 것이 아쉽다

Zigeuner 2025. 3. 25. 21:21
 
박상설의 자연 수업
한국을 대표하는 오지 탐험가이자 캠핑 선구자인 박상설의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토네이도, 2014)가 《박상설의 자연 수업》(나무와달, 2023)으로 새롭게 복간되었다. 생전에 남긴 단 한 권의 저서가 절판되어 아쉬움이 크던 차, 2021년 겨울 93년간의 지구별 여정을 마무리하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박상설 옹을 추모하는 시간 속에 복간 작업이 이루어졌다. 《박상설의 자연 수업》은 저자가 손수 검수한 초판본 구성을 훼손하지 않되, 저자가 직접 쓴
저자
박상설
출판
나무와달
출판일
2023.12.01

 

아흔 캠퍼의 장쾌한 인생 탐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연속에서 걷고 생활하던 캠퍼 박상설 선생님이 남긴 권의 저서이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 속에서 자연과 멀어지고 문화를 향유하는 여유마저 갖지 못하는 현대 한국인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주말 농원 (우리가 아는 주말 농장, 텃밭보다는 확장된 개념이다) 권장하고 싶다고 힘주어 권하고 있다. ‘역사에는 월반이 없다라는 문장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남들 200-300년에 걸쳐 발전한 것을 우리는 시간에 이루었으나 쌀과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없으니 이제 레저, 여가를 돌보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을 가까이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선생이 적극 권장하는 주말 농원까지는 선뜻 실천에 옮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 그리고 소박한 삶의 지향은 너무나 공감가는 내용들이었다. 마음에 드는 꼭지들을 골라 필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49쪽

버려진 것들은 너무 아름다웠다. 저절로 된 것들, 제 스스로 그러한 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허전하고 쓸쓸했다. 자연에는 디자인이 없다.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심플함이 전부다. 자연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

 

99쪽

캠핑을 즐겨 하는 내게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일부러 고생하며 텐트에서 사십니까?"

"죽기 전에 죽음의 경지를 만들어 이겨내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이다. 잡다한 주변을 정리하고, 나태해지는 쉬운 집을 버리고, 몹시 불편하고 작은 공간에서 사유와 고독을 즐기며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하는 것, 나는 이것이 진정 죽음을 받아들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살아 있되 안락만을 찾는 노년의 삶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105쪽

말을  걸 수 없는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은 난감하다. 세상은 자연과 사람 사이의 첨예한 대국을 모르는  체한다. 인간은 자연을 좌지우지 못 하는 미미한 존재란 것을 늘 잊고 만다. 사람들은 자연의 횡포니 이변이니 하며 날벼락이 쏟아진 것처럼 여긴다.

 

239쪽

모든 것은 착각이고 자만일 뿐이다. 우주와 지구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바로 보고, 너머 숨겨져 있는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사과 속의 씨는 헤아려 있으나 속의 사과는 자연만이 안다. 꽃이 열매로 익은 다음 마침내 떨어져 썩는 사과는 현실의 부분이면서 우주의 부분이다. 어떤 사과를 완벽하게 기술하려면 결국 세계를 기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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