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나쓰메 선생님, 제가 이 책 재미 없다고는 안했습니다.

Zigeuner 2025. 3. 25. 21:12
 
은수저
맑은 영혼으로 바라보는 한 시절,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채우는 삶의 공복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 130만 부 이상 판매.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가. 스테디셀러를 넘어 불후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은수저』는 어린아이의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자연을 바라본다. 도미, 두부, 가자미, 자두, 밤송이, 담죽 등 음식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식욕이 돋고, 어린 시절을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추억이 밀려온다. 입이 짧은 주인공
저자
나카 간스케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23.12.18

 

 

슴슴 담백한 문체로 일상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는 소설이다. 책소개를 읽기 전 까지는 에세이인 줄 알았고, 마지막까지 ‘아니 이게 소설이라니!‘ 라는 기분으로 읽었다. 어렸을 때 자신을 키워준 이모를 이후에 다시 만나는 에피소드가 마음 아프다. 그 외에 세상을 다 아는 듯 구는 주인공 소년의 당돌함들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성장하는 시기에 그런 시절을 겪는 것 같기도 하고…주변 묘사, 내면 묘사 모두 매우 섬세하다.

 

소설 뒤에 부록으로 ‘나쓰메 선생과 나’ 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실려있는데, 나카 칸스케가 나쓰메 선생에 대해 묘사하며 선생을 귀여워하는 모양새가 딱 은수저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역주를 읽어도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는 일본 근대에 대한 묘사들이 많아서 번역가가 애 먹었을 것 같은 책이다. 역자 후기에 나쓰메 소세키가 <은수저> 원고를 읽고 작가에게 보낸 편지글이 발췌되어있는데 이런 부분이 있다. “재미있었어요. 다만 평범한 소설에 비해 사건이 없어서 속물들은 칭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단히 좋습니다.” 헙. 전 재미없다고는 안 했습니다, 선생님. 

 

역자 후기에 소개된 것처럼 고베의 선생님이 책의 연구노트를 만들어 3 내내 학생들과 권을 읽었는데 학교가 도쿄대 합격률 전국 1위를 하면서 유명해진 일화가 있다. 일본에서 슬로우 리딩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일인데, 어려워서 대충 넘어갔던 대목들은 자료를 찾아가며 다시 슬로우 리딩 봐도 좋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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