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 글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2)

Zigeuner 2013. 11. 26. 00:46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1)

영화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인터뷰 (3)



예를 들면 어떤 인물의 이야기에서 거짓말이라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소년A 슈야는 거짓말을 꽤나 하고 있지 않나요? 제5장 [신봉자]에서 그는 냉정하게 앞뒤가 잘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읽다보면 오히려 '이렇게나 앞뒤가 맞다니 분명 무슨 거짓말을 꾸민걸꺼야' 라는 느낌이 듭니다. 같은 맥락에서 모리구치 선생님도 거짓말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게 분명하죠. 반대로 소년B 나오키의 이야기나 그 어머니의 일기는 지리멸렬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죠. 조리가 맞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믿을 수 있는 거지요.


그렇다면 모리구치 선생의 이야기 중에 어디가 거짓말인지, 슈야의 경우는 어디부터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걸까. 그 점을 골똘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슈야는 거짓말을 하고 있긴 해도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을텐데 과연 어느 부분일까, 계속 추리해 보았던 거죠.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기 위해서도 잘 생각해둘 필요가 있었어요. 이 작업이 무척 재미있었지만, 정답은 모르는 거죠. 작가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괴로울 정도로 고민을 거듭하며 진행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만 들어도 각색이 참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 역시 어려워보이는데요. 모리구치 선생 역에 마츠 다카코를 기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각색을 하면서 모리구치 선생이 참 어려운 배역이 되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상당한 기량을 갖춘 배우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죠. 그렇다면 마츠 상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떠올랐어요. 예전부터 마츠 상의 연극 무대를 좋아해서 많이 지켜봤고, 배우로서의 실력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점이 특히 어려울거라고 보셨나요.


제1장을 보면 모리구치 선생이 교실에서 혼자 이야기를 늘어놓죠. 영화로 옮기기 참 어려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어서, '재미있든 없든 이부분은 교실에서 쭉 찍자, 계속 대사하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찍기 시작했습니다. 연기자에게 더 어려운 장면이죠. 저는 이 장면을 찍을 때 마츠 상에게 '주변 사람에겐 절대로 반응하지 말고, 마치 독백을 늘어놓듯이 대사해 주세요'라고 주문했습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주문임을 알고 있었어요. 대사나 동선은 연습하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많은 학생들을 향해 계속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아무 말도 걸지 않는' 연기가 가능한 사람은 없어요. 배우는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반응해버리기 쉬운 법이니까, 침착한 마음가짐이 아니면 어렵겠죠. 


또 하나, 감정 표현에 있어서 모리구치 선생은 줄곧 냉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중간 중간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기도 해요. 가령 살해된 딸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말은 차갑게 하지만 눈에는 살기를 띄죠. 소위 '내면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실제로는 감정이 격해있지만 오히려 냉정함을 가장하는, 정반대의 연기를 해야한다는 점이 높은 연기력이 없으면 소화할 수 없는 부분이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눈빛의 흔들림 하나에 여러 감정을 담는 연기. 마츠 상이라면 그런 표현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종일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는 모리구치 선생과는 달리 소년 B 나오키의 어머니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기무라 요시노가 이 배역을 맡게 된 이유는 뭔가요?


'울부짖는 기무라 요시노'를 보고싶었어요. (웃음) 나오키의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면서 정신적으로 지쳐갑니다. 그런 모습이 의외로 기무라 상에게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번엔 필요이상으로 눈물 흘리고 비명을 지르게 했습니다. 배우 스스로 '이 부분이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요?'라며 미심쩍어 할 때도 '여기서는 맘껏 비명을 질러보죠!' 라며 밀어 붙였어요. 나오키의 어머니는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몸을 젖히거나, 갑자기 쓰러지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에서 배우가 의심을 품기도 전에 '일단 해봅시다! 하이스피드니까 괜찮아요.'라고 얼버무리며 촬영했어요. (웃음)


감독님은 나오키의 어머니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에게 솔직한 인물이지만, 정신적으로 유약하지요. 약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어 기제를 만들어 버리는, 슬픈 인물이에요. 하지만 남녀불문하고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점을 지니고 있을거에요. 그녀는 문제나 결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죠.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인물'로 단순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녀는 여백이 많은 등장인물이기도 하죠. 따라서 연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그저 기분 나쁜 사람이라면 연기하기 간단하죠. 자신감 없는 배우라면 주눅 든 연기로 인물의 폭을 좁게 만들겠지만 기무라 상은 폭넓은 연기로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기무라 요시노가 고생했네;; 

또,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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