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20060304 이승환 '꿈꾸는 음악회'

Zigeuner 2006. 3. 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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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콘서트를 이런 소규모 공연장에서 본 것은, 1994년 처음으로 보러 갔던 더 클래식과의 조인트 콘서트 이후 처음이다. (당시 연강홀, 이번엔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금요일부터 시작한 공연이었고 나는 이틀째인 토요일에 공연을 보았다. 금요일은 아무래도 평일인 탓이었는지 빈자리가 많았다면서 내가 위에 언급한 조인트 콘서트 이후로 이렇게 빈자리가 많은 건 처음이었다고 공장장이 찡얼거렸다. (근데 왜 난 이 말을 전에도 들어본것 같지?) 이 사람, 나이 먹더니 찡얼대는게 늘었어. 우하하하하-

94년 이후로 장장 12년간을 삐까뻔떡 대규모 공연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이번 공연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우선 자리가 일곱째줄이어서 꽤 정감있는 거리에서 공장장을 볼 수 있었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공연 구성도 무척 흡족했다. 그의 말장난(크크)은 여전했지만 막연히 내뱉는 멘트가 아닌 관객과 주고받는 대화같아서 더욱 친근해지는 느낌이랄까.

이번 공연의 세션에 앤디라는 벽안의 사나이가 있었는데, 이 아저씨의 등장 무척 신선했다. 다루는 악기가 다양해서 '각종 악기에 앤디'라고 소개됐는데 어떠한 악기가 있었냐하면 피리랑 (디게 얇은거였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쉐이크랑 그리고, 가야금! 이 아저씨의 위치가 무대 맨 뒤였는데 '당부'를 부를때 무대 앞으로 성큼 나오더니 다소곳이 앉아 가야금을 연주했다. 오오- 외쿡 사람이 가야금을 연주하는 것을 보니 너무나 쉰숸해쏘요~ ^0^

무대 좌측 뒷편에는 현악팀이 앉았는데, 이 현악팀 연주를 쉬는 중간엔 고개끄덕임으로 박자도 맞추고 노래도 따라부르고 신나보였다. 게다가 '잘못'을 부를때는 일제히 일어나서 안무도 따라추고. (물론 시킨거겠지만) 어색해하면서도 잘 하시더라. 그리고 우측 뒷편에는 처음으로 합류한 26세(? 맞나?) 드러머가 모습을 드러내셨고. 베이스 우형윤 (내추럴의 그!)은 얼마전 득남을 하시었단다. (아니- 공장장은 도대체 언제 아빠가 될것인가.)

또 다른 공연의 특징 중 하나는, 아주 이례적으로 레파토리에 커버곡들이 많았다는 점. 총 4곡의 커버곡이 있었는데, 목록은 다음과 같다.

  • This Love - Maroon 5
  • Don't stop me now - Queen
  • 가리워진 길 - 유재하 (2절은 정지찬, 정지찬의 게스트 무대로 연결되는 곡이었음)
  • 경고 - 타샤니


커버곡을 할거라고 말해주면서, 우리나라 여성댄스그룹의 노래도 있다고. 가사에 '그'라고 나와있는걸 '그녀'로 바꿔보고자 했으나 박자가 영 안맞아서 포기했으니 어색하게 들리더라도 자신의 성정체성에 의심을 갖지는 말아달라고 농을 하시는 공장장님;; 나는 "우리나라 여성댄스그룹"이라는 말에 공장장이 핑클이나 에세스 혹은 베이비복스를 커버하는 망발;;을 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하였으나, 들려오는 노래가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경고'였으니. 정말 우리 공장장은 뭘 알아.

편안한 차림새로 나온 공장장께서 중간에 겉옷을 벗으니, 살짝 붙는 티셔츠때문에 몸매가 그대로 들어나는데 어찌나 마르셨던지 중년(!)의 나이임에도 배도 없고. 동년배인 편승엽을 떠올렸을때 이 어찌 경이롭지 않을수가 (!!!) 팬으로서 나도 몸매 관리를 좀 해야겠다 -_-;;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야 나도 구엽게 늙을 수 있지 않을까;;; (어디선가 '러브제너레이션'에서 마츠 다카코가 내뱉었던 대사가 울리는 듯'나는 귀여운 할머니가 될거야~!') 복부에 지방이 몰리며 무릎관절에 무리가 가서 방방 뛰는 짓을 오래 못하겠더라는 -_- 그나마 주변 관객중에 머리카락 적은 분도 있고 나만 늙은게 아닌것 같아서 안도감이 조금이나마 들었다. 큭. (예매평균연령 29세. 하하하)

고백송은 모두 4명의 관객이 나와서 했다. 10년이 넘도록 고백송을 해왔는데 이젠 밴드멤버의 고백이 아닌 여러분의 고백을 더욱 많이 듣고 싶다고 말하는 승환옹의 모습에서 팬들과의 거리를 좁혀가고자 하는 욕심을 읽었다. 역시 공연장의 그가 제일 그답다. 그리고 소규모 공연장의 그의 모습이 좀더 자연스럽고 좋아보였다. 에- 마지막으로 내 주변에 포진해있던 많은 커플의 모습에 눈꼴 시어하며 -_-;; 나도 반드시 이승환을 좋아하는 남자만나 같이 콘서트 오고말테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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