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그녀의 작품은 타인의 삶을 훔친 것일까, 대변한 것일까. 연극 [마우스피스]

Zigeuner 2021. 12. 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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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1년 12월 11일 오후 3시
장소 : 아트원씨어터


원작 : 키이란 헐리 (Kieran Hurley)

연출 : 부새롬


김신록 배우가 지금은 '지옥'의 배우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지만, 나한테는 '괴물'의 김신록 배우였다. 영화 '괴물' 아니다. 드라마 '괴물' 이다. 신하균과 여진구가 주연으로 나온 ㅎㅎㅎ 그 드라마에서 형사로 나왔는데 매서운 눈매, 깐깐한 말투 등이 인상적이었다. 낯선 얼굴인데... 누굴까 궁금했는데 이미 연극계에서는 인정을 받은 배우였다. 그렇다보니 무대 연기가 궁금했는데, 마침 무대 소식이 있어서 예매를 했다. 

 

이 작품은 2020년에 초연으로 올랐던 작품인데 당시 초연배우는 김여진, 김신록, 장률, 이휘종, 네 명이었고 이번에 재연으로 올리면서 유선, 전성우 배우가 합류했다. 이미 초연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니까 재연에서의 호흡은 굳이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신록이 맡은 리비 퀸은 한 때 촉망받던 극작가였지만 지금은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온 중년여성이다. 장률이 맡은 데클란은 빈민층 소년으로, 어린 여동생을 무척 아낀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데, 우연히 그 재능을 리비가 알아보고 그에게 예술 작품들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데클란은 처음엔 리비를 무척 경계했지만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는 리비에게 마음을 열고 자기의 삶을 리비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리비는 그의 삶을 희곡으로 완성하는데 여기서 균열이 생긴다. 

 

리비가 완성시킨 희곡속에 데클란은 과연 데클란일까. 그녀가 생각한 이야기의 완성이 무엇이었든 데클란에게는 상처가 되는데, 나는 그 과정에서 리비가 자신이 비웃고 조롱했던 기성 문단의 틀에 박힌 공식이나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자유롭고 실험적으로 극을 쓰고자하는 극작가였지만, 결국 그녀가 표현하려는 것도 실제 모델에게는 틀에 박힌 공식이고 자기가 걸어가려 했던 삶의 여정과는 달랐다. 자신이, 자신의 삶이 이용당했다고 생각한 데클란은 관객과의 만남이 있던 초연날 리비를 찾아간다. 없는 돈을 헐어 자기의 삶을 모델로 한 극을 보고, 대화를 시도하는데...

 

정보없이 보러 갔던 공연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었다. 예술과 삶은 가깝고도 멀구나. 김신록 배우가 드라마에 등장할 때는 말투나 억양이 굉장히 귀에 꽂히는 독특한 면이 있어서, 연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극 무대에서는 또 의외로 과장되지 않은 굉장히 일상적인 느낌으로 대사를 쳐서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연초에 박호산 배우를 무대에서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데클란을 연기한 장률 배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여리고 예민하고 그런데 한편으로 정많은 소년의 모습을 너무 잘 보여주어서 뒤로 갈수록 마음이 아팠다. 1월 30일까지 예정된 공연인데 다른 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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