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예상못한 눈물바다, 고영열 콘서트 [내 인생의 춘하추동_눈맞춤(겨울)]

Zigeuner 2021. 11. 2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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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1년 11월 7일 오후2시
장소 : 서울돈화문국악당


춘하추동은 모두 중앙에서 (초점이 왜 나갔지요? ㅎㅎ)

셋리스트

방황
구름이 움직여
눈맞춤
흥타령
새야새야
국화야(게스트 성연영 노래/고영열 피아노)
우리의 추억 속으로
찬란한 밤
(앵콜) 꽃에게 나비가


겨울콘 보던 날, 어느새 나흘 공연의 마지막날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공연 시작전부터 아쉬웠다.

게스트로 나온 해금 연주자 성연영과 함께 세 곡의 무대를 같이 했는데, 중간에 해금이 얼마나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인지를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작년에 고영열이 첫 온라인 콘서트를 하면서 해금 연주를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소리가 잘 나지 않는 편이어서 다수의 팬들이 ‘아, 고영열도 못하는 게 있구나’라고 반가워 하며 낑낑깽깽(?) 이라며 놀리곤 했더랬다. 그런데 해금 누님께서 적극적으로 그만큼 연주한 것도 대단한 거라고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준 것. 근데 이 설명이 참 유익했다. 해금은 활을 현에 끼워서 횡으로 놀리며 연주한다는 점에서 현에 얹어서 소리를 내는 양악기와 달리 중력 방향을 거스르며 연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활 자체도 기본적으로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가 아니어서 연주자가 직접 손으로 장력을 조절하며 소리를 내야한다 것.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한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이 설명을 듣고 나니 고영열이 또 다시 보였네. 진짜 대천재인가 봅니다. ㅎㅎ

성연영 연주자 역시 싱어송라이터여서 자작곡을 고영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불러주었는데, 그 노래를 만들게 된 배경이 왠지 겨울콘의 큰 맥락을 드러냈던 것 같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어렵던 시절, 누구나 꽃피는 때는 다르다라는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었다는 성연영. 단아한 정가의 창법이 구슬프면서도 한편 의연하게 들리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 구슬픔은 고영열의 앵콜전 마지막곡 ‘찬란한 밤’으로 이어졌다. 공연도 없이 어렵던 시절, 돈이 없어서 ‘눈을감자’ 한 박스(… 진짜 감자인줄 알았는데 과자라고 한다..)를 사놓고 먹으면서 집밖으로도 못나가던 때가 있었노라고. 그때 창밖의 건물들 사이 조각하늘에 떠있던 달을 보며 만든 노래. (개인적으로 고영열 1집 수록곡 중 베스트 3) 이 노래를 들려주고는 옛 감정에 울컥한 소리꾼께서 눈물을 훔치더니 급기야 피아노에 기대어 울었다(…)

그리고 갑자기 온 객석 눈물 바다.

내 주변분들이 거의 오열 수준으로 꺼이꺼이 우셔서 갑자기 나는 노래의 감정에서 빠져나와 공연장을 내려다보며 (자리가 꽤 윗자리였기도 해서)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약간 종교적 느낌 ㅎㅎ ^^;; 나도 원래 눈물전염성이 굉장히 강한 사람인데 왜 그때는 급차분/냉철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그 눈물의 무대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더 응원해주고 싶은 (이미 온 지갑 다 바쳐 응원 중이다만)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응원하는 보람이 있을 것 같은 아티스트라는 믿음도 있고… 나흘간 레파토리가 다른 공연을 5~6회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보통 내공이 아니지. 이건 공연장 규모와 상관없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https://youtu.be/05jdqbKIRNs

설명과 함께 듣는 '찬란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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