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모 게시판의 책거지 논쟁

Zigeuner 2013. 3. 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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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게시판에 대형 서점의 통로에 자리잡고 앉아 책 읽는 사람들이 불쾌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때까지는 서점 이용자의 부족한 에티켓 문제가 주로 논의되었는데, 이후 서점에서 책을 완독하는 사람들은 책도둑이며 책거지라는 논쟁으로 이어졌다. 어렸을 때 숙제로 책을 뒤질 필요가 있으면 도서관보다는 책방을 찾았고, 책방에서 심심치 않게 책을 읽곤 했던 터라 (완독한 적은 없지만) 저 이야기가 나왔을 때 깜짝 놀랐고 그 기본 논지에 수긍은 했다. 하지만 한 유저가 말한 책도둑 내지 책거지라는 인식이 창작자의 저작권/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한다는 면에서 수긍은 갔어도, 그 사람이 그게 널리 인식되지 않고 있는 점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토를 다는 사람에 대해 보이는 적대감까지는 수긍할 수 없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책을 완독하는 행위를 도둑질이라고 생각할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시판 이용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답글을 달았을 거라고 이해했다. 지적 재산권이나 저작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도 비교적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상황에서, 무조건 서점에서 책을 완독하는 사람이나 그 행위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제재할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책을 들고 서점 밖으로 튀는 사람은 잡을 수 있어도, 서점 안에서 책을 다 읽어대는 사람을 잡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그 행위가 창작자에게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며 창작자의 권리를 해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현재는 그런 인식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느껴지니, 더더욱.

왜 그렇게 당연한 사실을 모르고 당당하고 뻔뻔하냐고 핏대 세우고 외쳐봐도 아직까진 서점에서 책 읽는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인식이 소수인 것 같다. 즉 그 사람에게 당연한 게 아직 다수에겐 당연하지가 않다. 무조건 상대를 몰아댈 게 아니라, 좀 개선 가능한 방향으로 논의할 수는 없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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