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임순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Zigeuner 2008. 2. 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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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폴 결승전이 있던 날, 대학선후배들이 모여 야구를 보았다.
야구가 끝난후 후배 둘과 의기투합하여 맥주 한잔 하며 결승전을 보려고 호프집엘 갔다.
애틀랜타 올림픽 결승때 올림픽 3연패가 물거품이 되는 것을 눈물로 지켜보았었다.
그냥 눈물을 훔치는 정도가 아니라 꺽꺽 목놓아 울었기때문에 "누가 죽었냐!" 라며 엄마에게 핀잔도 무지 들었더랬다.
아테네에서의 결승전에서는 하필 '그때 그' 덴마크랑 붙게 되었으니 기왕이면 속시원하게 이겨주길 바랐는데,
몇번의 연장전을 거쳐 결국 패했을 땐, 마음이 너무 아팠는지 주위의 시선때문인지 눈물도 나지않았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흔히 그러는데, 아테네에서의 경기가 특히 그 말에 잘 어울렸던 승부였던 것 같다.
척박한 핸드볼 환경을 보아도, 선수들 개개인의 상황을 보아도, 불리하기 짝이없던 경기 운영을 보아도,그러했다.
아마 실제가 그렇게 드라마틱 했으니, 그 경기를 영화로 옮겨놓아도 실제만큼의 감동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경기를 볼때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영화를 보면서는 맘껏 흘릴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하지만 역시 생각할 수록 맥풀린다.
남들은 다들 연기 잘한다고 하는데, 내눈엔 너무 닭살이고 어색했다.
특히 김정은은 너무 눈이며 목에 힘주고 연기하시던걸.
스포츠 영화의 공식이라는 걸 피할 수 없겠지만, 캐릭터 설정이 너무 스테레오 타입인것도 거슬렸다.
특히 엄태웅 역할.

N.님 블로그에서 처음 시나리오와 실제 영화사이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글을 읽었다.
마지막 승부를 그리는 방식도 처음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혹시 엔딩이 처음 시나리오대로 나왔다면 나의 감상은 조금 틀려졌을까?

영화가 아무리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어도 현실에서의 감동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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