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3

또, 할머니 이야기

지난 주 목요일쯤이었다. 우리 엄마가 줄줄이 보는 아침드라마 시리즈 '모두 다 김치' '청담동 스캔들 '순금의 땅' 중 '순금의 땅'에서 순금이의 엄마가 죽었다. 백혈병인가 뭐 그런거. 나는 전날 늦게 잠든 탓에 늦잠을 거하게 자고 '순금의 땅'이 끝날 때 쯤 방에서 기어나와 할머니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손을 덥석 잡고 흔들며. 평소에는 "오냐, 너도 잘 잤냐" 로 대꾸하던 할머니였는데 그날 따라 '저그 테레비에서 젊은 사람이 죽었어. 육십도 안된거 같은데. 부럽다'라고 말씀하셔서 나를 놀래켰다. 타인의 죽음이 부러운 노년의 하루. 가슴에서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일주일 동안 누굴 만나건 할머니를 화제로 얘기했다. 할머니가 하루 동안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고, 이왕이면 할머니..

잡담 2014.08.27

할머니와 지내는 나날

오늘 낮, 엄마가 할머니의 몸무게를 쟀다. 31.8kg. 딱 봐도 뼈와 거죽뿐인 할머니의 몸은 그야말로 깃털 같다. 올해 할머니의 몸 여기저기에 이상이 발견됐다. 외가에 계실 땐 별 얘기 없었는데 거처를 작은 이모 댁으로 옮기신 후에 자꾸 아프다셔서 이모부가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눈도 뱃속의 장기도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몸에 기력이 없으셔서 자칫 수술을 했다간 오히려 돌아가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금 우리집에 머무시는 동안 할머니는 내내 소파에 누워계신다. TV가 켜져 있으면 TV를 보고, 안 켜져 있으면 주무시거나 그냥 누워계신다. 나는 눈도 침침하고 몸에도 힘이 없어서 마냥 누워 있어야 하는 24시간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가끔 할머니에게 집밖으로 나가..

잡담 2014.08.20

누군가 내게 책을 읽어준 기억

http://www.omnivoracious.com/2014/03/national-reading-month-kate-dicamillo-on-the-power-of-stories.html 케이트 디카밀로가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글을 읽었다. (요새 모 드라마에 나와서 베스트셀러1위를 기록 중인 모 도서의 작가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자기와 형제에게 읽어주던 저녁의 일화인데, 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따스하다. 개가 몸을 눕히고 있다가 웃음소리가 터질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는 묘사에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저자는 함께 소리내어 읽던 그 경험이 가족을 묶어주는 끈이 되었다고 회상하며,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이의 옆에 앉아 책을 펼치고 소리내어 읽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부모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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