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나카 간스케
- 출판
- 휴머니스트
- 출판일
- 2023.12.18
슴슴 담백한 문체로 일상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는 소설이다. 책소개를 읽기 전 까지는 에세이인 줄 알았고, 마지막까지 ‘아니 이게 소설이라니!‘ 라는 기분으로 읽었다. 어렸을 때 자신을 키워준 이모를 이후에 다시 만나는 에피소드가 마음 아프다. 그 외에 세상을 다 아는 듯 구는 주인공 소년의 당돌함들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성장하는 시기에 그런 시절을 겪는 것 같기도 하고…주변 묘사, 내면 묘사 모두 매우 섬세하다.
소설 뒤에 부록으로 ‘나쓰메 선생과 나’ 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실려있는데, 나카 칸스케가 나쓰메 선생에 대해 묘사하며 선생을 귀여워하는 모양새가 딱 은수저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역주를 읽어도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는 일본 근대에 대한 묘사들이 많아서 번역가가 애 먹었을 것 같은 책이다. 역자 후기에 나쓰메 소세키가 <은수저> 원고를 읽고 작가에게 보낸 편지글이 발췌되어있는데 이런 부분이 있다. “재미있었어요. 다만 평범한 소설에 비해 사건이 없어서 속물들은 칭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단히 좋습니다.” 헙. 전 재미없다고는 안 했습니다, 선생님.
역자 후기에 소개된 것처럼 고베의 한 선생님이 이 책의 연구노트를 만들어 3년 내내 학생들과 이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이 학교가 도쿄대 합격률 전국 1위를 하면서 유명해진 일화가 있다. 일본에서 슬로우 리딩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일인데, 어려워서 대충 넘어갔던 대목들은 자료를 찾아가며 다시 한 번 슬로우 리딩 해 봐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