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네 쿄코에게 관심이 생겨 그녀의 필모에 관심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지난 <진범인 플래그> 포스팅에 쓴 적이 있다.
그 중에 찜해뒀던 <반경 5미터>를 결국 다 봤다. 한 화당 43분, 총 9화.
주인공 요시네 쿄코뿐 아니라 여성라이프 2팀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지는 이야기였다.
인간의 어둠을 파헤치는 드라마도 물론 좋지만, 인간의 본성에 그런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므로...
소위 휴먼드라마를 보며 마음의 온기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내게는 필요한 것 같다.
회차 정보
1화 "어묵 아저씨"
2화 "출장 호스트 백 명 만나기"
3화 "난 이건 못 버립니다"
4화 "가짜 신분을 주의하세요"
5화 "검은 산타클로스 (전편)"
6화 "검은 산타클로스 (후편)"
7화 "나 홀로 광소곡"
8화 "들개는 길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9화 "여기에서 시작된다"
드라마 시작부터 운동하느라 괴로워하는 요시네 쿄코 얼굴로 시작. 그녀가 맡은 역할은 여성주간지 1팀의 편집자 마에다.
그녀가 일하는 주간지 1팀은 특종을 쫓는 팀. 주간지 판매부수가 이 1팀의 활약에 달려있다. 마에다는 1팀에서 2년이나 있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눈앞에서 특종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러 2팀으로 좌천된다.
마에다는 2팀으로 좌천된 걸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나는 너무 좋았을 것 같은데. 일단 사무실 분위기부터 2팀이 넘사벽으로 좋음. ㅎㅎ 책상도 자기 마음에 드는 자리로 골라쓸 수 있음. 완전 좋은 곳인데? 편집장이 커피도 막 타준다고... 사무실에서 어묵탕도 끓여먹고...?
그렇게 2팀에서 일상적인 것을 다루며 취재를 시작하는 마에다. 편집자라고 나오는데 사실 기자랑 뭐가 다른가? 구분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아무래도 여성주간지이다보니 여성의 입장을 조명하는 에피소드들이 많은 편인데 꼭 거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2팀에 막 들어온 마에다와 콤비를 이뤄 함께 취재를 다니는 역할을 하는 것이 프리랜서 기자 카메야마 타카라코. 그녀는 마에다가 너무 한쪽에 치우친 방향으로 취재하기 쉬울 때 적절한 순간 의외의 질문을 하거나 의외의 취재방식을 제시해 시각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그녀가 그렇게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된 것도 어떤 과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에피소드당 마에다의 기획 기사 하나가 연결되고, 그 소재들은 2팀이나 마에다 주변인물들의 개인적인 상황과도 연결된다. 1화에서는 슈퍼에서 즉석어묵탕을 사려는 여자에게 어떤 남자가 '어묵탕 정도는 직접 만들어줘라, 애가 불쌍하네'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SNS 포스팅을 보고 취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하...너무 익숙한 소재여서 바로 이입이 됐다. 타카라코는 묻는다. "아게하씨(SNS 포스팅을 올린 사람)도 요리는 자기가 직접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하잖아. 그건 왜일까? 그리고 어묵탕은 어디서부터 만들어야 직접 만든 게 되는거야?" 툭툭 내뱉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들로 마에다는 기사의 방향을 다시 수정하곤 한다.
타카라코와 함께 취재하며 성장해나가던 마에다가 벽에 부딪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에피소드가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취업빙하기 시대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한 여성을 취재하던 마에다는 그의 호소가 독자의 공감을 사지 못할 것 같다며 기사를 잘 써내지 못한다. 그때...
드라마 시작에서 말했던 반경5미터의 외연이 확장되는 순간. 처음에는 나의 반경 5미터에서 시작했다가 너의 반경 5미터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타카라코가 말해주었다.
너무 마음에 들었던 드라마. 연출은 미시마 유키코, 오카다 켄이고, 각본은 하시베 아츠코. 연출가와 각본가의 필모를 훑어보니 내가 본 작품이 없어서 또 하나하나 찾아봐야겠다. 분명 마음에 들 것 같음.
그리고, 나가사쿠 히로미 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