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230127 국립정동극장 신년음악회 | 복을 듬뿍 받고 온 자리

Zigeuner 2023. 1. 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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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리스트

김시원 & 타고

- 비나리

- 아라리

- 봄비

김바울

- Smile 

- 마중

- 기억의 향기

놀이패 죽자사자 

- 함경도 북청사자놀이

김준수

- 흥보가 中 박타는 대목 (고수:전계열)

- 어사출두

- 더질더질

국립정동극장예술단X백솔XGuitar Keii

- 반달


찬바람이 매서웠던 27일 저녁. 신년음악회를 보기 위해 정동극장에 다녀왔다. 이로써 신년음악회만 두 번째 :)

로비에 들어서니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티켓 찾은 후에 둘러보니 그 음악이 무려 현장에서 연주되는 것이었다. 

사전 연주가 있는 음악회라니 이색적이었다. (가야금 이지나/ 대금 이건희 / 해금 이주민)

첫 무대는 김시원과 타고가 열었다. 처음 본 가수인데, 미스터 트롯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타악 전공자라는 데 노래도 잘하고, 재주꾼이다. 국악하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재주가 다양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고영열 때문이다) 이 분도 그런 유형의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시원이 속한 국악그룹 '타고'는 타악그룹인데, 세 곡을 부르는 동안 다양한 타악기가 무대 위에 올랐다가 내려갔다. 타악 연주가 전해주는 리듬감과 박진감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전달되는 것 같다. 예전에 해외 손님을 모시고 국립국악원의 국악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손님이 민요 등의 소리와 타악 등 여러 무대 중에 타악을 가장 인상적으로 꼽았던 기억이 있다. 타악 무대가 연주 뿐 아니라 시각적인 화려함까지 갖추었다는 점도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일 듯. 그룹 타고의 10주년 무대 하나 .

 

뒤이어 올라온 김바울은 앨범에도 실린 유명한 재즈 넘버 'Smile'에 이어 우리 가곡 '마중'과 '시간의 향기'를 불렀다. 오늘 공연을 오게 된 계기가 바로 김바울이었는데, 최근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단 내게는 크로스오버 사중창 보컬 그룹 '라비던스'의 리더로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안 올수가 없었다. (라비던스, 흥해라! ^^) 대부분의 가수가 방송보다는 라이브로 보았을 때 더 좋은 느낌을 주게 마련인데, 김바울의 무대는 특히 그렇다. 방송으로 보아서는 그 진가를 알 수 없는 느낌. 깊은 저음의 진동이 공연장을 흔드는 경험은 방송으로는 절.대.불.가. 깊은 소리이지만 무겁다기 보다는 따뜻한 김바울의 목소리가 한파도 잊게 해주었다. 노래를 고를 때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처럼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곱씹게 되는 경험도 참 좋았다. 

 

이어지는 함경도 북청사자 놀이는 잔잔했던 공연장의 분위기를 180도 뒤집어놓았다. 사자탈이 관객 뒷자리에서부터 내려오며 사탕이며 박카스, 복주머니를 내어주는가 하면 혀를 내밀어 관객의 얼굴을 핥기도 하고 관객의 머리를 물거나 덮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주위에서 큰 박수와 폭소, 환성이 터지며 공연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마지막엔 앞다리 부분의 무용수가 관객과 자리바꿈을 해서 큰 웃음을 자아냈는데, 그 관객분이 또 그럴듯하게 위치를 이어받았던 것이 인상적. 이번 공연의 최고의 순간을 만드셨다. :)

 

북청사자놀이의 기운을 이어받은 김준수는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으로 관객들에게 부자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 정말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박을 쪼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ㅋ 그 전에 잊지 말아야할 것. 흥보가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었기 때문에 그런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 올 한해도 복을 많이 얻으려면 덕을 잘 쌓아야하겠다. 국악계 아이돌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팬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았는지, 추임새도 쏟아졌다. 국립창극단의 공연에서 들을 수 있었던 찐 어르신들의 추임새와는 또 다른 바이브의 추임새여서 흥미로웠다. 

 

마지막 무대는 기타리스트 케이와 백솔 어린이, 그리고 국립정동극장예술단이 함께 꾸민 무대였다. 무용수들이 신나게 돌리는 흰 리본이 마치 쥐불놀이의 불꽃처럼 무대를 수놓고, 백솔 어린이가 종종 걸음으로 걸어나와 청아한 목소리로 '반달'을 불렀다. 기타리스트 케이가 직접 편곡한 연주도 듣기 편안했다. 달아올랐던 공연 분위기를 깔끔하게 매듭지어주는 무대였다. 

 

사회를 맡았던 박은영 아나운서의 말대로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정동극장에서 우리 소리와 우리 가곡들로 채워진 무대를 즐기며 1월을 잘 시작한 것 같아, 금요일 오후 피곤이 묻어나는 시간이었지만 발걸음 가볍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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