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사자가 된 추다혜, [짓-사자의 언어] 후기

Zigeuner 2021. 12. 17. 19:34

일시 : 2021년 12월 10일 오후 8시
장소 :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셋리스트

  1. 이 몸은 사자라오
  2. 날 찾네 part. 1 (날 찾네)
  3. 어화세상 벗님네야
  4. 떨레떨레 (투전풀이)
  5. 호시절 가려나보다 (느리개타령) 
  6. 자장가 (몽금포타령)
  7. 왜 생겼나 (뒷산타령/사설난봉가)
  8. 달리기
  9. 처량도 하다 (싸름타령)
  10. 백발이 더욱 섪다 (산염불)
  11. 간다간다 (자진염불/자진아리)
  12. 나는 못 놓겠구나 (엮음수심가)
  13. 나 돌아갑네 (매화타령)
  14. 날 찾네 part. 2 (날 찾네)
  15. 사자의 마지막 노래 (상여소리)

지난 여우락페스티벌에서 추다혜차지스의 무대를 본 순간 부터 추다혜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다. 무가(巫歌)가 전자음악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도 신기했고, 무대도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이후 수원에서 관람했던 뮤지컬 <금악> 에서는 배우로서도 인상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 (추다혜가 연기도 전공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이 공연 소식을 들었는데 정보가 잘 없었다. 추다혜차지스의 무대는 아닌 것 같고, 포스터 전면에는 추다혜의 얼굴이 배치되어 있고, 제목만 봐도 감이 잘 안 오고. 그렇게 잘 모르는 상태로 공연을 보러 갔다.

 

예전에 2002~3년 무렵에 사진동호회 활동을 할 때 남산한옥마을에 자주 갔었는데 이번에 간 게 거의 십여년만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도 국악당이 있었나? 건물 생김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생긴것 같았다. 공연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나눠줬는데 그걸 읽어보니 그제야 공연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추다혜의 소리를 기본으로 몸을 이용한 타악과 춤을 섞은 퍼포먼스. 추다혜와 두 명의 무용수가 사자가 되어 아무개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지켜본다. 연출이 추다혜 본인인데, 연출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죽음에 가깝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대부분 자주 잊으며 살아간다" 이 글귀가 덜컥 눈에 걸렸다. 그렇네, 물론 사람이 언제 죽을지는 모른다고 하지만 확실히 어제보다는 오늘 나는 죽음과 가까워졌구나.

 

사자는 보통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찾아오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 퍼포먼스에서는 사자는 한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한 생애를 쭉 살펴본다. 태어나서 청소년기를 지날 때는 굉장히 자세하고 길게 묘사하는 느낌인데, 성인 이후는 두 지점(일직사자와 월직사자의 사이)을 쉼없이 달리는 것처럼 묘사되어서 앞부분에 비해 압축된 묘사를 보여준다. 아마 의도겠지만 이 시간의 차이가 좀 슬프기도 하더라. 아무개까지 새 무용수 뿐만 아니라 추다혜도 몸을 악기로 사용하고, 전자음악 사운드를 담당하는 연주자 두명이 참여했는데 때로 구슬프고 때로 몽환적이고 때로 정신을 빼놓는 듯 부산했다. 일직사자와 월직사자를 맡은 두 무용수는 내 기억이 맞다면 추다혜 차지스 공연에서도 봤던 분들인데 동작이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다시 한 번 우리 소리와 전자음악의 어우러짐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무대였고, 연기뿐 아니라 퍼포먼스 연출가로서의 추다혜의 역량도 확인하게 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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