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1년 10월 30일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밀린 후기 많은데 이것부터 안 쓸 수가 없어서 쓴다...
이 공연을 보고 왔더니 첫공에 대한 공포가 생길 것 같다.
아무리 첫공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극을 올리다니..... 할 수 있다면 환불요구했을 것. (그런 심정이었다)
주연배우가 거의 첫 씬에서부터 대사를 잊어서 정적의 상태가 지속되었는데
그 이후 객석의 몰입이 깨져서인지 이 극이 비극이라는 것을 잊을만큼 객석에서 폭소가 이어졌다.
리어왕이 희극이라고 생각될 정도.
거의 모든 배우가 자기 대사를 더듬었고 그 덕분에 감정은 전혀 전달받을 수 없었다.
간신히 대사를 기억하고 읊느라 대부분 로봇과 같은 톤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나마 대사의 어조를 살리고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은
고너릴, 켄트, 에드먼드 정도였다. 에드먼드 역을 한 배우는 기억해둬야지...
고너릴을 맡은 소유진 배우는 혼란한 무대 한 가운데에서 감정을 한껏 끌어올려 연기했는데 (존경한다, 아무도 제대로 된 감정을 안 주는데 그게 된다니)
문제는 다른 배우들이 너무 뻣뻣한 가운데 고너릴 홀로 감정을 토해내니 오히려 감정과잉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애써 연기한 배우에겐 너무나 애석한 포인트.
대체 무대뒤에서 뭘하는 건지 스탭들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고 (OP석이어서 자리가 무대와 가까운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조명 타이밍도 제대로 맞춰지질 않아서 죽은 배우가 제발로 걸어서 퇴장하는 걸 고대로 관객에게 보여주질 않나 (관객 일동 웃음)
음향도 어떻게 쓰는건지, 음향이 들어오는 씬에서는 배우들 목소리가 묻혀서 들을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문어체의 대사들을 이상하게 끊어 읽는(그야말로 읽는) 것도 너무... 한숨. 에드먼드는 문어체도 잘 살리더라.
이연희 캐스팅될 때 논란이 되었던 걸로 아는데, 이연희만 논란거리가 아니다. 잘 하는 사람이 드물고, 다 못한다.
하도 웃어대며 보셔서 그런가 다들 만족스럽게 기립까지 하시던데,
그 연세에 3시간 공연을 끌고가는 집중력은 정말 인정받고 존경받을만한 부분이지만
정말이지 대사가 너무 안들렸다. 리어왕이 익숙한 내용이었으니 망정이지, 너무 힘들었고, 전체적인 퀄리티를 생각하면
기립은 정말..... 관객들이 너무 후하다.
둘째날인 오늘 후기도 대강 찾아보니 스탭소리가 극중에 울려퍼지는 참사가 있었나본데...
이렇게 프로페셔널한 부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극을 올린 연출....반성하셔야할듯.
이 연출은 앞으로 절대 피한다.
NT Live에 이어 이 공연까지 올해만 리어왕을 두 번 봤고
내년에 올라갈 국립창극단 공연까지 리어왕을 줄줄이 볼 예정인데
국립창극단 공연이 리어왕 트라우마를 씻어줄 공연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