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영화. 다르덴 형제 영화 중에는 두번째인 듯 하다. 처음 봤던 게 '로나의 침묵' 이었던가.
음악이 거의 흐르지 않는 영화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도, 음악이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산드라가 말한 '행복'을 머릿속으로 계속 곱씹어보게 되었다. 어쩌면 절망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바로 그 이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내가 산드라였다면.
영화를 보고 나오자 P가 질문했다. 네르씨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그 질문은 사장의 제안에 대한 대처를 묻는 거였다. 아마 산드라랑 같은 답변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나는 산드라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런 사장의 제안을 받을 여지조차 스스로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 직장 동료들이 나의 복직 대신 자신들의 보너스를 선택한 상황. 그 상황에서 한 명 한 명을 집까지 찾아가 설득하는 일을 난 아마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자주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산드라의 직장 동료들은 나의 보너스냐, 동료의 복직이냐를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사실 이것을 선택해야 할 주체는 그들이 아니다. 설득하려고 들른 산드라에게 "이건 우리가 일한 대가야!!"라고 화내던 사람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일한 대가라면, 그 대가를 주는 사람에게 이런 선택지를 들이밀지 말라고 요구해야 옳지 않은가. 책임을 힘없는 자에게 전가하고 뒤로 빠져버리는 '갑'들의 횡포와 '을'의 분열. 동료에게 등을 돌리고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 돈 천 유로는 지금 우리 돈으로 133만원쯤 된다. 맥이 빠진다.
하지만 산드라가 행복해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주말동안 동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그들이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고 울었던, 외롭다고 말했던, 헤어짐을 두려워하던 그녀였다. 사람들을 만나며 위로를 얻고, 힘을 얻고, 희망을 얻고, 결국 그 힘을 바탕으로 그녀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동시에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었으리라.
나는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힘과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까.
*
영화 상영할 때 스타터 노트라고 적힌 작은 노트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페이지 하단에 다르덴 형제의 말이 적혀있다.
"혼자였던 사람이 누군가 다른 이를 만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