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자기 표현의 욕심이 없다. 자아가 넘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곡이라도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저 자신에게 흥미가 없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런 생각도 없고. 연극을 하다보면 그런 집착이 없어지더라구요.매 순간 자신의 힘을 어떻게 끝까지 쏟아 부을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죠.
이 때 중요한 게 '귀'에요. 음악 뿐 아니라 연극에서도 자신의 귀를 믿어야 하죠. 가령 연출가가 연기를 지적할 때 같은 말을 들어도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거든요. 연출가의 진의를 듣는 사람도 있고, 못 듣는 사람도 있죠. 그래서 저는 무엇이 옳은가 보다 어떻게 듣고 받아들일까가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작가와 스탭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느냐에따라 표현방법이 바뀌니까요. 어떻게 전달할까 보다 상대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모든 방향의 얘기를 분명하게 듣는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가능한 한 듣는 일에 더 집중하고싶어요.
작가나 청중의 생각을 깊이 소화한 후에 표현하겠다는 자세는 겸허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꽤 야심이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야심은 있지만, 제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제게 어울리는 방법이 아니에요. 작업 과정에서도 내 감정에 취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전혀 없구요. 배우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타고난 환경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저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저에게 표현 가능한 영역이 주어졌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그런 기회가 모처럼 주어진 만큼 함부로 하고 싶지 않다는 야심은 강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제가 할 수 있는 바를 모두 하면서 표현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관객과 청중은 물론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도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요. 무엇을 어떻게 하든, 그 현장에 있는 사람이 즐길 수 있다면 충분하니까요.
늘 제 자신에게 흥미가 없긴 했지만, 음악을 하며 제 자신을 알아가게 되었어요. 저 자신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한 건 아니지만 내면에서 솟아나는 감정에 형태를 입혀 목소리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 하니까요. 연령과 상관없이 음악가라면 모두 매번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거쳐 피나는 노력 끝에 음악을 탄생시킨다는 것도 알았어요. 저도 10년이 지나자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을 배워 익히는 것보다, 그것을 어떻게 덜어내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식이나 경험을 껴입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도려낸 후 곡 그 자체에 대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최근엔 가급적 힘을 싣지 않으려고 해요. 무대위에서는 모르는 사이에 힘이 들어가니까 그 밖의 시간에는 될수 있으면 힘을 빼고 심플하게 있고 싶어요.
올해 이른 봄 마츠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 멀리서 보면 소년 같은 모습, 화장기 없는 얼굴과 청바지 차림에서 쓸모없는 것은 덜어내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마츠 다카코가 10년에 걸쳐 자아낸 그녀만의 음악 세계는 심플하면서 풍부하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흐른다해도 결코 쓸려가지 않을 굳건한 심지가 느껴진다.
음악을 마주하며 10년을 지내보고서 결국 심플함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정도는 알게되었네요.(웃음) 앞으로도 오랫동안 스탠다드를 노래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나름의 사명감이랄까. 음악이든 예능이든 아무리 훌륭해도 계속 해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지니까요. 그런 소중함을 그곳에 있는 소중한 감정과 함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행복할거에요.
(끝)
[Time for Music] 2010 발매
위 기사 이후 발매된 앨범으로, 데이비드 캠벨이 편곡자로 참여.
5곡의 팝음악 커버 수록.
카펜터스의 'Rainbow Connection' 커버가 반가웠다.
힘을 빼고 노래하는 마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클립인 듯. [Time for Music] 수록곡 '500 Miles'
함께 연주하는 기타리스트가 남편 사하시 요시유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