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이 마지막입니다~
아이들 캐릭터는 어떤가요. 슈야, 나오키, 미츠키, 그리고 그들을 왕따시키는 같은 반 아이들. 이 아이들은 몬스터 칠드런이라고 칭할수 있을 정도로 잔혹함과 악의로 똘똘 뭉친 존재로 보였는데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전 아이들이 모두 마음이 곱고 순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부 평소에는 마음이 곱고 이상을 지닌 아이들이었어요. 슈야나 나오키를 따돌릴 때 이유가 있었죠. '슈야는 나쁜 짓을 했어.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했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어.' 그 아이들은 그 점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무척이나 잔혹하게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그 근저에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있었다는 거죠. 그것이 인간이 지닌, 흥미로우면서도 애처로운 점이 아닐까요.
하지만, 급우들의 집단따돌림은 점점 제재의 측면에서 유희로 바뀌어 가는데요. 영화에서는 그 변화의 흐름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보는 도중에 등줄기가 얼어붙는 기분이었어요.
그 부분을 찍을 때 아이들 하나하나와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배우들은 '내가 그 급우들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었죠. 당연히 아역 배우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나라면 따돌림에 끼지 않았을 거에요' 혹은 '적극적이진 않아도 다들 하니까 같이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처럼. 만약 따돌림을 함께 했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 따돌림이 장난거리로 바뀌기 시작하는지, 선생님이 그런 고백을 할 때 아이들이 얼마나 긴장했을지, 혹은 선생님 말을 어디까지 믿었을지. 그런 대화 끝에 얻은 결론을 영상에 생생하게 반영했습니다. 만약 그 장면을 오로지 제 생각으로만 찍었다면 이상해졌을 거에요. 화면에서 연기하는 13세 아이들의 진실을 영화에 옮기고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시면서 뭔가 깨달은 바가 있었나요.
음... 아이들이란 말을 참 잘 믿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출연하는 중학생 배우들에게 모두 원작을 읽게 했고, 거기다 대본도 읽게 했죠. 2주에 걸쳐 대화를 했는데 쓰여있는 내용에 대한 신용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 라고 말하자, '네? 왜요?' 라며 놀라더군요. '그야 너희들도 거짓말을 하잖아' 고 대답했더니 '그건 그렇지만...' 라고. 그런 점이 재미있었어요. 이런 녀석들이라면 쉽게 속일 수 있겠는걸. (웃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 아이들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죠. 모두 착하죠.
다른 배우들이나 스탭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다고 하던가요.
역시 각자 읽고 이해한 바가 천차만별이었어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이면을 읽으려고 몰두한 나머지 갈피를 잃은 경우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말'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과 개성을 이해하는 좋은 재료가 된 듯 합니다.
과연 그렇군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보는 넘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가 확실히 적혀있지 않은 작품이다보니 '말'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는지 알게 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었겠네요. 어제 편집전이긴 하지만,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요. 감독님의 이전 작품과 비교해보면 등장인물의 윤색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영상도 그렇고 어수선한 부분을 덜어냈다고 할까요, 인물을 단순한 방식으로 드러내려고 했어요.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수습이 안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화면 구성도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달랐죠. 불필요한 것은 프레임 안에 넣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찍었습니다.
덧붙여, 이야기의 중심은 모리구치 선생과 소년A의 대결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효과적으로 담지 않으면 이야기가 풍부하게 표현될 수 없죠. 이야기 흐름에 각 인물의 에피소드를 어떻게 구성해 나갈지에 대해 퍼즐 조각 맞추듯이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어가며 궁리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원작 소설의 장 구성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습니다. 시간 흐름도 교차되곤 하죠. 제 생각에 그것이 가장 좋은 이야기 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촬영하시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요?
네. 지금까지는 영상도 캐릭터도 다양한 부분을 과도하게 첨가해서 관객을 일단 놀래키려는 방법을 썼는데요, 이번처럼 무엇도 보태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냈더니 오히려 보는 사람이 그 여백을 직접 여러가지로 채워넣더군요. 가편집본을 본 사람들의 감상을 들어봤을 때도 이전의 작품들 이상으로 여러 상상을 보태주거나 숙고해 주었어요.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촬영을 마무리 지은 지금, '고백'이라는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새롭게 갖게 되셨습니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촬영을 마친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감독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입니다만, 각 인물의 진심이 담긴 부분이 어디인지 그 결론을 결국 내지 못했습니다. 결론을 낼 생각도 없지만요. 그 부분은 책을 읽는 독자나, 영화의 관객이 스스로 내면 되지요. 이 작품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읽은 후에 쓰여져 있지 않은 부분을 여러가지 상상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었거든요. 영화를 다 본 관객도 비슷한 감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책이든 영화든 이 작품을 접한 분들은 모두 자신이 어떻게 읽었고 보았는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좋겠습니다.
(끝)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발번역은 사뿐히 즈려밟고(??)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확실히 전작인 모모코나 마츠코에 비해서 과장 없이 표현된 작품이었죠. 제가 전작들을 보면서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