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나에게 당신은 늘 환상적 - 이승환 콘서트 '환니발'

Zigeuner 2013. 1. 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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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뽀샵. ㅎㅎ

이승환 콘서트 다녀옴. 집에 오는 게 걱정되는 늙은이인 관계로 31일 말고 30일 공연으로 다녀왔다. 동행이 앞자리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에 티켓오픈일에 엄청 긴장이 되었다. 아무리 관객 동원이 잘 안된다 해도 앞자리는 광팬들의 집결지이며 순식간에 동나기 때문에. 더불어 티켓 오픈 당시 외출중이어서 핸드폰으로 예매를 시도해야 했다. 결과는? 맨 앞자리. 어화둥둥. 예매 20년 인생에 처음 있는 기적같은 일이었다. 

맨 앞줄이 마냥 좋은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공연 시작 전에 스태프가 와서 불꽃과 불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줄 때였다. 우리 자리 앞으로 화염방사(-ㅂ-)기둥이 있었던 것이다. 불꽃도 쉴새 없이 터져나왔다. 폭죽알에 얼굴을 맞는가 하면 불기둥의 열기에 놀라 일어서지도 못하고 고대로 착석해 있기도 했다. 제일 웃겼던 건, 광대가 나와서 불쇼를 할 때였는데, 열심히 노래를 따라부르던 내 입으로 정체불명의 액체가 떨어지던 순간이었다. 광대가 입에 물고 있다가 뿜은 기름이 내 입안으로 착지했던 것이다. 아 더러워. 아 냄새나. 아~~~악! 

맨 앞자리여서 아쉬웠던 점 또 하나는 전체 무대를 조망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환니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환상적으로 꾸며져있던 무대였는데, 분명 조명도 환상적이었을텐데, 맨 앞자리는 그걸 느낄 수 없었다. 이번 공연의 전체적인 느낌을 알고 싶다면 여기 맨 마지막 그림을 참조.

첫무대는 로맨틱펀치가 열었다. 탑밴드 인연으로 첫 무대에 서게 된 것. 관객 유도가 생각보다 너무 잘 되자, 보컬이 흥이 난 듯 보였다. 이승환 팬에게 이정도는 껌이지, 뭘 그리 놀래는가. 이어지는 3개국어 안내 멘트. 일본어-영어-한국어. "신사, 숙녀, 그리고 초대권 여러분...." 관객 동원이 어려워 초대장을 엄청 뿌렸다더니, 이승환다운 자조적인 코멘트가 이어졌다. 특별히 더 보탤 것 없이 좋은 무대였고, 즐거웠다. 여러 곡 중 굳이 오늘의 한곡을 뽑으라면 '당부'. 마지막 초록색 레이저 조명과 가운데 어둡게 드러나던 그의 실루엣과 처절한 보컬이 무척 잘 어울렸기 때문에. 관객과 함께 영화 '26'년에 삽입되기도 했던 '꽃'을 떼창한 것도 좋았고, 스태프가 듣고 싶어해서 레퍼토리에 올렸다는 'Dear Son'도 좋았다. 이승환 말로는 모 평론가가 이 곡을 혹평하며 (그에겐 아들이 없으므로) 곡에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는데, 그딴 소리 개나 줘버려!!! 앨범에서 들었을 때, 이전 공연에서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후렴쯤에서 울컥했다. ㅠㅗㅠ 난 아들도 없는데! 아들도 없는데! 나의 눈물도 진정성이 없는가?!

앵콜2번까지 마치고 관객이 빠지는 동안 이승환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31일 공연에서는 그때까지 가수와 연주자들이 무대에 남아있었더군. 그리고 공장장은 신곡에 맞춰 립싱크를 해주었다고 한다. (청담동 앨리스 OST 삽입곡이라고 한다)

이분 카메라 뭐 쓰는거지? 엄청난 촬영이다.

나가면서 우리에게 연신 안전에 대한 주의를 주던 스태프에게 수고하셨다고 인사했더니 당황하더군. 공연장 입구에도 알바언니들이 백화점 개장시간때처럼 쪼로록 서서 인사하길래 고맙다고 인사해줬더니 엄청 좋아했다. 이런 공연 진행하려면 정말 힘들듯. 다들 고생 많으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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