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참고할 만한 글귀 밑줄.
'제행무상 (諸行無常)'은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행'은 존재를 뜻하고 '상'은 항상하다는 뜻이지요. 결국 '제행무상'은 모든 존재는 항상함이 없다, 곧 모든 존재는 변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 가르침을 어떻게 해석할 지는 생각하기에 달려 잇습니다. 무상과 허무를 잘못 이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존재는 고정되어 있는 실체가 없으므로 허무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무상한 존재인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떠나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지요.
만약 내가 무상하지 않고 영원불변한 실체로서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허무할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더라도 나의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 되니까요. 이런저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마음공부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 됩니다.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만약 그렇다면 내가 결정할 몫은 사라지게 되니 나는 노력할 필요도 없고 할 일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제행무상의 가르침에 따르면 나는 무상한 존재입니다. 이 사실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의 행위가 나를 창조한다는 진취적인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과거에 집착할 것도 없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할 것도 없이 오직 바로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하면 됩니다. 열심히 할면서도 집착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 바로 이 가르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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