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원더랜드 씨어터, 크로스오버의 시조새(ㅎㅎ)와 후배들

Zigeuner 2024. 2. 6. 09:13

팬텀싱어 팬질하면서 힘든 점을 하나 꼽으라면 
결선 팀 활동 아니어도 여러 조합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따라다니기 벅차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1월 중순에 들려온 원더랜드 씨어터의 티켓팅 소식도 딱 그랬고. 
어떤 조합이었냐하면,
먼저 시즌 1 우승팀 ‘포르테디콰트로’의 리더 고훈정과
시즌 3 우승팀 ‘라포엠’의 리더 유채훈,
시즌 3 준우승팀 ‘라비던스’의 리더 김바울에
뮤지컬 배우이자 원조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카이가 만난 조합이었다.

날도 좋고
공연 일정이며 장소도 좋고
출연진도 좋고
무대도 예쁘네

올해는 공연을 많이 안 보려고 다짐했건만…
공연장이 집 근처인 것도 한 몫 했다.


Set List
카이 _ Anthem / Stars
고훈정 _ 저 바다에 쓴다 / 길 위의 나그네
유채훈 _ 그날 / 이구아나
김바울 _ The Longer I Live / Track 9
4중창 _ Luna
고훈정, 김바울 _ Danny Boy
유채훈 _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 Il Fuggitivo
김바울 _ Broken Vow / 마중
고훈정 _ 저 바다에 날 / 피와 살
카이 _ 운명 / 지금 이 순간
카이, 유채훈 _ 파도의 노래
4중창 _ Il Mondo


셋리는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셋이나 되다 보니
뮤지컬 넘버들이 많았는데 거의 다 익숙한 곡들이어서 좋았다.
고훈정이 부른 노래의 경우는 뮤지컬도 많이 보러 갔었고
개인콘서트도 간 적이 있어서 모르는 곡 없이 익숙하다 못해 친숙.
팬텀싱어 1 예선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사의 찬미’ 넘버
‘저 바다에 쓴다’ 를 오랜만에 들으니 특히 시간여행을 한 것 같고 좋았는데,
정작 본인은 이 뮤지컬에 참여한 적이 없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공연에서 토크 웃음 지분 상당했던 고훈정.
자기는 이제 당당히 말하겠다고. “저는 말하는 게 좋아요!” ㅎㅎㅎ
이에 비해 다른 출연자들은 정석적인 멘트를 구사하는 편이었어서,
너무 진부하다면서 핀잔을 주기도 했다.

물론 형님인 카이한테는 못했지만 :)

자칭 크로스오버의 ‘화석’ ‘시조새’ 카이는 연륜이 빛나는, 저력있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노래마다 마지막 호흡을 딱 잡고 유지하는 그 긴장감이 무척 좋았다.
카이까지 함께 부르는 ‘Luna’ 가 어떨지 궁금했었는데,
알고보니 카이가 ‘Luna’를 번안해서 불렀었다고.
고훈정이 그 번안곡인 ’월하연‘ 뮤직비디오가 생생히 기억난다며 장면들을 묘사하자
카이가 그러면 관객들이 집에 가서 찾아보신다며 만류했다.
그리고 나는 찾아봤지. (미안해요, 카이)

유채훈은 팬텀싱어 갈라콘 이후에 오랜만에 무대를 본 것 같은데
짱짱한 음색으로 어려운 곡들을 잘 소화해서 인상적이었고,
다른 출연자에 비해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노래들이 있어서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커버곡보다 자기 곡 부를 때가 확실히 더 좋던데 앞으로는 자기 노래를 많이 불러주었으면 하는 바람.

김바울의 무대는 첫곡에서 좀 많이 놀랐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넘버 ‘The Longer I Live’를 불렀는데,
다른 노래를 부를 때보다 훨씬 감정표현이 깊어진 것이 확 전달되어서.
뒤이은 곡 소개 멘트에서 영상 클립을 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밝혔는데,

역시… 이라는 생각이 드는 무대였다.
저음이 아름다운 가수지만 고음도 잘 소화해서 즐거웠다.
유채훈처럼 본인 노래를 한 곡 정도 선곡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오랜만에 본 무대라서. :) (다음 뮤지컬 소식은 언제 오나?) 

여러가지로 귀호강한 무대였지만 중창이 적었던 것은 좀 아쉽다.
각자 스케줄이 바쁠테니 연습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거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또 모처럼의 조합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밴드 연주나 조명이 보컬을 잘 못 받쳐주는 것 같아서 그것도 조금 아쉬운….
중간중간 마을 회관 동네 잔치 같은 조명과 반주가 아주…헛헛…

하지만 이런 기획공연이 주는 매력도 만만치 않으니
앞으로도 다양한 조합으로 무대를 올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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