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230213 Valentine’s Day SWEET TALK PLAY 김현수, 김바울

Zigeuner 2023. 2. 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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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 List

1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 아르티제 오케스트라
헌정 (슈만) - 김현수
남몰래 흐르는 눈물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 김현수
첫사랑 (김효근) - 김바울
마중 (윤학준) - 김바울

2부
오페라 <카벨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 아르티제 오케스트라
그대를 사랑해 (그리그) - 김바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손드하임) - 김바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주원) - 김현수
나를 잊지 말아요 (쿠르티스) - 김현수
오 나의 태양 (카푸아) - 김바울, 김현수

앵콜
You Raise Me Up - 김바울, 김현수


얼마전 포스팅했던 그 공연에 다녀왔다. 월요일부터 공연 행차를 하는 것이 다소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녀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

김정현 아나운서의 특별무대가 궁금했는데 1부와 2부를 시작을 모두 아나운서 김정현이 특별무대로 꾸며주었다. 프로그램에 따로 적어주지는 않았는데, 1부에는 리스트가 편곡한 슈만의 헌정을 솔로로 연주했고, 2부에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아르티제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함께 연주했다. 두 곡 모두 발렌타인데이를 의식한 선곡이었을 것이다.
슈만의 헌정은 뒤이어 등장한 테너 김현수가 노래로도 들려주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김현수를 소개하며 아나운서가 직접 가사를 읽어주기도 했다. 슈만이 클라라에게 바친 노래.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환희, 나의 고통…. ’ 노래를 부른 김현수는 후에 김정현 아나운서의 전공이 독일어라서 자기 발음이 안 좋을까봐 걱정했다는 얘기로 너스레를 떨었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테너 김현수가 팬텀싱어 출연 당시 예선에서 부른 곡이기도 하다. 그 때 바다가 부드러운 커튼같다고 평했던가. 작년에 포르테 디 콰트로 공연을 몇 번 다녀오면서 원래 노래를 잘하는 김현수지만 새삼 득음을 한 게 아닌가 싶게 노래를 너무 쉽게 해서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감정을 한껏 실어서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지는 김바울의 무대는 모두 한국 가곡이었다. 한 음 한 음 진하게 짚어가며 노래하는 모습이 아주 좋았는데, 정작 본인은 첫사랑의 작곡가 김효근 선생님이 공연장을 찾았다는 소식을 공연 시작 15분 전에 전해듣고 엄청 떨었다고 한다.

2부에서는 토크를 나누는 시간이 따로 있었다. 아나운서와 두 성악가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두 성악가가 인사를 하려고 여러 번 의자에서 일어나자, 아나운서가 “두 분 다 키가 크셔서 함께 나란히 서고 싶지 않은데 자꾸 일어나시네요”라고. ㅎㅎ 김정현 아나운서가 두 성악가를 추켜올리느라고 자꾸 키얘기를 하더라. 본인도 준수하신데 왜 자꾸 그러시는지. 김현수는 늘 엉뚱한 토크를 구사하는 걸로 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데 오늘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무슨 질문에 대한 대답 중에 나온 얘기인 지 모르겠는데 자기가 ’사랑의 인사‘ 멜로디에 맞춰서 광고에 들어갈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광고 내용 중 아빠가 부를 노래였으나 아빠가 이렇게 잘 할 리가 없다고 짤렸다고. ㅋ 아니 아빠가 노래를 잘하면 좋지 왜 짤라! 그거 말고 또 무슨 토크를 했더라…다른 예술 장르를 도전해 본다면 뭘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둘다 ’연극‘이라고 대답했다. ’뮤지컬‘로 무대를 접해보니 노래 없이 감정을 전달해야하는 연극이 궁금해진 듯. 두 성악가 겸 뮤지컬 배우의 연극무대를 기대해봐도 되는 것일까? ^^

2부는 김바울이 먼저 노래했다.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는 처음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곡이었다. 김현수가 부른 두 곡 중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는 서정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인데 현대음악같아서 부르기 어려운 곡이라고 말했다. 듣기에도 난해할 것 같은 곡이었다. 물론 현수씨는 잘 불렀지만. 쿠르티스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부를 때는 관중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다들 좀 쑥스러우신 것 같았다 ㅎㅎ (그리고 관객이 좀 적은 공연이어서 머쓱하기도) 2부 마지막곡과 앵콜곡은 두 성악가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 공연 내내 연주를 맡은 아르티제 오케스트라는 처음 본 오케스트라였는데, 진솔이라는 여성지휘자가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무료로 나눠준 리플렛에 진솔 지휘자에 대한 설명은 따로 적혀있지 않았는데 현재 아르티제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라고 한다. 앞으로 여성지휘자의 무대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발렌타인데이를 타깃으로 기획된 공연인데 정작 2월 14일로 예정된 고상지 밴드 공연은 고상지씨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취소되어버렸다. 사랑 노래로 가득 채워진 공연이었던 만큼 데이트로 손색없는 공연이었는데 빈자리가 많았던 것이 좀 아쉽다. 내가 주최측도 아닌데 말이지. 아마 평일, 그것도 월요일 공연이라는 것도 영향이 있었을 듯. 나는 데이트와는 무관하게 혼자 공연보러 다니는 사람이지만 무척 흡족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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