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리스트
-1부-
슈만, 교향곡 제3번 내림마장조 Op.97 ‘라인 Rhenish’
I. 생기있게 Lebhaft
II. 스케르초. 매우 온화하게 Scherzo. Sehr mäßig
III. 빠르지 않게 Nicht Schnell
IV. 장엄하게 Feierlich
V. 생기있게 Lebhaft
-2부-
프로코피예프,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Op. 64 中
- 서곡
- 줄리엣, 작은 소녀
- 기사들의 춤
비제, 오페라 <카르멘> 中
- 서곡
- 하바네라
- 투우사의 노래
- 집시의 노래
고영열, 판소리 <춘향가> 中 ‘사랑가’
우효원 곡/김영랑 시, 북
-앵콜-
아리랑
화가는 시를 그림으로 바꾸고
음악가는 그림에 음악성을 부여한다.
R. Schumann
1월은 새해의 시작과 함께 여러 극장에서 신년음악회를 올리는 달이다. 작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음악회를 봤는데, 올해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시즌 오프닝 콘서트를 보고 왔다. 극장은 동일하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최근 2년 사이에 많은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처음인 것 같다. 자리가 2열이었던 관계로 무대보다 좀 낮아서 악기 편성이 뒷자리까지 보이지 않았는데, 입장할 때의 위용만 봐도 대편성 오케스트라여서 소리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얼마나 풍성한 소리로 해오름을 가득 채워줄 것인가.
무료로 배포한 프로그램의 첫 페이지에 슈만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1부는 슈만의 교향곡 다섯 악장으로 채워졌다. 도합 32분. ‘생기있게’로 시작해서 ‘생기있게’로 끝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밝은 기운을 전해주는 교향곡이어서 신년음악회에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는 작고 세심한 연주가 필요한 순간에는 무릎을 구부리면서 몸을 한껏 낮춰 소리를 이끌어내는 스타일로 지휘를 했다. 지휘자의 몸짓을 관찰하는 것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 재미있었다 :)
2부에는 객원 출연진들이 하나둘 나와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무대를 채웠다. 객원출연진 중 한 명인 고영열이 내가 공연장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관심 아티스트가 이런 협연 무대에 자주 오르는 덕분에 내 경험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서 고맙다. 바리톤 고성현 선생님의 무대를 보니 얼마전 갈까말까 고민했던 오페라 무대를 스킵한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고영열이 오른 무대는 춘향가 중 ‘사랑가’. 고영열이 직접 편곡한 피아노 병창 버전 사랑가를 다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곡인데, 이건 진짜 해외에 수출(?)하고 싶은 무대다. 오케스트라 사랑가를 지금까지 한 다섯 번 본 것 같은데 너무 아름답다.
‘북’은 국립합창단 전속작곡가 우효원의 작품인데, 김영랑의 시 중에 이런 시가 있다는 걸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고영열의 무대 영상으로 처음 알았다. 너무 곡을 잘 붙였고, 제목이 ‘북’인만큼 고수와의 호흡까지 배려한 편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무대에서는 고석진이 북을 잡았다. 고석진의 북 연주를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아, 그러고보니 고영열의 무대부터는 지휘자가 연미복을 벗고 두루마기를 걸치고 나왔다. ㅎㅎ
마지막 앵콜은 ‘아리랑’. 무대 뒤로 소위 ’국뽕‘ 영상이 흘러서 조금 오글거리기는 했지만 ㅎㅎ 좋은 마무리였다. 뭔가 한국 사람들이 즐길 새로운 레퍼토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
개인적인 베스트는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가듯’ 점점 무르익는 듯한 고영열의 ‘북’ 무대. 새해 첫 시작에 이 곡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옮긴 발걸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충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