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2022 여우락 페스티벌 정리

Zigeuner 2022. 8. 2. 22:01

작년에 여우락페스티벌에서 3개의 공연을 봤고 그 공연들이 모두 인상적이어서 다음 여우락에는 꼭 패키지를 끊어서 다 봐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22년, 드디어 여름, 드디어 여우락. 마음 먹었던대로 패키지를 끊고 공연을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다.

각 공연을 마치고나면 국립극장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공식 사진과 셋리스트가 바로바로 올라왔다. 공식사진 퀄리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좋다. 

공식 정보를 바탕으로 관람 순서대로 정리해본다. 사진은 커튼콜 때 직찍.


무토(MUTO) <GROUND>

일시 : 2022년 7월 1일 금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달오름극장

 

셋리스트
1. Intro

2. 청성곡

3. Harm

4. Seven blind Men

5. Red moon

6. Sonnet

7. Straight Line

8. 만고강산

9. 가야금산조

10. 유산가

11. Winter

12. Mountain

13. Gon

 

여우락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우재가 속한 그룹 무토의 무대로 여우락 시작. 박우재가 거문고 연주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토 무대 뿐 아니고 이번 여우락에서는 거문고가 굉장히 돋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박우재씨는 작년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고 알고 있긴 한데... 미디어아트가 미로 같이 이어질 때는 약간 위험했다. 최면에 걸리는 것 같아서 (눈이 스르르) ㅎㅎㅎ 국악이 우리 가락이긴 하지만, 멜로디가 익숙하지 않고 거기에 시각적으로 어질어질한 미디어아트까지 이어지니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번 무대에서 인상적인 것은 거문고를 첼로처럼 연주했다는 것이었는데, 연주가 끝나고 나가는 길에 감상을 나누던 분들이 '거문고로 첼로랑 거의 같은 소리를 낼 것이라면 굳이 거문고일 필요가 있나?'라고 대화하는 것을 듣고는 나도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더라.

박다울 <거문고 패러독스 : 거문고는 타악기가 아니다>

일시 : 2022년 7월 3일 일요일 오후 3시

장소 : 하늘극장

 

셋리스트

1. 거문고와 기타

2. 디스코조각모음

3. 거문고 패러독스

4. Drug

5. 거문장난감

6. Black Swan

7. 칠채뽀시래기

 

박다울은 슈퍼밴드2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거기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무대를 한 번 보고 싶었다. 이번 무대에서 슈퍼밴드 방송 당시 선보였던 자작곡 '거문장난감'도 들을 수 있었다. 현을 끊어버리는 퍼포먼스 역시. 연주하는 무대 둘레로 컨베이어 벨트같이 움직이는 또다른 무대가 있었는데, 그 벨트 위로 장난감이 돌기도 하고, 거문고 여러 대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 무대가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수동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노동력을 갈아넣는 무대였네. :)

리마이더스 X 달음 <네 개의 점(點)>

일시 : 2022년 7월 6일 수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달오름극장

 

셋리스트

1. 원심력 | 리마이더스X달음

2. the Whip | 리마이더스

3. 상승 | 리마이더스

4. the Wave | 달음

5. Dot | 달음

6. Connecting the Dot | 박지현·하수연(가야금)

7. Signal | 김민영·황혜영(거문고)

8. the Red | 리마이더스X달음

9. 시간선 | 리마이더스X달음

두팀 모두 가야금과 거문고 조합이라 함께 무대에 오를 일이 없는데 여우락 덕분에 협업을 할 수 있었다고. 거문고의 파워풀한 연주도 돋보였지만, 이날 무대에서는 가야금의 저음도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임용주 <울릴 굉(轟)>

일시 : 2022년 7월 8일 금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하늘극장

 

셋리스트 

1. 인트로

2. 율

3. 속

4. 정

5. 례

6. 합

7. 아웃트로

 

편경 소리를 원없이 들을 수 있었던 무대. 아, 양금소리도 정말 원없이 들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이 모두 두 개 이상의 악기를 연주했기 때문에 국악인은 원래 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건가 생각하면서 봤다. 편경의 소리를 전자음악으로 활용하면 어떨지 궁금했는데 상상 이상의 조화로움이었다. 

서도밴드 <조선팝 지도>

일시 : 2022년 7월 10일 일요일 오후 3시

장소 : 달오름극장

 

셋리스트 

1. 아리랑

2. 사랑가

3. Holic

4. 편

5. 매매기

6. Your Scent

7. 밤바다

8. 새파란

9. 바다끝

10. 뱃노래

11. 바다

12. 평화의 아리랑

서도밴드의 무대는 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여우락의 전체적인 성격과는 좀 동떨어진 무대였던 것 같다. 새로운 시도나 콜라보 없이 순수하게 서도밴드의 노래들로 채워진 서도밴드 단독 콘서트의 느낌. 부제는 '인생의 바다'라고. 

천지윤 X 상흠 <비몽사몽(Lucid dream>

일시 :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하늘극장

 

셋리스트

1. 물거품

2. 석교(石橋)에서

3. 부서진 진주

4. 쏟아진 바다

5. 포구락

6. 이슬

7. 파계

8. 좋은 꿈이었다

9. 빨간부적

10. 구름그림자

11. 낙유원에서

해금과 전자음악이라니, 정말 너무 안어울릴 것 같아서 상상도 되지 않았는데, 해금 연주자가 세기말 사이버 여전사처럼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와, 이게 뭐야' 했다. 서서 연주할 때는 해금을 허리 벨트에 연결 고정한 것 같았는데, 그 모습자체가 굉장히 생경해서 충격적. 약간 예전에 바네사 메이가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 여기도 어질어질한 미디어 아트가 다수 사용되었다. 상흠씨가 중간에 기타로 거문고 소리를 내는데 감탄스러운 연주였음.

밤 새 Baum Sae <Communication>

일시 : 2022년 7월 14일 목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달오름극장

 

셋리스트

1. Synth intro

2. Vocal intro+디딤

3. 설야 Seol Ya

4. 해 Hae

5. 희 Hee

6. 화 Hwa

7. 거문고 intro+삼고초려

8. 여름 Yeoreum

9. 동-동 Dong-Dong

10. 거문고+드럼 Free Impro

11. 잡 새 Jabsae

12. 살 Sal

13. 희설 Heeseol

14. 세월 Sewol

15. 향수 Hyangsu

구성부터 무척 독특했던 팀. 드럼과 거문고와 판소리라니. 사진의 가운데가 드럼의 서수진님. 전체적으로 연주가 무척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모두 처음 들었던 곡들이라 공연 끝나고 나니 기억이 많이 휘발되었는데, 유튜브에 검색하면 '여름' 온스테이지 무대가 나오더라. 인상적인 곡이었음.

PAKK X EERU(JAMBINAI) <고요한 씻김>

일시 : 2022년 7월 15일 금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하늘극장

 

셋리스트

1. 곤

2. 살

3. 곤마

4. 수귀

5. 벽사무

6. 도

7. 요

8. 충

9. 참

10. 손

11. 악

12.

이번 공연의 내 픽은 PAKK X EERU 가 함께한 이 공연. 일단 이런 헤비한 사운드를 들은 게 오랜만이어서 너무 좋았고, 거기에 잠비나이의 이일우님 연주가 너무 근사하게 어우러져서 깜짝 놀랐다. 피리와 태평소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생황! 생황이 롹사운드에 이렇게 어우러질 수 있다고? 감탄의 무대. 내가 찍어온 앵콜 영상을 내가 제일 자주 볼 것 같은. ㅎㅎㅎ

차승민 X 장진아 <Base Is Nice>

일시 : 2022년 7월 19일 화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하늘극장

 

셋리스트

1. 환영의 온도 | 영상

2. Base is Nice | 곡

3. 위로의 언어 - 바라봄 | 영상

  바라봄 | 곡

4. 위로의 언어 - 자란다 | 영상

5. 자란다 | 곡

6. 회복의 시간 | 곡

  회복의 시간 | 영상 

7. 그래도 우리의 나날은 | 곡

  Base is Nice | 영상

 

이 공연은 다큐멘터리 영상과 교차하며 전개되었다. 대금연주자 차승민과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진아가 자연 속에서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하고 다시 힘을 내어 생을 이어나가게 된 과정들을 담담하게 영상과 음악, 그리고 음식(영상으로만 볼 수 있지만)으로 표현한다. 장진아가 운영하는 식당의 이름이 공연명과 동일하다보니 고품격 홍보....같기도 했는데 ㅎㅎ 홍보가 제법 먹히기도 해서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승민님 머리 스타일이 동근 단발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다큐멘터리 영상은 코바야시 사토미가 나오는 일본의 힐링 슬로우 무비들을 떠올리게 했다. 여럿이 함께 연주한 무대도 좋았고, 차승민 씨 혼자 무릎으로 풍경을 울려가며 연주한 대금 독주도 좋았다.

지혜리 오케스트라 <너나:음양>

일시 : 2022년 7월 20일 수요일 오후 7시반

장소 : 달오름극장

 

셋리스트 

1. 방아타령

2. 새타령

3. 카르마

4. Born in 1935

5. Eight letters 팔자

6. Nowhere home

7. At the darkest night

8. 아리랑

 

붉은 드레스의 지휘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선강탈. 이 음악이 4/4박자인지, 3/4박자인지 대번에 알수 있을 것 같은 직관적인(?) 지휘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ㅎㅎ 셋리스트에서 4번과 5번은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위해 쓴 곡이라고 했던 것 같다. 마지막곡 '아리랑'에서는 마이크를 들고 직접 노래를 하기도. 국악과 EDM, 국악과 롹, 여러 시도들이 있지만 난 사실 국악과 재즈가 정말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가웠던 공연.

여우락 Extension

일시 : 2022년 7월 23일 토요일 오후7시반

장소 : 하늘극장

 

셋리스트

1. 콘스탄트 | 전체 출연자

2. 좋은꿈이었다 | 천지윤X상흠

3. 구름 그림자 | 천지윤X상흠

4. Mission 1425 | 임용주

5. 사이 | 밤 새(황진아)

6. 화 | 밤 새(황진아, 서수진)

7. 이토록 거대한 어둠 아래 촛불 하나 | 이일우

8. 원심력 | 리마이더스X달음

9. 회복의 시간 | 차승민

10. 소네트 | 무토

11. 마운틴 | 무토

12. Burn The Bridge | 전체 출연자

13. 수연장지곡 | 전체 출연자

 

여우락2022 출연자들의 합동무대. 함께 하지 못한 아티스트들은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다. 나같은 경우엔, 대부분의 팀을 이번 공연으로 처음 접해서 곡들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시 한 번 들으니 정리가 되어 좋았다. 솔로 무대에서는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한 곡들이 많았던 것 같고, 이일우님은 이번 공연에서 정말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 듯. 익스텐션에서 보여준 솔로 무대도 너무 좋았다. 무시무시한 능력자... 

얼마전에 국악 교육을 축소화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많은 국악인들이 반대 서명을 호소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번 무대를 쭉 보면서 정말 아쉬웠던 것이 내가 국악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알면 더 보였을 것들이 지금은 내게 보이지 않아서, 여러 국악인들의 음악적 시도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클래식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국악만 할까 싶기도 하다. 한국인이 우리 소리를 점점 낯설어하지 않도록, 국악 교육을 줄일 것이 아니라 더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된다. 

내년에는 또 어떤 무대들이 오를지 기대하면서 올해는 이것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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