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아직도 꿈을 꾸고 있으면 어떡해요 (NT Live [폴리스] 후기 )

Zigeuner 2021. 10. 7. 00:44

일시 : 2021년 10월 2일 오후 2시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출처 : 국립극장 홈페이지

좀 멍청한 고백부터 해야겠다. NT Live 로 소개되는 작품들이 대부분 좋길래 이번에는 패키지로 구매했는데, 패키지에 포함된 작품 중 [시라노 드베르주라크]와 [오이디푸스] 를 빼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다. [폴리스]는 제목만 보고 경찰 얘기인 줄 알았다 (하하!) 그런데 소개 영상이나 스틸사진을 보니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여성인 거다. 여자 경찰 얘긴가 싶었다니까. 근데 또 옷은 왜이렇게 화려해, 이러면서 제대로 알아볼 생각을 안했다. (참네) 그러던 어느날 국립극장에서 하는 다른 공연을 보러 갔다가 NT Live 리플렛을 봤는데, 그때 처음으로 [폴리스]의 원제를 보게 되었다. Follies. 아, 경찰 얘기가 아니었던 거구나 ㅋㅋㅋㅋㅋ

일단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줄거리를 가지고 오자면 ...


줄거리

1971년 뉴욕, 철거를 앞둔 와이스먼 극장에서 ‘폴리스 걸’들이 30년 만에 모이는 파티가 열린다. 한때 화려했던 이 극장에서 공연했던 배우들은 중년을 넘긴 나이가 되어 옛날을 회상하며 무대를 펼친다. 폴리스 걸이자 친한 친구였던 샐리와 필리스,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인 버디와 벤 네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과거의 엇갈린 사랑에 대한 후회와 미련의 감정을 회상한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며 갈등으로 치닫는데...


그러니까 제목의 '폴리스'는 과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했던 쇼걸들을 말하는 거였다. 이 작품을 만든 스티븐 손드하임의 인터뷰가 극 상영전에 나왔는데 동창회의 미묘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던가. 갈등의 주축이 되는 두 부부의 이야기 사이사이로 흐르는 넘버들이 굉장히 좋았지만, 이 뮤지컬이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젊은 시절에 좌절된 사랑을 결혼 이후에도 몇십년을 가슴에 품고 산다고? 배우들의 호연과 별개로 캐릭터가 좀 ㅎㅎㅎㅎ 다들 어리석어서 Follies 라는 제목이 어울리긴 했다만은.

국립극장 공식 블로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출 도미닉 쿡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초연의 유명한 엔딩을 복합적인 감정과 메시지를 담은 장면으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원작을 모르니 좀 답답한 마음이 들긴 했다. 위키피디아 폴리스 페이지를 살펴봤는데 일단 기본 줄거리는 동일해서 초연 연출이 정말 궁금해진다 (영원히 알 수 없겠지...)

무대위에 과거 캐릭터들이 유령처럼 등장해서 뒤섞이는 것이 재미있는 포인트인데 주인공 네명이 얽히는 장면도 좋았지만 다른 폴리스 걸들이 각자 넘버를 부르는 장면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이많은 폴리스 걸인 하이디 실러가 젊은 자신과 함께 부르는 'One More Kiss' 가 참 좋았다.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는데 이 역을 소화한 요세핀 바스토우는 원래 유명한 오페라 가수신듯. 꿈꾸는 자는 모두 깨게 마련이라는 내용의 가사를 들으며 이후 내용을 짐작하게 되는 (좀 뻔하기도 하지만) 넘버.

샐리(이멜다 스탠턴)가 부르는 'Losing My Mind'
하이디 실러(요세핀 바스토우/알리슨 랭어)가 부르는 'One More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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