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1년 9월 19일 오후5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셋리스트
글루크 /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서곡 (디토오케스트라)
헨델 / 오라토리오 <예프타> HWV 70중 ‘천사여, 그 아이를 하늘에 있게 하라’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K. 620 중 타미노의 아리아 ‘마술피리의 힘은 대단하지 않은가’
슈베르트 / <엘렌의 세 번째 노래> D. 839, Op.52, No. 6 ‘아베마리아’
도니체티 / 오페라 <사랑의 묘약>중
- 벨코레의 아리아 ‘그 옛날 파리스처럼’ (바리톤 김주택)
-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
- 네모리노와 벨코레의 이중창 ‘20 스쿠디 (금화20냥)’ (바리톤 김주택과 함께)
비제 / 오페라 <카르멘> 중 서곡(디토오케스트라)
오페라 <카르멘> 중 돈 호세의 아리아 ‘그대가 던져 준 그 꽃은(꽃의 노래)’
토스티 / 작은 입술
이상
슈트라우스 / 마지막 잎새에 의한 여덟 개의 가곡 Op. 10, 제 1곡 ‘헌정’
네 개의 마지막 노래 Op. 27, 제 3곡 ‘은밀한 초대’
다섯 개의 노래 Op. 32, 제 1곡 ‘내 안에 사랑을 담아’
네 개의 마지막 노래 Op. 27, 제 4곡 ‘내일’
신귀복 / 얼굴
김효근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앵콜곡)
레이날도 안 / 클로리스에게
가을 우체국 앞에서
존노의 첫 리사이틀 무대에 다녀왔다. 지난해 팬텀싱어3에 출연한 이후 여러 클래식 무대에 등장했던 테너이지만 개인 앨범을 발표한 후 가진 첫 개인 리사이틀은 또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무대는 앨범에 실린 노래 전곡에 몇 곡이 더 추가되었고 앨범 녹음도 함께한 디토오케스트라와 함께 꾸몄다.
위에 적은 셋리스트는 프로그램에 있는 내용을 적은 것인데, 순서가 좀 달라서 수정했다. 그리고 각 부의 첫 시작은 디토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존노의 노래로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예프타> 의 노래가 처음인데, '천사여, 그 아이를 하늘에 있게 하라' 가 나오기 전에 딸을 번제 제물로 바치는 아비의 심정을 노래한 곡은 프로그램에 안 적혀 있다. 그 노래를 부를 때부터 무대에서 가사를 전달하는 존노의 표현력이 아주 돋보였다. 목소리뿐 아니라 제스처, 표정까지 노래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배우로서의 면모가 돋보였고, 김주택과 함께 부른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에 이르러서는 아주 증폭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무대를 보러 다녔지만 오페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기회되면 보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주택의 벨코레 퍼포먼스도 정말 발군이더라!) 정식 오페라는 아니지만 10월 중에 '존노의 오페라 살롱'이라는 제목으로 마티네 공연이 올라가는데 피켓팅을 뚫고 한 자리 간신히 잡아둔 것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오페라 <카르멘> 으로 시작한 2부는 존노의 청아한 음색이 돋보이는 서정적인 곡들이 이어졌다. 슈트라우스의 곡을 연이어 부를 때가 특히 좋았고, 앨범에도 실린 '모르겐'을 부를 때는 악장의 바이올린 연주부터 객석을 한번에 사로잡은 고품격 무대였다고 생각된다. 내내 가사를 띄워주는 스크린이 무대 정면 상단에 걸려있었는데, 그 스크린에 눈길을 주지 않아도 편히 들을 수 있었던 우리 노래 2곡도 반가웠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존노가 이전에 다른 기회에도 여러번 부른 노래인데, 흔히 알고 있는 시를 가사로 한 곡이라 다소 식상할 수 있다 싶으면서도 시기가 이래서인지 아니면 존노의 탁월한 해석 탓인지 들을수록 오히려 더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존노에게는 긴 유학생활 끝에 찾아온 기쁨의 날이 (드디어) 찾아왔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며 부르는 것이 아닐지. (내게도 즐거운 날이 와서 지금보다 진하게 공감하고 싶건만 ㅎㅎ)
앵콜곡으로는 앨범에 실린 '클로리스에게' 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불렀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부를 때 울먹이는 바람에 노래를 잇지 못했는데 그때 객석에서 조용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서 조금 흠칫했다. (잊지 말자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다...) 이내 잠잠해지며 박수로 대신해서 다행이었다. '클로리스에게' 도입 때는 객석이 몹시 부산스러웠는데 지휘자님이 손가락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할 정도. 다들 핑거라이트를 꺼내느라 그런 거였다. 클래식 공연에서 핑거라이트라... 단체로 준비한 것 같은데 상황을 보며 준비했으면 어떨까 싶다.
디토오케스트라의 무대는 볼 때마다 감탄. 섬세한 표현에서 더욱 실력이 도드라지는 오케스트라라는 생각이 든다. NSQG 고귀하며 간단하고 고요하며 웅장하다, 라는 존노의 음악철학을 표현하는 데 있어 최고의 파트너이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