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서예를 시작했다.

Zigeuner 2014. 6.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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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도서관 문화강좌를 찾아보니 당장 개강이 코앞이었다. 전화를 걸어 마감 여부를 묻고 재료 구입을 문의한 끝에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3주째다. 첫 시간엔 예상대로 선긋기만 주구장창했고 두번째 시간엔 '가갸거겨~'를, 오늘은 '나냐너녀~'를 배웠다.


젊은 여선생은 숙제를 확인하곤 빈 화선지에 그날 연습할 글자를 주황색 포스트 물감으로 척척 써준다. 거침없는 붓질이 끝나면 정돈된 글씨가 나란히 남는다. 선생님이 써준 화선지를 옆에 두고 곁눈질을 쉴새 없이 해가며 나름의 정성을 들여 쓰지만, 나의 붓질은 부들부들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종이 위에 남은 글씨는 먹물이 번져 얼룩덜룩하다.


'찍고, 죽 내리고, 다시 찍고, 살살살~' '사과나무에 열매가 달리 듯이 점을 찍는 거에요' '여기 요 공간이 비어있어야 글자에 긴장감이 있고 멋이 나요' '한번 찍고 붓면을 바꿔서 그어주세요' '붓의 탄력을 이용하시는 거에요' 선생님이 주황색 물감으로 동그라미를 쳐가며 고칠 부분을 설명해주고 붓 사용법을 설명해준다. '아아~' 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무리 해도 붓의 탄력을 이용해 붓면을 바꿔 긋는 것도, 사과나무에 열매 달리듯 점을 찍는 것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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