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언어의 정원

Zigeuner 2013. 8. 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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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2013)

The Garden of Words 
7.4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카나, 히라노 후미, 마에다 타케시, 테라사키 유카
정보
애니메이션, 로맨스/멜로 | 일본 | 46 분 |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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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을 보았다.


일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무렵 언어(言葉,고토바)라는 단어에 어쩌다 '잎 엽(葉)'이 들어가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일어의 생성 과정을 그 이후에 더 파고들지 않았으므로 연원을 알지 못하지만, 그대로 풀면 '말의 잎사귀'라는 단어가 마냥 예뻐보였다. '언어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잎사귀가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말의 잎사귀가 가득한 정원. 


신카이 마코토의 감성 혹은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러 가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오는 날 우산을 받쳐든 다카오가 정원으로 들어서던 그 순간, 배경이 신주쿠교엔임을 확인하던 그 순간부터 이 영화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짧은 9개월의 일본 생활에서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소가 바로 신주쿠교엔이었기 때문이다. 신카이 마코토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한땀한땀 ㅋㅋ;) 묘사한 그 곳은 마치 6년전 그때처럼 내 마음을 훔쳤다. 그래서 내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카오도 유키노도 아닌 신주쿠교엔이 되었다.



느릿한 듯, 혹은 어딘가 맥풀린 듯한 전개가 초반엔 여전했다. 하지만 전작 어디서도 상대를 향해 직설적으로 감정을 폭발하는 걸 본 기억이 없어서 다카오의 후반부 대사들은 놀랍기도 하고 어딘가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가끔 전작 속 캐릭터를 붙잡고 '아 왜 속시원하게 말을 안하니' 라고 다그치고 싶었던 적이 있어서. 엔딩이 여전히 답답하다고 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나는 다카오의 저 폭발적인 대사에서 신카이 마코토의 뻔한 스타일에 생긴 변화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1.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단가는 '만엽집'에 실린 것이라고 한다. 원제의 言の葉(고토노하)는 언어라는 뜻도 있지만 일본 고유의 시가를 뜻하기도 한다.
      - 鳴(な)る神の 少し響(とよ)みて さし曇(くも)り 雨も降らぬか 君を留(とど)めむ 
      -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降らずとも 我は留まらむ 妹し留めば
      만엽집이 궁금해짐.

    2.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 기사

영화 관람을 계기로 묵혀두었던 신주쿠교엔 사진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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