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본드라마 하나를 재미나게 보고 있다. 제목은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카모메 식당]과 원작자가 같다. 분위기도 카모메 식당과 흡사하다. 출연진도 많이 겹치고.
이른바 '힐링', '슬로 라이프'의 테마를 이어가는 드라마다.
원작자 무레 요코(群よう子)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일본 북오프에서였다.
북오프에 들를 때마다, 아무래도 아는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정도였던지라 'む(무)'로 시작하는 작가칸 부터 기웃거리곤 했는데 하루키는 인기작가라 그런지 책이 거의 꽂혀있지 않았고, '무'칸을 잔뜩 차지하고 있던 작가가 바로 무레 요코였다. '도대체 어떤 작가길래 이렇게 책이 많아?' 라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고 '중고서점에 이렇게 책이 많이 나와 있다니 인기가 별로 없나?' 라는 생각이 두번째. 우리말로 번역된 책이 있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당시엔 전혀 없었다. 지금도 번역된 책은 '카모메 식당' 정도. 나중에 '카모메 식당' 영화를 보다가 엔딩 크레딧에서 무레 요코의 이름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아는 사람 만난 느낌? 영화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호기심에 북오프에서 책을 몇권 사와서 틈틈이 읽었다.
맨 왼쪽에 있는 '털실에 푹 빠지다' (ㅋㅋ) 빼고는 다 읽었다. '털실에 푹 빠지다'는 뜨개질에 대한 에세이 모음. 86년 첫 출간된 것을 수정한 문고본으로 안에 젊은 무레 요코상의 사진이 있다. 완전 소녀 시절. 중간에 꽃그림이 있는 '오전 0시의 현미빵'은 무레 요코의 데뷔작. 아마 데뷔작이라서 구입했나보다. 뒷면 설명에 보면 '무레 요코의 출발점이 된, 무적의 데뷔작. 드디어 문고화' 라고 써있다. 무적의 데뷔작이란 과연 무엇인가. 두둥! '탯줄스프' (왼쪽 두번째 검은 표지)는 읽다가 말았던 것 같다. 표제작만 읽었던가? 단편집이다. 일상에 숨은 '독기'를 표현해놓은 ...책이라서 아마 읽다가만 듯. '내가 돌아갈 집' (빨간 표지)에서도 독기를 읽었던 것 같다. 나쁜지도 모르고 저지르는 아이의 심술기가 더 가까우려나. 무레 요코의 책에서 아빠에 대한 미움을 읽은 게 이 책이었던 것 같다. 무능력 쩌는 아빠가 나오는데... 흠. 이 책의 해설은 코바야시 사토미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가 썼다. 두 사람은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걸까?
모타이 마사코(역시 '카모메 식당'에 등장하는 배우. 무표정 할머니;;)와는 확실히 친분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책을 함께 낸 걸 보면.
둘이서 지금까지 안해본 11가지 것들을 새로 배우는 내용으로 글은 무레 요코가 쓰고 사진에 붙은 설명은 모타이 마사코가 썼다. (잡지 연재를 모은 책) 두 사람 모두 당시 40대인데, 스키도 배우고, 분장도 배우고, 수타 소바도 배우고, 중국 다도도 배우고, 보육교사(?)도 배우고, 벼룩시장(??) 도 배우고 ㅋㅋ 등등등. 각 장 마다 마사코 상의 캐리커쳐가 실려 있는데... 무표정을 잘 살렸어. 할망 사랑해. -__-)b 최고!
무레 요코는 무지루시 연작이 엄청 많은데 (왠만한 책은 다 '無印'로 시작) 일단 안 읽어봐서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 권의 책들과 카모메 식당 그리고 최근의 드라마를 지켜본 결과 집필 스타일이 좀 바뀐게 아닌가 싶다. '심술궂음/독기'를 파헤치는 쪽에서 '편안함/치유' 쪽으로.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겠지. (우리 엄마보다 쬠 어리시네.)
제목이 , 그리고 사토미 아줌마 니까 부록으로 사토미 아줌마 책 세 권.
책도 많이 내시는 사토미 아줌마. 그 중 3권을 사왔었는데 지금까지 한 권도 안 읽었다는 건 함정;; 가운데 책은 사토미 아줌마가 했던 라디오 방송을 글로 옮긴 거라고. 권미에 모타이 마사코, 무레 요코와 각각 대담한 것도 실려 있음. 무레 요코를 대작가라고 칭하며 스탭들 보고 똑바로 앉으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 걸 보면 무레 요코는 꽤 인정받는 작가인가 보다. 우리 나라에 소개가 안됐으니 알 수가 있나. ㅎㅎㅎ 그리고 옛날부터 친분있었네;; (이글 쓰며 새삼 깨닫고;;) 오른쪽 하늘색 표지 '마담 코바야시의 우아한 생활'은 결혼 3년차일때 쓴 책이라는데, 지금은 이미 이혼하셨으니... 당시 남편은 유명한 극작가 미타니 코키. 지난번 고정수님(=한국말 잘하는 일본분) 만났을 때, 미타니 코키랑 코바야시 사토미는 왜 헤어졌을까요? 라는 주제로 잠깐 얘기했는데 아마도 일상 생활 중 자잘자잘한 부분(가령 소스 뚜껑을 그때그때 닫지 않는다던가...)에서 깔끔한 사토미 아줌마가 칠칠치 못한 코키씨를 지적도 해보고 무심히 넘기려고도 해보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못견뎌서!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고. 크크크. 왠지 그럴싸. 이 책의 해설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