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문희는 방배동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선생님이다. 이오덕 선생의 영향을 받아 '살아있는 말'로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오덕 선생의 글이 책 초반에 인용되어 있는데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근사한 글이 되도록 쓸까 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말이 될까, 살아있는 말이 되도록 쓸까 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글 가운데서 말을 가장 잘 옮겨 놓은 글, 아니, 말을 그대로 적었다고 할 수 있는 글이 소설이나 동화에 나오는 마주이야기(대화)다
우리 문장 쓰기, 이오덕, 33쪽
18쪽에 인용된 것을 재인용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을 못 하게 하고, 그저 듣게만 했지요? 집에서는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 하고, 학교 가면 "선생님 말 잘 들어. 너, 선생님 말 안 듣고 뭐 해?" 이렇게 듣기만 하다가 집에 오면 또 "너 왜 그렇게 엄마 말 안 듣니? 엄마 말 안 들으면 집 나가!" 이렇게 아이들은 가나오나 어른들 말을 듣기만 해야 하지요. 이렇게 아이들은 말을 빼앗기고 삶을 빼앗기고 그저 어른들이 주는 말만 앵무새처럼 외우면서 시들어 가고 있는데도 우리 교육은 이런 교육이 가장 좋은 교육인 양 떠들고 있지요.
19-20쪽
마주이야기라는 게 있다고 알고만 있다가, 최근 주변 지인들이 육아 땜에 고민하는 것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아니 경험도 없는 내가 무슨 도움을 주겠다고?) 책을 선물하는 김에 나도 읽었는데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다. 말을 빼앗긴 아이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서. 왜 주부들 프로그램 보면 '우리 남편은요 애 좀 보라고 하면 정말 옆에서 물끄러미 보고만 있어요'라고 아줌마들이 흉보곤 하는데, 오늘날 부모들이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중요하다고 하니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아이들한테 이것시키고 저것시키고 하기싫은 것 억지로 시켜놓고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엇나간다고. 물끄러미 보는 것이 애보는 일이 아니듯,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시키는' 것이 관심이자 관찰이 아닐 터. 아이들이 하는 말을 얼마나 잘 들어주느냐가 결국은 마주이야기의 시작인 셈이다. 우리 아이가 뭘 잘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시켜보는 게 아니라, 지켜보고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엄마 이것 좀 봐, 여기 좀 봐.' 하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늘어놓기 마련이니까.
인용된 아이들의 대화가 엄청 재미나다. 아, 어쩜 이런 생각을! 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대목도 있다.
근데 이거 남의 애들 얘기라 귀여운가? ㅎㅎㅎㅎ
이 책을 읽다보니 부작용..
책내용이랑 상관없이... 이오덕 선생님 일기 세트 뽐뿌가 강력하게 온다는? 얼마나 살아있는 말로 글을 쓰셨겠냐는!
세트 참 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