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라틴어 수업은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는 장점도 있지만, 선생님의 풍부한 이야기를 통해 이전에 미처 몰랐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는 장점이 정말 크다. 어제는 망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들었지만). 최근에 개봉한 영화 Oblivion 얘기도 나왔고 (난 안봐서 모름), 왜 사람이 힘들고 괴롭고 슬픈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망각을 택하게 되는지도 이야기했다. 망각보다는 오히려 기억하면서 극복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라고. 그리스어 단어 'aletheia(ἀλήθεια)'는 진리라는 뜻으로, 더 들어가보면 망각(lethe)에 부정어(a)가 붙은 꼴로, 결국 기억하는 것이 진리임을 말하고 있다.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과 마무리'를 읽다가 망각이란 단어가 또 눈에 쏙 들어왔다. 스콧 니어링이 자기가 강연갔던 일에 대해 헬렌에게 적은 편지 내용 중에 쓰여있었다. 그 강연의 내용이다.
지배계층의 프로젝트
착취
기술 결과
1. 물건 축적 1. 지배계급에 종속
2. 마약 제조 2. 망각
3. 속임수 3. 타락과 붕괴
지배 계층은 피지배계층을 망각으로 몰아넣어 진리와 참됨에서 멀리 떨어지게 한다. 그들 역시 멀어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한 편으로 잘 잊는 것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생각을 바꿔야겠다. 잊지 말고 기억할 것,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찾을 것. 이것이 최근 새롭게 세운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