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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Zigeuner 2012. 3. 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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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엄마 고향에 갔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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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올해 아흔넷이던가.
10여년전부터 할머니 소원은 늘 '내년에 죽는 거' 였다. 세배할 때 '오래 사세요' 했다간 야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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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년전에 집안일 안돕는다고 할머니가 '내딸 고생시킨다며' 나랑 동생을 엄청 나무라셨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진 바는 없지만). 그러면 우리 엄마는 '내가 좋아해서 하는 건데 내딸들 왜 혼내킨다며' 할머니한테 뭐라하셨다. 내가 잘못했다;; 왜들 이러세요;; -__-  역시 사랑은 내리사랑? (이게 아닌가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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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지금 우리집에 와계신다.밥먹다가 '할머니 팔다리가 되게 기네요.' 했더니 '내가 옛날부터 팔다리가 남달리 길었어~'로 시작해서 식사 끝날때까지 롱팔 롱다리 자랑을 하셨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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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겨울옷밖에 없어서 이제 슬슬 외삼춘네로 가실 때가 되었다 싶어 엄마가 모셔다 드린다고 했는데 할머니가 '안갈란다' 하고 누워버리시는 바람에 아직 계신다. 하하하. 십년 전만 해도 딸네 집에 머물다가도 걸핏하면 아들네로 돌아가고 싶어하셨는데.
날마다 드라마 하는 시간 외엔 주무시거나 먼산을 보는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괜히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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