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고백] 미나토 카나에 ... 나는 나쁘지 않아

Zigeuner 2011. 2. 1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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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순전히 영화 때문에 읽게 되었다.
마츠 다카코의 팬인지라 (사실 가수인 마츠 다카코의 팬이다만) 이 영화에 마츠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무척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감독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으로 우리나라에도 꽤 잘 알려진 사람이라 이 영화 역시 개봉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개봉일이 잡힌 것이다. 2월 17일. (나 왠지 홍보중?)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느냐,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느냐의 선택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먼저 보기를 선택할 것이다. 영화가 원작을 뛰어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책의 영향을 그리 받지 않는 영화관객인지라, 그리고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원작의 색과는 상당히 차별화된 작품을 내놓을 거라 예상이 되므로, 책을 먼저 읽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영화의 예고편을 봐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소설은 문제가 되는 한 사건을 처음부터 독자 앞에 던져놓고 시작한다.
각 인물의 독백, 편지, 일기등을 통해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저마다의 사정을 듣게 해놓는다. 같은 사건을 둘러싼 각자의 시각을 다루는 설정은 이제 생소하지도 않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던 나는 각자의 사정을 짧은 일어로 떠듬떠듬 읽으며 사람들이 가진 좁은 시야를 뼈저리게 느꼈더랬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느냐. 그것은 모두가 자기연민 때문이다. 남 보다는 자기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남이야 불행하든 말든 자기 상처만 보이기 때문이다. 뼛속 저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저 처절한 자기연민. 내 상처가 크기 때문에 내게 상처 준 사람은 다 나쁘고, 그걸 되갚아 주는 행위는 오히려 널 깨우치기 위함이라는 당당함. 누구 하나만 그렇다는 게 아니다. 속에 등장한 인물들 모두가 하나같이 얘기하는 것이 그거다. "나쁜건 내가 아니야, 네가 나빠" 

가끔 나도 지독한 자기 연민에 빠질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런 늪에 빠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샌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말하자면 건강한 정신상태로.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에 힘을 얻어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결핍이 불쌍하다가도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유약함과 건강함의 경계가 상당히 위태롭게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혹시 어느 순간 위험한 충동에 휩싸여 떳떳하게 옳지 않은 일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 상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읽고 난 직후보다 인물 하나하나 되짚다 보면 소름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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