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Zigeuner 2008. 1. 29. 12:57



모닝365에서 연말에 10000포인트의 마일리지를 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걸 이용해 책 2권을 구입했었다. 주문이 밀려있었는지 책 재고를 제대로 확보를 못했는지 구체적인 이유가 알 수가 없지만, 느려터진 배송을 감내하며 손에 넣었던 두 권의 책은 모두 도리스 레싱의 책이었다. '다섯째 아이'와 '런던 스케치' 도리스 레싱을 구입한 이유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읽어보고자 했던 것이 전부다.

허울만 좋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는, 여러 차례 가족에게 갑갑함을 느껴왔던 나에게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해리엇과 데이빗이 처음에 가졌던 이상적인 가족관이 꼭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그들이 꾸려나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피어나온 것이라고 느껴졌다.

해리엇이 다섯째 아이 벤을 보호시설에서 빼내어 집으로 다시 데려온 것이, 해리엇의 모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자기가 그린 이상향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그런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이유에서든 벤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것은 해리엇뿐이었다. 그러나 가족은 유지되지 않았고, 그녀가 파티때마다 불러들여 큰 집안을 가득 메꿔주었던 친척도, 그녀의 피붙이인 아이들까지도 모두 흩어지는 꼴이 되고만다. 가족이란 공동체도 사실은 타인보다 더 멀어질 수 있는 연약한 집단이라는 것을 차갑게 일깨워준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소설에 온전히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가족이 너무나 쉽게 빠르게 벤이라는 아이를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나에겐 아직은 가족이 갑갑한 테두리일 수 는 있어도 그렇게 헐겁게 얽히어진 매듭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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