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324

할머니와 지내는 나날

오늘 낮, 엄마가 할머니의 몸무게를 쟀다. 31.8kg. 딱 봐도 뼈와 거죽뿐인 할머니의 몸은 그야말로 깃털 같다. 올해 할머니의 몸 여기저기에 이상이 발견됐다. 외가에 계실 땐 별 얘기 없었는데 거처를 작은 이모 댁으로 옮기신 후에 자꾸 아프다셔서 이모부가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눈도 뱃속의 장기도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몸에 기력이 없으셔서 자칫 수술을 했다간 오히려 돌아가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금 우리집에 머무시는 동안 할머니는 내내 소파에 누워계신다. TV가 켜져 있으면 TV를 보고, 안 켜져 있으면 주무시거나 그냥 누워계신다. 나는 눈도 침침하고 몸에도 힘이 없어서 마냥 누워 있어야 하는 24시간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가끔 할머니에게 집밖으로 나가..

잡담 2014.08.20

리듬을 춰줘요

어렸을 때 댄싱퀸의 대명사였던 완선언니. 삼백안이란 이런 것이다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완선언니.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마 눈이 무서워서? '니눈이 더 무섭다~'의 그녀이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만큼 기억에 남는 댄스 가수도 드문 듯. 요새 방송에 나오는 거 보면 늙지도 않고... 중2때 소풍 갔다가 마침 무슨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왔길래 바로 코앞에서 봤었는데 피부가 백옥같다는 건 저런거구나, 라며 어린 나이에 수긍. 당시 매니저 아저씨는 달려드는 중 2 학생들을 퍽퍽 치며 -___-;; 길을 트는 무서운 사람이었던 게 기억에 생상하다. 갑자기 왜 완선 언니 얘기냐면, 간만에 노래방 데이트를 하던 중 '리듬속에 그 춤을'을 불렀더니 P님께서 노래를 모르시더라고? ㅎㅎ "현대 음률 ..

잡담

*며칠동안 밤마다 잠을 설쳤다. 더위 때문이었다. 여태 안 꺼냈던 선풍기도 틀어봤지만 별 소용없었다. 늦게 잠들었는데, 새벽엔 엄마가 과일을 갈아서 그 소리에 깼다. 깨다 자다를 반복하고 나서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기가 일쑤. 너무 지치다 어제는 그나마 달게 잤다. 날이 좀 서늘해졌다고 바로 티가 나네. 몸이 지칠 대로 지친 탓도 있겠지만. *아이폰 3gs를 탈옥하고 일본 라디오를 틈틈히 듣기 시작. 일어 까먹을까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3분기 드라마에 캐스팅한 걸 드라마 시작 전에 마침 알게 되어 1화를 봤다.제목은 '젊은이들 2014'인데 예전 드라마 리메이크라 그런지 몰라도 드라마가 굉장히 구식이다. 배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물 설정이나 기타 정서의 문제인 듯...

잡담 2014.07.13

졸릴땐 딴짓을_영화 '동경가족' 츠마부키 사토시 인터뷰

오랜만에 인터뷰 기사를. :) 이건 제가 일하다가 졸리기 때문에 잠 깨려고 올리는 겁니다.. 큭 이 영화가 과연 우리나라에 걸릴까 싶었는데 개봉일이 정해졌더군요. 7월 31일. 그래봤자 개봉관은 많지 않겠죠. '동경가족'의 팜플렛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평론가들의 칼럼, 배우들 인터뷰, 제작진 인터뷰 등등이 실려 있구요. 표지에 '야마다 요지 감독 50주년 기념작품'이라고 적혀 있네요. (선물해주신 일본인 블로거 고정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저는 그 중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의 인터뷰를 여기에 옮깁니다. 츠마부키 사토시 (히라야마 쇼지 역)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53)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요. 우선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그것보..

옮긴 글 2014.07.08

서예를 시작했다.

글씨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도서관 문화강좌를 찾아보니 당장 개강이 코앞이었다. 전화를 걸어 마감 여부를 묻고 재료 구입을 문의한 끝에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3주째다. 첫 시간엔 예상대로 선긋기만 주구장창했고 두번째 시간엔 '가갸거겨~'를, 오늘은 '나냐너녀~'를 배웠다. 젊은 여선생은 숙제를 확인하곤 빈 화선지에 그날 연습할 글자를 주황색 포스트 물감으로 척척 써준다. 거침없는 붓질이 끝나면 정돈된 글씨가 나란히 남는다. 선생님이 써준 화선지를 옆에 두고 곁눈질을 쉴새 없이 해가며 나름의 정성을 들여 쓰지만, 나의 붓질은 부들부들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종이 위에 남은 글씨는 먹물이 번져 얼룩덜룩하다. '찍고, 죽 내리고, 다시 찍고, 살살살~' '사과나무에 열매가 달리 듯..

두 권의 책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저자레프 톨스토이 지음출판사소울메이트 | 2014-02-07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톨스토이가 인류에 전하는 인생의 지혜! ‘러시아 대지의 대작가’... 톨스토이가 정리한 금언집이다. 나는 톨스토이에 대해 아는 것이 밤톨만큼도 없었다. 그냥 유명한 책을 쓴 할아버지인 줄 알았지, 그가 어떤 사상 배경을 가지고 어떤 가치를 전파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다. 그러다가 'the Last Station(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라는 영화와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통해 사상가 톨스토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이 금언집에는 여러 인용구가 적혀있는데, 출처의 범위는 광범위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단순하다. 한 단어로 축약하라면 '사랑'이랄까.에픽테토스의 인용이 많은 것이 눈에 띄었..

손글씨 #1

만년필을 비롯 펜도 많고 딥펜도 있고 잉크도 서넛 있어서, 글씨 쓸 환경은 좋은데 아무래도 쓸 일이 잘 없다. 가끔 낙서해 놓은 것들도 그냥 버리기 일쑤. 어느날 갑자기 다 버리는 게 아까운 것 같아서 작은 스케치북을 하나 샀다. 낙서도 모으면, 나름의 가치가 생길까? 영화 '그녀'의 대사 중 잡지 보다가 발견한 문구. 암벽등반가에 비유하여, 어려움을 피하지 말라는. 여기까지는 딥펜으로 작성 붓펜으로 씀. 글씨를 좀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도서관 서예강좌를 등록했다. 어제 가서 열심히 선 긋고 옴.

연애소설 읽는 노인

연애소설읽는 노인저자루이스 세풀베다 지음출판사열린책들 | 2009-11-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중남미 포스트붐 세대의 선두 주자이자 1990년대 라틴아메리카 ... 최고의 환경소설답게 인간과 환경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많으나,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는 모습이었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

무위당 장일순 선생 20주기

5-6월호 녹색평론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20주기를 맞아 그를 추억하고 기리는 글이 머릿기사로 실려있다.고전어 수업에서 장일순 선생의 이름과 한살림운동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분이 어떤 분인지 잘 알지 못하다가, 대담에 언급된 그분의 면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분의 운동 방향은 '공생'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보듬어 안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고 '뒤엎고' '몰아내는' 투쟁 일변도의 운동에 한계를 느끼고 전환하게 된 것이다. 하. 도대체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다음은 녹색평론에 소개된 일화이다. (부분 발췌) 황도근 (...) 상지대로 오자마자 학교가 소용돌이예요. 김문기 이사장 축출운동이죠.(...) 학교 일이 복잡해져서 어느 날 무위당 선생님을 뵈러 갔어요. (...) ..

우에노역을 기억하며

종착역 살인사건저자니시무라 교타로 지음출판사레드박스 | 2013-10-28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누계 판매 2억 부의 신화적인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최고 걸... 지난 달에 읽었던 추리소설이다. 우에노역에서 출발한 아오모리 행 침대특급 '유즈루7호'에 고교 동창생 7명이 탄다. 정확히는 타기로 한다. 한명은 모임장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열차 출발 시간이 지난 후 우에노 역 화장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 또 아오모리에 도착한 이후까지 살인이 이어진다. 일본의 잘 정비된 철도망이 있기에 가능한 추리물이다. 하지만 철도망을 이용한 트릭을 빼면 사건의 동기나 해결 과정은 좀 시시한 편이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름아닌 우에노역에 대한 묘사다.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