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귀가하며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라는 조끼를 입은 두 여성분을 마주쳤다. 두 분이 내게 집까지 동행해주겠다 했다. 마치 호위무사처럼 내 뒤를 든든히 지켜주셨다. 여성의 귀가길을 지켜주는 여성. 그 여성들 역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둘씩 짝지어 다니시는 거겠지 싶었다.

내가 널 지켜줄게, 라는 말은 남성들이 여성에게 전하는 흔한 메시지였지만 요즘 들어 드는 솔직한 생각은 여성들끼리의 연대가 결국 여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홍대 불법촬영 사건의 신속한 수사 착수와 범인 검거, 심지어 포토라인까지 등장한 일련의 과정을 보며 갑갑함과 허탈함을 느낀 무수한 여성 중 하나가 나였다. 몰카 피해자의 98%가 여성인데 대부분의 여성피해자들이 보호는 커녕 경찰로부터 오히려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했던 이전의 케이스들과 비교하면 경찰의 드라마틱한 변신이다.

한인 교수의 부인 살해 후 자살사건을 보고 충격을 먹은 여성도 많았는데, 그 충격은 남편 교수가 페이스북에 적은 유서(로 보이는 글)에 아내(역시 교수인)가 자기를 무시하고 시댁에 잘하지 못한다는 걸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기사를 sns에 공유하고 2차 충격을 받았는데 남성 지인들이 ‘오죽하면 그랬을까도 싶다’ ‘기사에 시댁은 잠깐 언급됐는데 그부분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댓글을 달았기 때문. 경험치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지만 받아들이는 입장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다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남녀가 한 사건을 두고도 공감하고 이해하는 진폭이 큰데, 남성 판사가 남성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여 무려 가해자의 미래를 걱정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감형을 해주는 일을, 그러나 여성 가해자에게는 죄질에 비해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일을 더 이상 넘길 수 없겠다. 트위터에 돌고있는 해시태그 #동일범죄동일처벌. 그러려면 경찰과 검찰, 판사에 더 많은 여성이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한 마디면 되겠지


"사람들이 나에게 대법원에 여자가 몇이여야 충분하냐고 묻는다. 내가 아홉 명(전부)라고 답하면 다들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아홉 명의 남자가 그 자리에 있었고 그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 19일에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대학로에서 있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5월 31일부터. 긴즈버그에 대한 다큐도 포함되어 있다.

귀가길 단상, 이 길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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