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던 할머니'가 있었다

Zigeuner 2016. 4.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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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를 좋아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이번에도 프레드릭 배크만이 괴팍한 인물이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판타지(에서 슬쩍한) 이야기들이 액자 구성처럼 들어가는데,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179쪽에 등장하는 '싫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녀' 이야기가 소설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 없이 사이좋게 지내려고 '싫다'라는 말이 금지되었던 나라에

'싫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녀'가 나타나

'싫다'라는 말로 그 나라의 권력을 무너뜨렸다, 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닌 거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세계에서 갈등이란 너무나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문제인데,

어른들의 세계에선 효율을 중요하다보니 (이런 표현이 소설에 나온다)

갈등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봉합하려는지 모르겠다.

 

갈등은 중요하다. 갈등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할머니는 책도 많이 읽고 똘똘한 손녀가 글줄이나 읊는 헛똑똑이가 되지 않기를 바랐는지 모르겠다.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사람도 읽으라고 편지 전달이라는 미션을 내렸나보다.

엘사는 미웠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미웠던 사람들을 더는 미워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갈등은 중요하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열쇠는 제목에 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을 덮고, '싫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녀' 뿐 아니라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던 할머니'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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