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삶을 사랑하기에 좋은 곳, 셰익스피어&컴퍼니

Zigeuner 2013. 1. 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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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저자
제레미 머서 지음
출판사
시공사(단행본) | 2008-01-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공산주의자, 삼류시인, 범죄자에게 쫓기는 기자 센 강변의 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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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기 좋은 곳, 바로 그 고서점을 스쳐간 관광객 중에는 나도 있었다. 


2011년 5월의 빠리는 아름다웠지만, 그래서 외로운 장소이기도 했다. 루브르를 가득 채운 이국의 유적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지 않았다. 그들이 약탈자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모나리자 앞에만 빼곡한 관광객들 물결도 지겨웠다. 동행의 어리광에도 지쳤다. 식사를 하러 들른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은 외국 손님들에게 무관심한 편이어서 (관광객 호객을 아주 잘 하던 생미셸의 어느 가게는 제외) 불어 한 마디 못하는 소심한 여행자였던 나는 조금 주눅이 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 먹을 거 다 찾아 먹고 선물도 사고 다 했지만.

그 외로웠던 빠리 여행에서 마음 편한 시간을 보냈던 곳 중 하나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였다. 많은 관광명소중에 유일하게 찜해놓고 간 곳이기도 했다. 나는 영락없는 관광객 차림으로 책을 들추기보다는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바빴기 때문에 그곳의 다른 관광객 혹은 독서가 혹은 작가 지망생들과는 말 섞을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보다보니 그곳에 항상 죽치는 사람들 눈에 내가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관광객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빠리에서 외로웠던 이유는 그 많은 문화 유적을 보고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만큼 무식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더 많이 알았다면 더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서점에서도, 내가 책을 좀 더 사랑했다면 여기가 더 각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 책에서 지저분하게 우글우글 모여있는 사람들이 딱히 부럽진 않지만(! ㅎㅎ) 마음 한켠에 여전히 낯선이들이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로망으로 품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것도 그래선가.) 


곧 조지는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읽을 줄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선언하면서 '타운턴 북 라운지'를 열었다.

P.44 


"사람들은 다들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돈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요점이 뭐야? 가능한 한 적은 돈으로 살면서 남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톨스토이을 읽거나 서점을 운영하면 왜 안 되는 거지? 전혀 말도 안 되는 불평이야."

P.149 


슬픈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마쳤을 때 커트의 눈에는 정말이지 눈물 자국이 있었다. 그렇지만 커트가 양손 엄지와 검지로 카메라 프레임 같은 사각틀을 만든 뒤 자신이 호텔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릴 때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캐리 그랜트 영화같았어."

P.175 


어두웠던 내 세계믄 갑자기 장대한 긴 띠로 빛나기 시작했고, 나는 내 새로운 지식에 대한 어지러운 자신감과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 지식을 얻지 못했다는 음울한 자괴감 사이에서 흔들렸다.

P.211 


"있잖은가, 작가가 되려면 삶을 사랑해야 하네. 그리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보다 삶을 사랑하기에 좋은 곳은 없지. 여기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어. 책도 읽을 수 있고 아름다운 여자들도 만날 수 있지. 이런 장소를 충분히 즐기게. 세상에 이런 곳은 흔치 않으니까."

P.281 


인생이란 많은 분자의 춤일 뿐이야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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