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유심히 살피고 최선의 일을

Zigeuner 2012. 9. 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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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사회 내의 권력 가진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배울 수 있고 지난번에 잘 안 통했던 것을 더욱 가다듬어 다음번에는 통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은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풍부하게 갖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쪽 사람들은 잘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운동을 조직하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시위, 항의편지 쓰기, 모금 활동 등을 조직하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사람의 이동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일을 최초로 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여 요령을 터득하지만 그 후에 탈진하여 그만 다른 일로 넘어가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하여 비슷한 관심을 가진, 그러나 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일을 하려고 하면 처음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모임은 어떻게 조직하지? 전단지는 어떻게 돌리지? 이것은 언론을 접촉할 만한 일인가? 어떤 방식으로 언론을 접촉해야 하지? 여러분은 안정된 민중의 기관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을 여러 번 조직하면서 체득한 이런 요령들이 공동의 지식으로 편입되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운동이 좀더 통합되어 있고 연속성을 갖고 있다면, 운동에 도움을 주고 개선시킬 수 있는 공동의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공동의 지식을 갖고 있고 그것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17세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소적인 전투의 한 부분입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초창기로 되돌아가 보면 여전히 같은 갈등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민중은 그들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고, 반면에 권력 가진 사람들은 민중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애썼습니다. 개인적 권력의 중추부를 해산시키고 민중이 사회의 중요한 결정--가령 무엇을 생산하고 무엇을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통제하게 되는 그 날까지, 이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물론 지나온 과정에서 승리도 있고 패배도 있었습니다. 지나온 일들을 되돌아보면 갱스터·살인자·앞잡이들이 승리를 거둔 경우도 있고, 반면에 민중이 그들을 제지하고 그들의 승리를 제약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도움을 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낙관론이냐 아니면 비관론이냐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벌어지는 일을 유심히 살피면서 그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2], P.108-109

아마 운동을 조직하는 요령이나 방법론의 전수에 대해서 지금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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