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애호가적 생활

이소라, 네번째 봄

Zigeuner 2011. 4. 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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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노래방에서 노래할 때나 어디서나 노래를 부를땐 정성스럽게 불러주세요."

자기 자신이 노래를 정성스럽게 부르는 사람일 때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작년 콘서트때 관객에게 저 대사를 보냈던 가수는 올해도 여전히 무대에서 한음한음 정성을 다해, 음악의 고저에 맞춰 몸을 휘청이며 노래를 불렀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모 프로그램에서 보인 모습때문에 예상치 않게 뭇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던 그 가수는 노래를 쉬는 중간에 '죄송해요, 잘못했어요'라고 말했다. 그 사과의 한마디는 진심인 듯 했는데, 관객들은 그 지점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어쩐지 안도의 웃음 같았다. 무대위의 가수가 워낙 예민한 성격으로 유명해서 나도 공연직전까지 가수의 컨디션이 엉망인 것은 아닐까, 공연이 느닷없이 취소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었으니까. 이소라는 오히려 여유있어 보였다. 다행이었다.

공연 중에는 볼거리에 공을 들이는 공연도 있고, 오로지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 집중하는 공연도 있는데 이소라의 공연은 후자에 해당한다. 무대 중앙에는 가수가 앉아있고, 통기타, 첼로, 드럼, 베이스, 일렉 기타, 건반등의 세션이 가수를 에워싸고 있다. 1집에서 7집, 그리고 팝리메이크 앨범에서 선별된 노래들이 흐르고, 그 음악들과 함께 감정들도 시시각각 변한다. '처음 느낀 그대로'의 전주가 흐르던 어느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진하고 야하게 노래하는 게 싫어졌고, 많은 기교를 섞는 것도 싫어졌고, 그래서 담백하게 부르다 보니 목소리도 얇아졌다' 라고 말하는 가수. 모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뭔가 달관한 듯한 사람의 표정이 기억났다. 옅어진 화장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자연과 한층 닮아가던데, 이소라도 그 과정에 서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담백해진 그녀가 맘에 든다. 그녀의 공연은 담백했다. 담백한 대신 여운은 오래 남고.

벌써 7집이 나온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 다음 앨범은 언제쯤 나올까. 더욱 담백해진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 기대가 된다.

2011.03.31.목요일 @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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